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14화: 재채기 한 번에 천재가 되다
만죽림 예선이 끝난 후, 남궁세가는 외부 빈객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본선 경합을 참관하기 위해 무림의 명숙들과 동맹 세가의 인물들이 속속 도착했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독과 암기로 악명 높은 사천당가(四川唐門)의 젊은 후기지수, 당철영(唐鐵英)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가는 남궁세가와 오랜 동맹 관계였지만, 은근한 경쟁심을 태우고 있었다.
본선 전날 밤, 빈객들을 환영하는 연회가 열렸다.
가문의 대연무장에 차려진 연회석에서 술잔이 오가던 중, 대장로 남궁벽이 자랑스럽게 남궁성을 소개했다.
"이쪽이 바로 이번 경선에서 황금패를 차지한 세가의 삼공자, 남궁성이라네. 최근 시조님의 천량검결을 단 하룻밤 만에 깨우친 불세출의 천재지."
그 말에 당철영의 눈이 가늘어졌다.
"천량검결이라니요. 백 년 동안 실종되었다가 찾은 세가의 절예가 아닙니까? 소문은 들었습니다만, 내공이 없는 삼공자께서 그걸 깨우치셨다니 믿기 어렵군요."
당철영은 술잔을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궁세가의 검법은 무림의 으뜸이라 들었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당가의 보잘것없는 암기로 삼공자의 신묘한 검술을 가볍게 시험해 보아도 되겠습니까? 내력은 쓰지 않고, 오직 초식의 변화로만 겨루는 것으로 말입니다."
연회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팽팽해졌다.
가주 남궁태황은 아들의 신체 상태를 걱정했으나, 대장로 남궁벽은 인자하게 웃으며 남궁성을 바라보았다.
"삼공자, 당가 소협의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 가볍게 초식만 보여주려무나."
남궁성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 늙은이가 미쳤나! 내력 없이 겨루는 건 나한테 살인 행위라고!'
남궁성은 황급히 눈을 감고 예지력을 발동했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연무장 한가운데서 당철영이 소매를 펄럭이며 세 자루의 은침(銀針)을 날린다.
남궁성은 목검을 들고 어떻게든 막아보려 휘두르지만, 은침의 궤적을 쫓지 못하고 어깨와 팔뚝에 팍 팍 꽂힌다.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지고, 당철영은 "겨우 이 정도였습니까?"라며 비웃는 끔찍한 파국이었다.
"으으……."
머리가 쪼개질 듯 아파왔다. 인과율을 비틀어야 했다.
'은침이 날아오는 궤적은 정확히 상단, 중단, 하단 세 군데다. 내가 저걸 몸을 굽혀 피하려면…… 어라?'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조정했다.
만약 당철영이 암기를 날리는 찰나에, 남궁성이 재채기를 하며 몸을 반으로 접는다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미래의 궤적이 뻗어 나갔다.
남궁성이 엣취! 하며 앞으로 꼬꾸라지듯 재채기를 하자, 상단과 중단으로 날아오던 두 자루의 은침이 허공을 갈랐다. 하단으로 날아오던 마지막 한 자루는 남궁성이 쥐고 있던 목검의 손잡이를 툭 치며 튕겨 나갔다.
그리고 남궁성이 재채기의 반동으로 목검을 손에서 놓치게 되는데, 그 목검이 바닥을 미끄러지듯 굴러가 당철영의 발목을 툭 친다. 당철영은 당황하여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데, 하필 그 자리에 놓여 있던 술독에 걸려 뒤로 자빠지며 머리에 술을 뒤집어쓰는 미래가 그려졌다.
'좋아! 재채기다! 마침 연회장에 피워둔 향 냄새 때문에 코가 근질거리기도 했고.'
남궁성은 힘겹게 눈을 뜨고 연무장 중앙으로 걸어 나갔다. 대장로가 건네준 연습용 목검을 대충 쥔 채였다.
당철영은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포권을 취했다.
"삼공자, 당가의 암기는 피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오너라."
남궁성은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목검을 세웠다.
당철영의 손끝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스스슥!
눈으로 쫓기 힘든 쾌속한 속도로 세 자루의 은침이 남궁성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밤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파공음이 울렸다.
바로 그 순간.
남궁성의 코끝이 맹렬하게 간지러워졌다.
"엣…… 엣……!"
남궁성은 온몸의 근육을 수축하며 뒤로 장엄하게 신형을 꺾었다가, 앞으로 폭발적인 재채기를 내뿜었다.
"에에엣취!!!"
거의 비명에 가까운 재채기 소리와 함께 남궁성의 상체가 90도로 꺾였다.
슝! 슝!
상단과 중단을 노리고 날아온 두 자루의 은침이 남궁성의 머리칼 한 올 차이로 스쳐 지나가 기둥에 박혔다.
그와 동시에 남궁성이 90도로 꼬꾸라지면서 손에 힘이 풀려 목검을 놓쳤다.
탁!
하단을 노리던 마지막 은침이 우연히 바닥으로 떨어지던 목검의 코등이를 맞고 튕겨 나갔다.
손에서 빠져나간 목검은 바닥에 쏟아진 기름진 고기 기름을 타고 번개처럼 미끄러져 날아갔다.
스르르륵!
당철영은 자신의 신묘한 삼중 암기가 재채기 한 번에 전부 무력화되자 경악했다.
'이, 이게 무슨 신법이란 말인가?!'
그 순간, 바닥을 타고 광속으로 미끄러져 온 목검이 당철영의 발목을 정확히 후려쳤다.
탁!
"으앗?!"
당철영은 다리가 걸려 중심을 잃고 뒤로 허우적거렸다. 하필이면 그의 등 뒤에는 빈객들이 마시다 놔둔 거대한 청동 술독이 놓여 있었다.
쿵! 콰당탕!
당철영은 술독을 들이받으며 뒤로 나자빠졌고, 술독에 가득 차 있던 묵직한 오십 년 은장주(銀裝酒)가 그의 머리 위로 폭포처럼 쏟아졌다.
"푸하핫! 쿨럭! 콜록!"
술에 흠뻑 젖은 생쥐 꼴이 된 당철영은 비참하게 연무장 바닥을 뒹굴었다.
연회석은 순간 차가운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그리고 이내, 무림 명숙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오……! 방금 그것은 천량검결의 제3초식, '천량곡우(天梁曲雨)'가 아니던가!"
"그렇소! 몸을 굽혀 바람의 흐름을 피하고, 버려진 검을 기경(奇勁)으로 밀어내어 상대의 하반을 무너뜨리는 극의의 수법! 심지어 재채기 소리를 빌려 내력을 숨기는 대담함까지!"
"과연 남궁세가의 기린아로다! 검을 쥐지 않고도 상대를 농락하다니, 그 경지가 참으로 삼라만상에 닿아 있구나!"
당가 소협 당철영은 젖은 옷을 쥐어짜며 허망한 표정으로 남궁성을 바라보았다.
'재채기 소리로 내 기의 흐름을 흩뜨리고, 목검의 탄성을 이용해 내 발목을 저격했다니…… 이 어찌 인간의 계산이란 말인가!'
그는 완전히 기가 죽은 채 포권을 취했다.
"……삼공자의 신묘한 검술에 깊은 패배를 시인합니다. 당가의 암기가 부끄러울 뿐입니다."
남궁성은 콧물을 닦으며 속으로 울부짖었다.
'아니라고…… 진짜 재채기한 거라고…… 옷에 술 묻은 것 좀 봐…….'
두통이 다시 밀려왔지만, 남궁성은 애써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벼운 장난이었을 뿐이네. 당가 소협도 다치지 않아 다행이군."
그 대인배 같은 면모에 연회장은 다시 한번 감동의 도가니탕이 되었고, 남궁성은 그렇게 또 한 번 기적의 재채기로 사천당가의 자존심을 꺾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