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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27화

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

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

27화: 잠긴 화면

잠긴 화면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서시우는 의무실 공용 태블릿을 내려다봤다. 어제까지만 해도 치료 시간표와 부상자 명단이 떠 있던 화면이었다.

지금은 숫자 네 자리 없이는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 늦었다.

조 코치가 옆에서 낮게 말했다.

"임시 권한은 전부 닫았습니다. 공용 계정도 비활성화했습니다."

"늦었어."

"압니다."

아서 웨스트가 의무실 문 앞에서 팔짱을 꼈다.

"조나 메디컬을 하루 미루자. 이런 상황에서 새 선수를 들이는 건 위험해."

시우는 태블릿의 검은 화면에서 시선을 뗐다.

"미루면 더 위험합니다."

"왜?"

"누군가 우리 일정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배우니까요."

아서는 입을 다물었다.

마음에 드는 대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시우가 고르는 것은 편한 선택이 아니었다.

조 코치가 출입 기록을 띄웠다.

"어제 태블릿 열람 전후 의무실 출입자는 여섯 명입니다. 의무팀 둘, 리암, 유스 골키퍼, 장비 담당, 외부 세탁 업체 직원."

"세탁 업체."

"등록은 정상입니다. 다만 평소 담당자가 아니었습니다. 어제만 대체로 들어온 인력입니다."

아서의 얼굴이 굳었다.

"그럼 그 사람부터 잡아야지."

"확정하지 않습니다."

시우가 바로 잘랐다.

"출입 기록은 들어왔다는 뜻이지, 열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가능성은 있잖아."

"가능성으로 몰아붙이면 진짜 경로가 숨어 버립니다."

그때 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조나 그랜트가 대리인과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 두꺼운 점퍼 아래 원소속 구단 트레이닝복이 보였다.

그는 잠긴 태블릿 앞에서 멈췄다.

"제가 오늘부터 안쪽 사람입니까?"

대리인이 당황한 듯 조나를 봤다.

시우는 바로 답했다.

"아직 문 앞이야."

조나의 시선이 태블릿으로 내려갔다.

"문 앞에 선 사람에게도 잠긴 화면을 보여 줍니까?"

"보여 줄 수 있는 것만."

"보여 줄 수 없는 건요."

"들어온 뒤에도 전부 보여 주지는 않는다."

대리인의 표정이 굳었다.

시우는 물러서지 않았다.

"대신 네 이름이 밖에서 먼저 쓰이게 두지도 않는다."

조나는 잠시 말이 없었다.

의무실 안쪽에서는 리암 스콧이 스트레칭 밴드를 쥔 채 앉아 있었다. 뛰고 싶은 얼굴로 쉬고 있는 선수.

조나는 그 장면을 보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메디컬 받겠습니다."


훈련장은 평소보다 조용했다.

그러나 멈추지는 않았다.

마르코 리드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무릎 보호대가 그의 움직임을 줄였지만, 시선까지 줄이지는 못했다.

"오늘은 손을 외우지 마라."

어린 센터백이 되물었다.

"어제는 손신호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오늘은 더 어렵게 한다."

마르코가 왼쪽 손바닥을 천천히 폈다.

"손이 아니라 위치를 봐. 내가 손을 들기 전에 네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벤 오리어리는 공을 발밑에 놓고 있었다.

입은 닫혀 있었지만 눈은 닫히지 않았다.

시우는 그 얼굴을 알아봤다.

묻고 싶지만 묻지 않는 얼굴.

벤은 첫 번째 메시지만 안다. 두 번째 메시지와 조 코치에게 온 새 메시지들은 모른다.

말하지 않는 것이 보호인지, 또 다른 제한인지.

그 경계는 오늘도 얇았다.

"벤."

"네."

"공 받기 전에 주변을 두 번 보지 마."

벤의 눈썹이 움직였다.

"한 번만 보라는 겁니까?"

"첫 번째는 사람. 두 번째는 공이 갈 자리. 순서를 바꿔."

"그럼 두 번 보는 거 아닙니까?"

"지금까지는 공을 핑계로 사람을 봤어. 오늘은 사람을 핑계로 공의 다음 자리를 봐."

벤은 이해한 듯하면서도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

"어렵게 말하는 건 감독님 특기입니까?"

"쉬운 말은 밖으로 나가도 오래 남는다."

벤은 그 말의 의미를 전부 알지 못했다.

그래도 공을 굴렸다.

훈련이 시작됐다.

조나 박이 오른쪽으로 벌어졌다. 중앙 미드필더가 몸을 낮췄고, 어린 센터백은 마르코의 손을 보려다 멈췄다.

손보다 먼저 위치.

반 박자 늦지 않으려고 발을 옮겼다.

벤은 중앙을 봤다.

그리고 바로 공이 갈 자리를 봤다.

패스는 조나 박의 발보다 한 걸음 앞에 떨어졌다.

조나 박이 뛰어 들어가며 받았다.

마르코가 짧게 말했다.

"좋아. 다시."

칭찬은 짧았다.

그래서 더 훈련 같았다.

시우는 분석실 쪽으로 걸었다. 조 코치가 유리창 너머에서 노트북을 열고 있었다.

오늘부터 남기는 말도 훈련시켜야 했다.

피치 위에서 말한 것.

문서에만 적은 것.

둘은 달라야 했다.

시우는 분석실 안에서 짧은 메모를 남겼다.

왼손은 문이 아니라 그림자.

피치 위에서는 말하지 않은 문장.

잠긴 분석실 계정에만 남긴 문장.

조 코치가 그 문장을 보고 시우를 봤다.

"미끼입니까?"

"확인용 문구."

"누군가 보면요?"

"보면 안 되는 사람이 봤다는 뜻이지."

조 코치는 저장 버튼을 누르기 전 잠시 멈췄다.

"선수들은 모릅니다."

"몰라야 해."

시우는 피치 쪽을 봤다.

벤은 이번에도 공만 쳐다보지 않았다. 조나 박이 어디로 뛸지 보고, 공이 가야 할 자리를 먼저 열었다.

시야 한쪽에 푸른 창이 떠올랐다.

[훈련 관찰]
- 벤 오리어리: 외부 접촉 이후 집중 유지
- 무언어 수비 전환: 반복 성공률 상승
- 정보 노출 관리: 별도 추적 필요

시우는 창을 닫았다.

벤에게 필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었다.

공이 가야 할 자리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

그게 먼저였다.


조나의 메디컬은 조용히 시작됐다.

의무팀은 기본 검사를 진행했고, 대리인은 문진표를 한 장씩 확인했다. 아서는 불편한 얼굴로 벽 쪽에 서 있었다.

구단주보다 문지기처럼 보였다.

조나가 심전도 패드를 떼며 물었다.

"검사 결과는 누가 봅니까?"

의무 담당이 시우를 봤다.

시우가 답했다.

"의무팀, 나, 원소속 구단 지정 담당자. 필요한 범위 안에서만."

"공용 태블릿으로는 안 봅니까?"

대리인의 입술이 굳었다.

시우는 조나를 봤다.

"안 본다."

"어제는 봤습니까?"

"어제는 열려 있었다."

대리인이 낮게 말했다.

"그 말은 우리 자료도 열릴 수 있었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그래서 오늘 잠근 겁니다."

"늦었군요."

"네."

시우는 인정했다.

대리인은 그 대답에 더 화를 내지 못했다. 변명보다 불편한 인정이 협상장에서는 더 다루기 어렵다.

의무실 안쪽에서 리암 스콧이 밴드를 내려놓았다.

조나가 그를 봤다.

"당신은 왜 안 뛰죠?"

리암은 잠시 시우를 봤다. 허락을 구하는 눈이 아니라,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지 확인하는 눈이었다.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암이 말했다.

"뛰고 싶어도 멈추게 하는 팀이라서요."

조나는 그 대답을 곱씹었다.

"그게 좋은 겁니까?"

"그때는 짜증납니다."

리암은 밴드를 다시 잡았다.

"근데 다음 공을 보게 되긴 합니다."

조나는 더 묻지 않았다.

시스템도, 카드도, 적응률도 그 대답 안에는 없었다.

그래서 안전했다.

의무 담당이 검사지를 정리했다.

"1차 검사는 큰 문제 없습니다. 근육 반응도 정상 범위입니다. 다만 최종 소견은 원소속 구단 자료와 대조한 뒤 냅니다."

아서의 얼굴이 조금 풀렸다.

시우는 풀리지 않았다.

1차 메디컬은 통과가 아니다.

메디컬 통과도 등록이 아니다.

등록이 끝나기 전까지 조나는 아직 문 앞에 있다.

조나가 검사복 위에 점퍼를 걸치며 물었다.

"제가 아직 문 앞이면, 훈련장에는 못 들어갑니까?"

"볼 수는 있다."

"뛸 수는요."

"없다."

"예상했습니다."

그는 작게 웃었다.

"이 팀은 좋은 말을 늦게 하고, 싫은 말을 빨리 하는군요."

"그게 덜 다친다."

"마음은요?"

시우는 잠시 조나를 봤다.

"마음은 어차피 다친다."

조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시우는 말을 이었다.

"대신 다친 뒤 어디를 봐야 하는지 알려 줄 수는 있다."

조나는 의무실 문밖 피치를 봤다.

벤의 패스가 다시 오른쪽으로 열리고 있었다.


점심 전, 조 코치가 분석실 문을 닫았다.

이번에는 잠갔다.

잠근 뒤에야 말을 시작했다.

"세탁 업체 대체 직원 동선입니다."

화면에는 복도 CCTV 캡처가 떠 있었다. 남자는 모자를 눌러썼고, 작업복 위에 회색빛 방수 코트를 걸쳤다.

아서가 바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회색 코트인가?"

"비슷합니다. 하지만 같은 사람이라고 확정할 수 없습니다."

조 코치가 먼저 선을 그었다.

시우는 캡처를 오래 봤다.

색은 닮았다.

체격도 닮아 보였다.

하지만 닮았다는 것은 증거가 아니다.

"정지 시간이 있습니다."

조 코치가 영상을 넘겼다.

남자는 의무실 앞 복도에서 세탁물을 들고 멈췄다. 고개가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그 복도 끝 작은 창으로는 피치 일부가 보였다.

정확히 마르코가 손을 들던 구역.

시우가 물었다.

"얼마나."

"19초입니다."

아서는 이를 악물었다.

"충분하잖아."

"훈련 전체를 보기엔 부족합니다."

시우가 말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훈련인지는 알 수 있어."

조 코치가 다음 기록을 띄웠다.

"태블릿 열람은 그가 복도에 있던 시간과 완전히 겹치지는 않습니다. 3분 차이가 납니다."

"그럼 다른 사람이 열고, 저 사람은 피치를 봤을 수도 있겠군."

아서는 자기 말에 더 굳었다.

한 명이 아니면 더 나쁜 문제였다.

그때 조 코치의 휴대폰이 울렸다.

분석실에 있는 세 사람이 동시에 화면을 봤다.

새 번호.

짧은 문장.

왼손이 문이 아니면 그림자는 어디에 서야 하지?

분석실이 멈췄다.

피치에서는 말하지 않은 문장.

잠긴 메모에만 남긴 문장.

조 코치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방금 저장한 문구입니다."

아서는 낮게 말했다.

"잠갔다며."

"잠갔습니다."

시우는 화면을 빼앗듯 받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문장을 읽었다.

문구가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충분히 가까웠다.

누군가는 분석실 메모를 직접 봤거나, 그 메모를 본 사람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피치에서 본 손신호와 이어 붙였다.

시우는 창밖을 봤다.

벤은 아직 공을 차고 있었다. 조나 박이 뛰고, 어린 센터백이 반 박자 먼저 접었다. 마르코는 벤치에서 손을 들지 않고 위치만 보고 있었다.

선수들은 모른다.

모르게 해야 할 것과 알아야 할 것 사이의 선이 더 얇아졌다.

아서가 말했다.

"이제는 경찰을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

"부를 겁니다."

시우가 말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훈련장을 뒤집지는 않습니다."

"왜?"

"그럼 메시지를 보낸 쪽이 우리가 어디까지 아는지 압니다."

조 코치가 낮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시우는 휴대폰 화면을 껐다.

"다음 문구를 나눕니다."

"나눈다고요?"

"피치에서 들을 수 있는 말. 문서에서 볼 수 있는 말. 사람을 통해서만 나갈 수 있는 말."

아서가 시우를 봤다.

"선수들을 미끼로 쓰겠다는 건 아니겠지."

"선수는 제외합니다."

시우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선수들은 공을 봅니다. 미끼는 우리가 남기는 말로 충분합니다."

그때 분석실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조나 그랜트였다.

그는 문이 열리자 안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선을 지킬 줄 아는 얼굴이었다.

"검사 끝났습니다."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1차는 문제없다고 들었다."

"아직 이스트베리 선수는 아니고요."

"아직은."

조나는 잠긴 노트북 화면과 조 코치의 굳은 얼굴을 번갈아 봤다.

"제가 들어오려는 문이 꽤 시끄럽군요."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

대리인이 뒤에서 조나의 이름을 낮게 불렀다.

조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들어오면요."

"뭐?"

"들어오면 제 이름도 밖에서 먼저 쓰이게 두지 않는다고 했죠."

시우는 그를 봤다.

"그 말은 지킨다."

"그럼 원소속 구단 승인 끝날 때까지 저도 공식 채널 밖에서는 아무 말 안 하겠습니다."

조나는 피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벤의 패스가 다시 한 번 잔디를 갈랐다.

공은 말보다 빨랐다.

하지만 말은 공보다 오래 남았다.

시우는 그 사실을 이제 더 뚜렷하게 알았다.

조 코치의 휴대폰 화면이 다시 켜졌다.

새 메시지는 없었다.

그 빈 화면이 오히려 다음 말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시우는 낮게 말했다.

"오늘부터 잠그는 건 화면이 아니야."

아무도 묻지 않았다.

"말이 지나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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