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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12화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12화: 소가주 경선, 시작도 전에 판이 깔리다

"들었는가? 삼공자께서 천량검결의 첫 초식을 반나절 만에 깨우치셨다네!"
"에이, 설마. 내공도 없는 삼공자가 어떻게 조상님의 비전을?"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네! 대장로님이 삼공자의 처소에서 나오시며 눈물을 흘리며 포권을 취하시는 모습을! 게다가 방 안에는 삼공자가 무형의 쾌검으로 일도양단한 맹독 지네가 꽂혀 있었다더군!"

소문은 발 없는 말이 되어 남궁세가 전체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원래 남궁세가의 차기 소가주 자리는 대공자 남궁휘의 독무대가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느닷없이 깨어난 '미친개' 남궁성의 기행과 기연이 겹치면서, 세가의 판도는 완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형님."

처소의 뜰에서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던 남궁성은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남궁휘였다. 푸른 무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그는 이전보다 훨씬 더 진중하고 복잡한 눈빛으로 남궁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휘로구나. 무슨 일이냐?"

남궁성은 애써 태연한 척하며 물었다. 속으로는 잔뜩 긴장해 있었다. '이 녀석, 설마 나한테 대련하자고 찾아온 건 아니겠지?'

남궁휘는 굳은 표정으로 허리를 숙여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형님께서 천량검결을 단숨에 깨우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역시 형님께서는 그동안 세가의 이목을 피해 발톱을 숨기고 계셨던 것이군요."

"아니, 휘야. 그건 오해다. 진짜로 나뭇가지 주우려다 넘어진 거고, 어제는 그냥 벌레가 날아와서……."

"형님, 더 이상 저를 기만하지 마십시오."
남궁휘의 눈빛이 흔들렸다.
"형님의 그 깊은 안목과 혜안을 보며, 제가 그동안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소가주 후보로서 쉽게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비록 형님의 경지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최종 경합의 무대에서 부끄럽지 않은 승부를 겨루고 싶습니다."

남궁휘는 결연한 의지를 불태우며 등을 돌려 사라졌다.
남궁성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니, 내 말을 왜 아무도 안 믿어주는 거야! 진짜라고! 나 무공 못 한다고!'

답답함에 미쳐버릴 것 같던 바로 그 순간, 뜰 안으로 시끄러운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남궁휘와는 전혀 다른, 거칠고 오만한 기운을 뿜어내는 무리였다. 그 선두에는 이모벌 되는 방계 출신의 천재이자, 평소 남궁성을 대놓고 무시하던 삼촌의 아들, 남궁철(南宮鐵)이 서 있었다.

"여어, 삼공자. 기절했다가 깨어나더니 아주 가문 전체를 들쑤셔 놓으셨군 그래."

남궁철은 삐딱하게 서서 남궁성을 내려다보았다.
"천량검결을 깨우쳐? 지네를 무형검으로 벴어? 하하! 장로님들이 나이를 드시더니 노망이라도 나신 모양이군. 내공 한 푼 없는 네놈이 비전을 깨달았다는 해괴한 소문을 곧이곧대로 믿으라니."

남궁성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왔구나, 시비 거는 놈!'

남궁철은 허리에 찬 철검을 툭툭 치며 차갑게 웃었다.
"억울하면 지금 여기서 나와 가볍게 한 수 겨뤄보는 건 어떻겠나? 삼공자의 대단하신 무학을 이 사촌 동생에게도 조금 보여주시지."

그의 기세는 흉흉했다. 진짜로 남궁성의 밑천을 털어 가문 내에서 망신을 주겠다는 심산이었다.

'망했다. 저놈 성격에 진짜로 달려들 텐데. 나는 내공도 없고 초식도 모른다. 한 대만 맞아도 뼈가 부러질 텐데!'

남궁성은 필사적으로 눈을 감고 예지력을 발동했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마당 한가운데서 남궁철이 사나운 검세를 펼치며 기습적으로 찌르고 들어온다.
무방비 상태의 남궁성은 피하지 못하고 가슴에 큰 타격을 입고 뒤로 날아가 피를 토한다. 장로들이 달려와 말리지만, 이미 뼈가 부러지고 내공이 전혀 없음이 천하에 드러나 비웃음을 당하는 미래였다.

'안 돼! 뼈가 부러지는 건 아프단 말이야!'

남궁성은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을 견디며 인과율을 비틀 대안을 찾았다.
1각 뒤, 남궁철이 찌르고 들어오는 순간에 내가 미리 바닥의 흙먼지를 뿌리거나 뒤로 자빠지면 어떻게 될까?

다시 예지를 발동했다.
남궁철이 찌를 때 뒤로 자빠지면, 남궁철의 검 끝이 헛돌면서 기세가 꺾일 것이다. 하지만 남궁철은 곧바로 발길질로 남궁성의 옆구리를 걷어차 갈비뼈를 부러뜨릴 터였다.

'이것도 안 돼! 그럼 자빠지면서 발을 뻗어 저놈의 다리를 걸면?'

미래의 궤적이 요동치며 뒤바뀌었다.
찌르고 들어오는 남궁철을 피해 왼쪽으로 미끄러지듯 자빠지면, 남궁철은 당황하여 진각(震脚)을 강하게 밟을 것이다. 그런데 마당 구석에는 며칠 전 비로 인해 지반이 약해져 위태위태한 디딤돌이 하나 있었다.

만약 남궁성이 자빠지는 과정에서 그 디딤돌을 살짝 건드려 위치를 바꾸어 놓는다면?

남궁철은 강하게 진각을 밟는 순간, 중심이 무너져 허공으로 붕 뜰 것이었다.

'좋아, 이거다! 저 위태로운 돌멩이를 살짝 밟아 비틀어 놓자.'

예지를 마치자마자 남궁성의 머리가 쪼개질 듯이 아파왔다. 그는 윽 소리를 내며 이마를 짚었다.

"왜 그러나, 삼공자? 무서워서 머리라도 아픈 척하는 건가?"
남궁철이 비웃으며 검을 뽑아 들었다.
"구차하게 굴지 말고 검을 잡아라!"

남궁성은 비틀거리며 마당으로 나섰다. 대장로가 주고 간 목검을 대충 쥔 채였다.
"좋다…… 가볍게 한 수 겨뤄보지."

남궁철의 눈에 독기가 올랐다.
"간다!"

슉!
남궁철의 검이 번개처럼 남궁성의 가슴을 향해 쏘아져 들어왔다. 무식할 정도로 빠르고 강한 일격이었다.

남궁성은 미래에서 본 타이밍을 떠올리며 몸을 움직였다.
'지금이다!'

남궁성은 검을 휘두르는 시늉도 하지 않고, 그저 발을 헛디딘 척 왼쪽으로 픽 쓰러졌다.
"으앗!"

그와 동시에 그의 오른발 끝이 흙바닥에 박혀 있던 디딤돌의 모서리를 슬쩍 걷어찼다. 디딤돌은 원래 자리에서 딱 손가락 한 마디만큼 옆으로 어긋났다.

남궁철은 쓰러지는 남궁성을 보고 비열하게 웃었다.
"어딜 도망치느냐!"

그는 방향을 꺾기 위해 오른발로 마당 바닥을 강하게 굴렀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내력이 실린 발걸음이 디딤돌을 때렸다.

콰직!
디딤돌은 어긋나 있었기에 힘을 지탱하지 못하고 그대로 뒤집어졌다. 지반 아래에 고여 있던 빗물 섞인 진흙이 뿜어져 나왔고, 기세를 실어 밟았던 남궁철의 다리가 허공에서 미끄러졌다.

"어, 어어?!"

남궁철의 몸이 중심을 완전히 잃고 허공으로 붕 떴다.
남궁성은 바닥에 쓰러진 채로, 그 위를 날아가는 사촌 동생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필이면 그 궤적의 끝에는 마당을 정리하던 하인들이 미처 치우지 못한 똥거름 양동이가 놓여 있었다.

푸드덕! 콰당탕!

남궁철은 머리부터 똥통에 처박혔고, 지독한 악취와 함께 마당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기절한 것인지, 아니면 충격과 수치심 때문인지 그는 바닥에 뻗어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주변에서 대련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던 수십 명의 무사들과 하인들이 일제히 숨을 들이켰다.
사방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들의 눈에 비친 광경은 그야말로 기적과도 같았다.

삼공자 남궁성은 상대의 매서운 검로를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검을 뽑지도 않은 채, 그저 몸을 비틀어 상대의 기세를 유유히 흘려보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신묘한 발끝의 움직임으로 지반의 약점인 디딤돌을 단 1푼의 오차도 없이 비틀어, 상대가 자신의 내력을 통제하지 못하고 자멸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차력타력(借力打力)이자 접인도하(接引渡河)의 극의인가!'

"검을 쓰지도 않고 상대를 쓰러뜨렸어……."
"상대의 내력과 주변 환경, 땅의 이치마저 완벽하게 계산해 낸 신산귀모(神算鬼謀)의 보법이다!"

무사들은 웅성거리며 남궁성을 향해 경외감 어린 시선을 보냈다.

남궁성은 흙먼지를 털며 비틀비틀 일어났다. 머리는 지끈거리고, 옷에는 남궁철이 튀긴 진흙이 묻어 엉망이었다. 게다가 코를 찌르는 악취까지 더해져 인상이 찌푸려졌다.

"에잇, 더러워라……."

남궁성이 혀를 차며 처소 안으로 들어가 버리자, 밖에 남은 무사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적을 똥통에 처박아 수치심을 안겨주면서도, 살생을 피하고 가볍게 교훈을 주시는 저 대범함!"
"역시 삼공자님은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깊은 뜻을 품고 계신다!"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또 한 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촌 천재를 똥통에 처박으며 자신의 '무서운 경지'를 가문 전체에 각인시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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