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 나쁜 요리사가 성찬을 고친다

2화: 두 무더기
도윤은 바구니 앞에 무릎을 꿇었다.
홀 바닥은 차가웠다. 등 뒤에서는 아이의 숨이 짧게 끊겼다. 보호자의 울음이 커질 때마다 미라의 열쇠 꾸러미가 잘게 떨렸다.
"물. 깨끗한 물이 필요합니다."
"이미 가져왔어."
미라는 대답하면서도 도윤의 소매를 놓지 않았다. 당기면 바로 밀쳐낼 힘이었다.
도윤은 그녀의 손이 아니라 뿌리채소를 보았다.
"애한테 바로 먹이는 거 아닙니다. 먼저 씻어야 합니다."
"시간 없다고!"
아이의 어머니가 소리쳤다. 도윤은 고개를 들었다. 아이의 손가락은 안쪽으로 더 말려 있었다. 입술의 푸른빛도 짙어졌다.
그래도 지금 아무거나 먹이면 더 나빠질 수 있었다.
"확정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쪽은 먹이면 안 됩니다."
도윤은 쇠비린내가 나는 채소를 왼쪽에 놓았다. 흙냄새가 나는 채소는 오른쪽에 두었다.
손님 중 누군가가 비웃듯 숨을 뱉었다.
"똑같이 생겼는데."
맞았다. 겉은 거의 같았다.
도윤은 오른쪽 채소 하나를 물에 담갔다. 손가락으로 흙을 문지르자 갈색 물이 퍼졌다. 껍질 아래에서는 마른 흙과 오래된 전분 냄새가 났다.
왼쪽 채소를 씻을 때는 달랐다.
흙이 떨어져 나가자 껍질 밑의 잔금에서 차가운 냄새가 올라왔다. 쇠를 물에 오래 담가 두었을 때 나는 냄새와 비슷했지만 더 날카로웠다.
칼끝으로 얇게 벗기자 흰 속살 가장자리에서 작은 검은 점이 번졌다.
도윤은 노트를 펼쳤다.
B군. 세척 후에도 쇠비린내 유지. 껍질 밑 검은 점. 칼날 접촉 뒤 색 번짐. 먹이지 말 것.
"그걸 지금 적고 있어?"
미라가 낮게 물었다.
"잊으면 안 됩니다."
"애가 죽어 가는데?"
"그래서요."
도윤은 말끝을 자르고 빈 그릇 두 개를 당겼다.
"얇게 썰어 물에 담가 보겠습니다. 물이 어떻게 변하는지 봐야 합니다."
"물 더 쓰면 오늘 장사는 끝이야."
장사라는 단어만 또렷했다. 앞뒤의 복잡한 사정은 흐렸다. 그래도 뜻은 충분했다.
새벽솥에는 여유가 없었다.
도윤은 가장 얇은 칼을 골랐다. 칼집 안쪽에 오래된 찌꺼기가 말라 있었다. 그는 먼저 칼을 닦았다. 젖은 헝겊이 회색으로 변했다.
미라의 눈이 좁아졌다.
"느려."
"느리게 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도윤은 오른쪽 무더기의 채소를 종잇장처럼 얇게 썰었다. 물에 떨어뜨리자 흐린 전분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냄새는 흙냄새에서 연한 단내로 바뀌었다.
왼쪽 무더기도 같은 두께로 썰었다.
물에 닿자 조각 가장자리가 아주 미세하게 오그라들었다. 곧 그릇 둘레에 회색 막이 둘러졌다. 표면은 조용했는데 냄새는 더 올라왔다.
아이의 국그릇에 남아 있던 그 차가운 냄새였다.
"이건 아니야."
도윤은 왼쪽 그릇을 뒤로 밀었다.
"확실해?"
미라가 물었다.
"확실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같은 재료라면 물 반응이 이렇게 갈리면 안 됩니다."
그는 오른쪽 그릇의 물을 버리고 다시 헹궜다. 채소 가운데 단단한 부분만 남기고 껍질 쪽은 모두 잘라 냈다.
아이의 어머니가 울먹이며 다가왔다.
"살릴 수 있어?"
도윤은 그 말을 전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눈은 이해했다.
"멈춰 보겠습니다. 낫게 한다고는 못 합니다."
말을 하고 나서도 목이 말랐다. 그는 이 세계의 병을 몰랐다. 식독이라는 단어도 정확히 몰랐다.
할 수 있는 건 위험한 냄새를 줄이고 아이가 삼킬 수 있는 묽은 죽을 만드는 것뿐이었다.
도윤은 작은 솥을 찾았다. 안쪽에 눌어붙은 검은 막이 있었다. 손톱으로 긁자 묵은 탄 냄새가 났다.
"이 솥은 안 됩니다. 더 작은 거 없습니까?"
미라는 이를 악물었다가 주방으로 뛰어갔다. 곧 금이 간 작은 냄비를 들고 왔다.
"이게 전부야."
"금은 위쪽입니다. 물선 아래는 괜찮습니다."
도윤은 냄비를 두 번 헹궜다. 물을 붓고 안전하다고 판단한 채소 조각을 넣었다. 장작불은 고르지 않았다. 한쪽만 세고 한쪽은 죽어 있었다.
그는 냄비를 불 가장자리로 옮겼다.
"세게 끓이면 안 됩니다."
"왜?"
"냄새가 올라오면 걷어 내야 합니다. 넘기면 못 봅니다."
미라는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지만 더 묻지 않았다. 손님들이 웅성거렸다. 새벽솥에서 또 사고가 났다는 말이 조각조각 들렸다.
도윤은 타이머를 눌렀다.
03:00
물이 데워지는 동안 그는 떠오르는 거품을 작은 숟가락으로 걷었다. 첫 거품에서는 희미한 흙냄새가 났다. 두 번째 거품에서는 거의 냄새가 없었다.
죽이 되기에는 재료가 부족했다.
도윤은 남은 곡물을 찾았다. 포대 바닥에 쓸려 있던 작은 알곡뿐이었다.
"이거 먹던 겁니까?"
미라가 끄덕였다.
"아침에 남은 거. 비싸지 않은 거."
도윤은 알곡을 손바닥에 펼쳤다. 곰팡이 냄새는 없었다. 대신 묵은 자루 냄새가 났다.
그는 세 번 헹군 뒤 냄비에 조금만 넣었다.
죽은 너무 묽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나았다.
아이의 숨이 더 가늘어졌다. 보호자가 비명을 삼켰다. 도윤은 냄비를 내리고 나무숟가락으로 채소를 으깼다. 덩어리가 남지 않게 눌렀다.
손목이 떨렸다.
민재가 바닥에 넘어지던 소리가 다시 떠올랐다. 소스가 터지기 직전의 쇠 냄새도 함께 왔다.
이번에도 늦으면.
도윤은 이를 악물었다.
"한 번에 먹이지 마세요. 입술에 묻히고 삼키는지 봅니다."
"그걸로 돼?"
"모릅니다. 그래서 조금씩 합니다."
미라가 보호자를 붙잡았다. 도윤은 죽을 숟가락 끝에 아주 조금 올렸다. 손님 하나가 다가오려 하자 미라가 국자를 들었다.
"물러서."
처음으로 그녀가 도윤 편에 선 것처럼 보였다.
아니었다. 아이를 지키는 편에 선 것이다.
도윤은 죽을 아이의 입술에 묻혔다. 아이의 입은 처음엔 굳게 닫혀 있었다. 묽은 죽이 입술 사이로 스며들자 목이 아주 작게 움직였다.
한 방울.
두 방울.
세 번째에서 아이가 기침했다.
모두가 숨을 멈췄다. 도윤은 바로 숟가락을 뗐다. 아이의 등을 두드리지 않았다. 기침이 스스로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푸른 입술 끝에 조금 붉은빛이 돌아왔다.
손가락은 여전히 굳어 있었지만 갈고리처럼 말린 힘이 약해졌다.
"다시."
보호자가 울면서 말했다.
"천천히."
도윤은 타이머를 보았다. 삼 분이 지나 있었다. 그는 죽을 한 번 더 저었다. 바닥에 눌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이가 삼켰다.
숨소리가 짧은 칼질처럼 끊기던 것이 조금 길어졌다. 도윤은 그제야 자신이 숨을 참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미라가 아이의 손을 보았다.
"풀린다."
작은 속삭임이었다.
아이의 손가락은 완전히 펴지지 않았다. 입술도 아직 창백했다. 그래도 몸이 딱딱하게 굳어 가던 흐름은 멈췄다.
보호자는 죽 그릇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릇이 뜨거운지 확인하지도 못한 채 울음을 삼켰다.
손님들의 웅성거림도 낮아졌다. 안도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새벽솥 음식 때문에 그런 거잖아."
"또 식독이면 성찬원에 알려야 해."
성찬원이라는 말은 흐릿했다. 다만 미라의 얼굴이 그 단어에서 굳는 것은 보였다.
도윤은 왼쪽 무더기와 회색 막이 남은 그릇을 보았다.
"버리지 마세요."
"그걸 남겨?"
"원인 확인해야 합니다. 버리면 또 같은 일이 납니다."
미라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이는 보호자의 무릎에서 잠들듯 늘어졌다. 완전히 나은 얼굴은 아니었다. 그래도 숨은 이어졌다.
도윤은 노트에 적었다.
소량 섭취 후 호흡 안정. 손가락 경직 완화. 완치 아님. 원인 재료 보관 필요. 같은 바구니라도 세척 후 반응 다름.
볼펜 끝이 종이를 긁는 소리만 홀에 남았다.
미라가 그 앞에 섰다.
"당신 누구야."
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한도윤. 테스트 키친 조리사. 사고를 막지 못한 사람. 그것들 중 어느 것도 이곳에서 설명이 되지 않았다.
"요리사입니다."
미라는 웃지 않았다.
"요리사가 남의 주방 바닥에서 떨어져 나와?"
"그건 저도 모릅니다."
"거짓말이면 해 뜨기 전에 묶어서 넘길 거야."
뒤쪽 말은 반쯤 흐렸다. 하지만 묶는다는 뜻은 알아들었다.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전에 주방을 씻겠습니다."
미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뭐?"
"주방이 이 상태면 남은 재료도 못 씁니다. 칼집, 도마, 솥 안쪽, 물통부터 씻어야 합니다. 그리고 바구니 전체 무게를 나눠 적어야 합니다."
"지금 그게 중요해?"
"중요합니다. 아이가 먹은 건 여기서 나왔으니까요."
미라는 국자를 내려다보았다. 손잡이가 닳아 있었다. 오래 붙잡은 물건이었다.
"내일 빚쟁이가 와."
빚쟁이라는 말만 선명했다.
"그 전에 장사를 못 하면 이 여관은 끝이야. 손님은 방금 다 봤어. 애가 쓰러진 집에서 누가 다시 먹겠어?"
도윤은 홀을 보았다. 사람들은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보호자는 죽 그릇을 놓지 않았다.
새벽솥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냄비 안에는 아직 묽은 죽이 남아 있었다. 오른쪽 무더기에는 먹일 수 있을지 모르는 뿌리채소가 조금 남아 있었다.
도윤은 노트를 닫았다.
"하루만 주세요."
"뭘?"
"남은 재료로 먹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걸 나누겠습니다. 주방 씻고 물부터 끓이겠습니다. 장사를 할 수 있을지는 그다음에 봐야 합니다."
미라는 오래 침묵했다.
"당신을 믿는다는 뜻 아니야."
"압니다."
"도망가면?"
"도망갈 곳도 모릅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미라는 결국 물통을 발끝으로 밀었다.
"해 뜰 때까지 씻어. 그리고 내일 빚쟁이가 문 두드리기 전까지 손님이 먹을 걸 만들어. 못 하면 당신이 한 짓이 아니어도 새벽솥 책임으로 끝나."
도윤은 물통을 들었다. 손목의 타이머가 차갑게 닿았다.
주방으로 돌아서자 꺼진 줄 알았던 화덕 재 속에서 푸른빛이 아주 희미하게 번졌다.
방수 노트의 표지와 같은 색이었다.
도윤은 잠깐 멈췄다가 물통을 내려놓았다.
"일단 씻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