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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13화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13화: 잠이나 자려다 판을 흔들다

남궁철을 똥통에 처박아 버린 사건 이후, 세가 내에서 남궁성의 위상은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연무장에 모인 다른 소가주 후보들은 남궁성이 나타나기만 해도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그가 가볍게 기침만 해도 "삼공자께서 내력을 조율하시는가?"라며 긴장했고, 그가 발끝으로 흙바닥을 툭툭 치면 "새로운 보법의 기틀을 닦으시는구나!" 하고 수군댔다.

하지만 정작 남궁성은 미칠 지경이었다.

'망했다. 일이 너무 커졌어. 이대로 가다간 진짜로 소가주가 되어 무림맹에 끌려가거나 마교랑 싸워야 할지도 몰라.'

소가주가 되면 한량처럼 빈둥거리며 맛있는 걸 먹고 노는 생활은 끝이었다. 어떻게든 이번 경합에서 자연스럽고도 완벽하게 탈락해야만 했다.

마침내 소가주 경선의 첫 관문인 예선전 날이 밝았다.

가주 남궁태황이 연단에 올라 웅장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첫 관문의 시험지는 세가 후원에 위치한 만죽림(萬竹林)이다! 만죽림 곳곳에는 청동패, 백은패, 그리고 단 하나뿐인 황금패가 숨겨져 있다. 오늘 해가 지기 전까지 가장 가치 있는 패를 가지고 돌아오는 자가 본선의 우선권을 쥐게 될 것이다!"

만죽림은 단순한 대나무 숲이 아니었다. 세가의 시조가 기문둔갑의 진법을 걸어둔 곳으로, 길을 잃기 십상이었고 숲속에는 사나운 산짐승들도 서식하고 있었다. 게다가 후보자 간의 가벼운 무력 충돌이나 방해도 허용되었다.

'좋아. 숲에 들어가자마자 구석진 곳에 텐트를 치고 잠이나 자는 거야. 해가 질 때쯤 청동패조차 없이 빈손으로 털털거리며 기어 나오면 탈락이겠지!'

남궁성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만죽림 입구로 걸어 들어갔다.
대나무 숲은 울창했고, 푸른 기운이 가득했다. 다른 후보들은 눈에 불을 켜고 사방으로 흩어졌으나, 남궁성은 반대 방향인 가장 외진 수풀림 쪽으로 느릿느릿 걸어갔다.

'여기쯤이면 아무도 안 오겠지.'

대나무 그늘 아래, 푹신한 잔디밭을 발견한 남궁성은 등을 대고 누우려다 혹시 몰라 눈을 감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바람 소리가 쏴아 하고 숲을 흔드는 소리가 들렸다.
남궁성이 누워서 한참 침을 흘리며 자고 있을 때, 갑자기 덤불 속에서 멧돼지 크기만 한 거대한 산독저(山毒猪-뿔 달린 산돼지)가 튀어나왔다. 놈은 잠들어 있는 남궁성의 엉덩이를 향해 사정없이 돌진했고, 남궁성은 엉덩이가 꿰뚫린 채 비명을 지르며 숲을 뒹구는 끔찍한 미래가 보였다.

"으헉!"

남궁성은 엉덩이를 감싸 쥐며 벌떡 일어났다.
'이 자리는 안 돼! 내 엉덩이는 소중하다고!'

그는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조금 더 깊은 쪽으로 들어가 다른 그늘을 찾아 눈을 감았다.
다시 1각 뒤의 미래.

그늘에 누워 있던 남궁성의 귓가에 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촌인 남궁휘가 방계 후보 세 명에게 포위당해 기습을 받고 있었다. 방계 후보들은 남궁휘를 탈락시키기 위해 연합을 맺은 상태였다. 그들의 난전 속에서 날아온 부러진 검날이 남궁성의 이마에 팍 꽂히며 유혈 사태가 일어나는 미래였다.

'이건 더 위험하잖아!'

남궁성은 이마를 짚으며 끙끙 앓았다. 뇌리가 지끈거리는 두통이 찾아왔다. 인과율을 비틀어야만 목숨을 보존하고 편하게 누워 쉴 수 있었다.

'산돼지가 나타나는 시간과, 휘가 습격당하는 위치를 조율해야 해.'

남궁성은 머리를 굴렸다.
만약 산돼지가 나타날 덤불 근처에 미리 돌멩이를 던져서 산돼지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린다면?
그리고 그 산돼지가 도망치는 방향을 남궁휘가 습격당하고 있는 숲 쪽으로 유도한다면?

예지가 실시간으로 수정되었다.
남궁성이 덤불 너머로 돌을 던지자, 깜짝 놀란 산돼지가 꿀꿀거리며 반대 방향으로 맹렬하게 질주했다. 질주한 산돼지는 대나무 숲을 뚫고 지나가, 남궁휘를 둘러싸고 습격하려던 방계 후보들의 등 뒤를 덮쳤다.

갑작스러운 멧돼지의 기습에 방계 후보들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지고, 그 와중에 한 녀석의 품에서 떨어진 물건이 대나무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 남궁성의 발밑으로 배달되는 미래가 그려졌다.

'좋아, 안전하고 완벽하군. 나한테 피해도 안 오고 쉴 수 있겠어.'

남궁성은 심호흡을 한 뒤, 숲속 바닥에서 큼지막한 돌멩이 하나를 주웠다.
바람의 세기와 대나무 잎이 서걱거리는 소리로 미루어 보아, 대략 1각의 시간이 임박했다.

슉!
남궁성은 힘껏 돌멩이를 저 멀리 덤불 속으로 던졌다.
부스럭, 쾅!

"끼에에엑!"

과연 미래에서 본 대로 멧돼지 울음소리가 숲을 울렸다. 엄청난 크기의 산독저가 붉은 눈을 부릅뜨고 덤불 속에서 튀어나왔다. 놈은 돌이 날아온 방향에 깜짝 놀라, 남궁성이 있는 곳의 반대편으로 맹렬하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쿵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멧돼지가 사라진 직후, 저 멀리 대나무 숲 사이에서 거친 기합 소리가 들려왔다.

"남궁휘! 얌전히 패를 넘기고 탈락해라!"
"비겁하게 셋이서 연합을 맺다니!"

남궁휘의 외침이었다. 방계 후보 삼인방이 검을 뽑아 들고 남궁휘를 압박하는 찰나였다.
그때, 수풀을 헤치고 거대한 산독저가 돌진해 들어왔다.

"끼에에엑!"
"으악! 멧돼지다!"
"엄마야! 왜 여기서 저게 튀어나와?!"

방계 후보들은 기겁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멧돼지는 무차별적으로 들이받았고, 그 기세에 눌린 방계 후보들은 만죽림을 탈락 처리해 주는 호위 무사들에게 구조 요청을 보내며 숲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남궁휘 역시 멧돼지를 피해 나무 위로 신형을 날렸다.

한편, 도망치던 방계 후보 중 대장 격인 녀석이 허둥지둥 뛰어가다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졌다. 그 바람에 그의 품속에 소중히 보관되어 있던 비단 주머니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데굴데굴.

비단 주머니는 기가 막힌 포물선을 그리며 덤불을 지나, 숲속 그늘에 멍하니 서 있던 남궁성의 신발 코앞에 툭 떨어졌다.

남궁성은 황당한 표정으로 비단 주머니를 집어 들었다. 주머니 속에서 묵직하고 차가운 질감이 느껴졌다. 꺼내 보니,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색의 패였다.

[黃金 (황금)]

"……어?"
남궁성은 멍하니 황금패를 바라보았다.

나무 위에서 멧돼지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상황을 지켜보던 남궁휘는, 이 모든 과정을 위에서 똑똑히 목격하고 있었다. 그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심하게 흔들렸다.

'이, 이건…… 말도 안 된다.'

남궁휘는 머릿속으로 조각을 맞추기 시작했다.
사촌 형님 남궁성은 예선이 시작되자마자 진법의 눈(陣眼)을 정확히 읽고 만죽림에서 가장 조용하고 안전한 자리를 선점했다. 그리고 자신이 습격당할 위기에 처하자, 기척도 내지 않고 땅의 기운과 짐승의 습성을 이용해 돌멩이 하나로 산독저를 부렸다.

산독저는 방계 후보들의 포위망을 완벽하게 파괴했고, 형님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가장 귀중한 황금패를 손에 넣으셨다.

남궁휘는 나무에서 가볍게 내려와 남궁성에게 다가갔다. 그의 눈에는 깊은 감동과 전율이 서려 있었다.

"형님…… 저를 구해주시기 위해 이런 신묘한 안계를 펼치신 것입니까? 게다가 황금패마저 이미 형님의 계산 아래에 있었군요."

남궁성은 황금패를 쥔 채 바들바들 떨었다.
'아니야…… 나 그냥 자려고 돌 던진 거야…… 이거 너 줄게…… 제발 가져가…….'

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이미 남궁휘의 눈빛은 "형님의 위대함을 또 한 번 깨달았습니다"라고 웅변하고 있었다.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예선 첫날에도 잠이나 자려다 가문 역사상 최단 시간으로 황금패를 획득하는 대기록을 세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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