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

29화 처음 연 손
사무팀 담당자는 종이를 끝까지 펴지 못했다.
손끝이 먼저 멈췄다.
"감독님. 전 소속 구단에서 답이 왔습니다."
서시우는 훈련장을 보던 시선을 완전히 거두지 않았다.
벤 올리베리가 공 앞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조나 그랜트는 라인 밖에 서 있었다. 아직 이스트베리 선수가 아니었다.
아직은 모두가 보는 공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사람.
그리고 아직은, 모두가 들어도 되는 말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사람.
"다시 보내겠다는 겁니까."
"예. 이전 검사 이미지 스캔본 원본을 다시 보내겠다고 합니다."
앤서 핌스가 먼저 반응했다.
"원본을 다시?"
담당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쪽에 전달된 자료 묶음에는 파일명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첨부 원본은 없습니다."
조 코치가 노트북을 닫지 않은 채 물었다.
"누락입니까, 삭제입니까."
"그건 아직 모릅니다. 다만 다운로드 기록은 없습니다. 미리보기 호출 흔적만 남았습니다."
분석실 앞 공기가 낮아졌다.
없는 파일.
하지만 본 흔적.
서시우는 종이를 받았다.
파일명.
호출 시각.
전송 묶음 번호.
세 줄뿐이었다.
세 줄이면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 줄이면 함부로 말하기에는 너무 많았다.
"누가 열었는지 묻기 전에 무엇이 열렸는지부터 고정합니다."
앤서가 이를 악물었다.
"그 시간대 사람들을 전부 불러야 합니다."
"아직 아닙니다."
"아직도요?"
"지금 부르면 기록이 아니라 표정을 보게 됩니다."
서시우는 종이를 조 코치에게 넘겼다.
"원본 다운로드, 미리보기 호출, 내부 전달, 외부 전달을 나누세요. 같은 로그로 묶지 마십시오."
조 코치가 바로 화면을 열었다.
앤서는 불편한 얼굴로 훈련장을 봤다.
"그럼 훈련은요."
"계속합니다."
"이 상황에서?"
서시우는 공 앞의 벤을 보았다.
"말이 움직여도 공은 움직입니다."
앤서는 대답하지 못했다.
훈련장 안쪽에서 마르코 리드가 벤치에 앉은 채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직접 뛰지 못하는 주장의 지시였다.
첫 발은 보지 마라.
공이 갈 자리를 먼저 봐라.
벤은 알아들은 듯했지만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벤."
서시우가 라인 밖에서 불렀다.
"첫 번째는 사람."
벤이 낮게 중얼거렸다.
"두 번째는 소리."
"세 번째."
"공."
"순서를 지켜."
훈련이 다시 시작됐다.
중앙 미드필더가 벤에게 공을 밀어 넣었다. 조나가 오른쪽으로 빠지는 척하다가 멈췄다. 평소의 벤이라면 조나의 발을 봤을 것이다.
이번에도 처음에는 그랬다.
벤의 시선이 조나의 발목에 붙었다.
패스가 빠르게 나갔다.
공은 조나의 발 뒤로 흘렀다.
조나는 잡을 수 없었다.
벤이 입술을 깨물었다.
마르코가 벤치에서 말했다.
"늦은 게 아니야. 먼저 본 게 틀렸어."
벤이 고개를 들었다.
서시우가 짧게 말했다.
"다시."
두 번째 공이 들어왔다.
조나가 같은 움직임을 했다. 오른쪽으로 빠지는 척하다가 멈췄다.
벤의 고개가 이번에는 조나의 발을 지나갔다.
어깨.
골키퍼의 첫 걸음.
그리고 조나가 다시 뛰어 들어갈 빈칸.
공은 그곳으로 갔다.
조나가 반 박자 늦게 뛰었다.
그래도 닿았다.
완벽하진 않았다. 하지만 죽은 패스도 아니었다.
마르코가 다시 말했다.
"다시."
벤은 불평하지 않았다.
그게 제일 큰 변화였다.
서시우의 시야 옆에 작은 창이 떠올랐다.
[훈련 관찰]
- 벤 올리베리: 첫 터치 전 시선 순서 안정
- 무언 수비 전환 적응: 상승
- 조나 그랜트와의 실제 호흡: 검증 부족
서시우는 창을 닫았다.
숫자는 벤의 것이 아니었다.
벤에게 필요한 것은 점수가 아니라, 방금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감각이었다.
조나는 의료실 앞에 서 있었다.
입실하지 않았다.
문 앞도 아니었다.
딱 한 걸음 뒤.
그가 스스로 만든 선처럼 보였다.
"감독님."
"말해."
"제가 보아도 되는 건 어디까지입니까."
서시우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조나의 대리인은 복도 끝에서 통화 중이었다. 앤서는 두 사람 사이를 경계하는 얼굴로 서 있었다.
"훈련은 볼 수 있습니다."
"참여는요."
"안 됩니다."
"자료는요."
"당신 자료는 당신이 볼 수 있습니다. 우리 훈련 기록은 볼 수 없습니다."
조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불만이 없는 얼굴은 아니었다.
그래도 선을 밀고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 빠진 파일 말입니다."
앤서의 눈이 바로 날카로워졌다.
서시우가 먼저 물었다.
"당신은 본 적 있습니까."
"없습니다."
"파일명은."
"오늘 처음 들었습니다."
"그럼 그렇게 기록합니다."
조나는 잠깐 웃었다.
"믿는다는 뜻입니까."
"믿음은 기록보다 늦게 옵니다."
"그럼 지금은요."
"당신이 모르는 말을 모른다고 말한 겁니다."
조나는 그 대답을 한참 씹었다.
리암 애스크가 복도 의자에서 고개를 들었다. 손목에는 아직 스트랩이 감겨 있었다.
그는 오래 말하지 않았다.
"다음 공을 보게 하는 말은 짧아야 해요."
조나가 그를 봤다.
"저한테 하는 말입니까?"
"벤한테 하는 말이었는데, 당신도 들어도 됩니다."
조나는 다시 훈련장을 봤다.
벤이 공을 받기 전 한 박자 멈추는 장면.
마르코가 몸을 일으키지 못한 채 위치만 보는 장면.
서시우가 그 둘 사이에서 말보다 먼저 선을 긋는 장면.
조나는 낮게 말했다.
"여기는 기다리는 것도 훈련이군요."
서시우가 답했다.
"경기장에서는 대부분 그렇습니다."
그 말은 조나를 달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설 곳을 알려 줬다.
조나는 다시 한 걸음 뒤에 섰다.
스스로 만든 선을 지웠다가 다시 그은 사람처럼.
분석실의 불은 낮에도 하얬다.
조 코치는 화면 세 개를 띄워 놓았다.
"미리보기 호출은 외부 메일에서 온 게 아닙니다."
앤서가 바로 몸을 숙였다.
"그럼 내부입니까."
"내부 대체 계정입니다. 사무동 공용 처리용으로 열려 있던 임시 계정."
"누가 썼습니까."
"그게 아직 없습니다. 계정은 사람 이름이 아닙니다."
서시우는 화면을 봤다.
전 소속 구단.
이전 검사 이미지.
미리보기 호출.
다운로드 없음.
그리고 호출 시각.
언론팀 확인 통화가 있던 시간과 가까웠다.
가깝다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너무 많은 일을 망치는 말이 바로 그것이었다.
가깝다.
비슷하다.
같아 보인다.
서시우는 그 세 가지를 지웠다.
"같은 시각으로 묶을 기록만 가져오세요."
조 코치가 받아 적었다.
"복도 체류 기록, 방문자 로그, 내부 전화 착신, 임시 계정 발급 기록."
"그리고 영상업체 확인 통화는 공식 서면으로 다시."
앤서가 물었다.
"대체 직원을 의심하지 말라는 겁니까."
"의심은 합니다."
"그런데 왜 이름을 안 부릅니까."
"지목하면 그 사람만 봅니다. 의심하면 길을 봅니다."
앤서는 입을 닫았다.
분노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어디를 향해야 할지 몰라 흔들렸다.
화면에 이름들이 나타났다.
사무팀 담당자.
리암 애스크.
유스 골키퍼 장비 담당.
영상업체 대체 직원.
모두 같은 시간대에 사무동 복도 어딘가를 지나갔다.
누구도 답은 아니었다.
아직은.
그때 훈련장 쪽에서 짧은 탄성이 들렸다.
서시우는 화면에서 눈을 떼고 창밖을 봤다.
벤의 패스가 조나의 발이 아니라 조나가 들어갈 빈 공간에 떨어졌다.
이번에는 조나가 늦지 않았다.
공은 멈추지 않았다.
조나는 받아서 바로 안쪽으로 돌려놓았다. 유스 골키퍼가 한 걸음 먼저 나왔지만, 벤은 이미 다음 위치로 움직이고 있었다.
마르코가 벤치에서 처음으로 손뼉을 한 번 쳤다.
벤은 웃지 않았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지도 않았다.
서시우의 시야에 다시 창이 떠올랐다.
[훈련 관찰]
- 벤 올리베리: 다음 공간 인식 성공
- 조나 그랜트: 비공식 관찰 상태 유지
- 정보 경로 추적: 내부 계정 단서 확보
서시우는 창을 닫지 않았다.
세 줄이 같은 화면에 있었다.
공이 가는 길.
말이 가는 길.
사람이 지나간 길.
모두 다르게 생겼지만, 같은 것을 요구했다.
처음 움직인 손을 찾기 전에 처음 보인 방향을 놓치지 않는 것.
조 코치가 조용히 말했다.
"감독님. 하나 더 있습니다."
"말하세요."
"미리보기 호출 직후에 같은 계정으로 표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원본 파일명을 지운 건 아니고, 화면에 보이는 이름만요."
앤서가 숨을 들이켰다.
"뭐라고 바뀌었습니까."
조 코치가 화면을 돌렸다.
서시우는 그 줄을 읽었다.
old_scan_private
그리고 그 옆에 더 짧은 표시명.
training_note
훈련 기록.
없는 파일을 훈련 기록처럼 보이게 만든 이름.
앤서가 낮게 욕을 삼켰다.
"그럼 이건 조나 쪽이 아니라 우리 쪽에서..."
"아직 아닙니다."
서시우가 끊었다.
"계정이 우리 쪽이라는 것과 사람이 우리 쪽이라는 건 다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봤습니다."
"그래서 기록을 더 봅니다."
그 순간 새 메시지가 떴다.
이번에도 모두가 보는 화면이 아니었다.
[경고]
처음 연 손은 기록에 없다.
그러나 처음 본 눈은 훈련장에 있었다.
서시우는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훈련장에서는 벤이 다시 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나는 라인 밖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마르코는 벤치에서 손을 들고 있었다.
리암은 복도 의자에서 고개만 돌려 공의 다음 자리를 보고 있었다.
서시우는 시스템 창을 닫았다.
"조 코치."
"예."
"훈련장 카메라 각도와 사무동 복도 로그를 같은 시간축으로 놓으세요."
앤서가 눈을 좁혔다.
"훈련장까지 봅니까."
"누군가 파일을 열었는지 보려는 게 아닙니다."
서시우는 창밖의 공을 봤다.
벤의 다음 패스가 아직 오지 않았다.
"누가 먼저 보게 만들었는지 보려는 겁니다."
말이 지나가는 길과 공이 지나가는 길.
두 길이 이제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