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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26화

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

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

26화: 문 안의 소리

문은 잠겨 있었다.

서시우는 손잡이를 한 번 더 눌러 봤다. 금속은 움직이지 않았다. 회의실 안쪽도, 복도 쪽도 조용했다.

그래서 더 불편했다.

두 번째 메시지는 문이 열린 뒤에 온 것이 아니었다.

문이 닫힌 뒤에 왔다.

문을 닫아도 안에서 부르는 이름은 들린다.

조 코치가 복도 끝에서 돌아왔다. 손에는 출입 기록이 찍힌 태블릿이 들려 있었다.

"회의실 출입자는 그대로입니다. 감독님, 회장님, 저, 마르코. 중간에 들어온 사람은 없습니다."

아서 웨스트가 낮게 말했다.

"그럼 안에 있던 누군가라는 뜻 아닌가."

마르코 리드의 얼굴이 굳었다.

시우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닙니다."

"안에 있던 말을 밖에서 알았는데도?"

"말이 어디서 나갔는지와 사람이 어디 있었는지는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아서가 입을 다물었다.

마음에 드는 대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마음에 드는 답이 아니라, 틀리지 않는 순서였다.

조 코치가 화면을 넘겼다.

"회의 직후 보안 확인서 초안이 내부 공유 폴더에 올라갔습니다. 접근자는 사무동 계정 세 개와 의무실 공용 태블릿 하나입니다."

"의무실?"

"선수 치료 스케줄 확인용입니다. 지난달 부상 리포트 양식 때문에 임시 권한을 열어 둔 상태였습니다."

아서가 짧게 욕을 삼켰다.

"그걸 아직 닫지 않았다고?"

조 코치가 고개를 숙였다.

"제 실수입니다."

시우는 태블릿을 받았다.

공용 태블릿.

열린 문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열린 화면일 때가 있다.

"태블릿은 회수해."

"훈련은요?"

아서가 먼저 물었다.

"멈추자. 오늘은 전부 실내로 돌리고, 직원들부터 확인하는 게 맞아."

마르코가 시우를 봤다.

그 눈은 묻고 있었다.

선수들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선수들에게 의심을 먼저 가르칠 것인가.

시우는 창밖 피치를 봤다. 벤 오리어리가 조나 박에게 짧은 패스를 내주고 있었다. 벤은 아직 두 번째 메시지를 모른다. 알아야 할 때는 온다.

하지만 지금은 공을 보는 시간이 먼저였다.

"훈련은 계속합니다."

아서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 상황에서?"

"이 상황이라서요."

시우는 창가에서 몸을 돌렸다.

"멈추면 모두가 서로를 봅니다. 계속하면 누가 공을 보는지 보입니다."


피치 위의 소리는 이상하게 줄어 있었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었다. 선수들이 먼저 조용해졌다. 평소라면 이름을 부르고, 방향을 외치고, 실수를 웃어넘겼을 훈련이었다.

오늘은 공이 발에 맞는 소리만 컸다.

벤은 그 침묵을 가장 먼저 눈치챘다.

"감독님."

"말해."

"제 훈련 때문에 다들 입을 닫은 겁니까?"

"네 훈련 때문만은 아니야."

"그럼 더 싫은데요."

벤은 공을 밟았다.

불만을 숨기지 않는 얼굴이었다. 전보다 나아진 점이 있다면, 그 불만이 패스를 망치기 전에 입 밖으로 나온다는 것이었다.

마르코가 벤치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럼 오늘은 이름을 빼고 해 보자."

어린 센터백 하나가 마르코를 돌아봤다.

"이름을요?"

"그래. 이름을 안 부르면 누가 누구를 보는지 더 잘 보인다."

마르코는 뛰지 못했다.

대신 손을 들었다.

"첫 번째 손. 라인 올려. 두 번째 손. 등 뒤 닫아. 손바닥 아래. 뛰지 말고 기다려."

시우는 말리지 않았다.

마르코가 하려는 것을 알았다.

밖에서 이름을 훔쳐 간다면, 안에서는 이름 없이도 서로를 알아보게 만들면 된다.

"벤."

시우가 불렀다.

"공 받기 전에 말소리 찾지 마. 어제 네가 말한 대로 해."

"공을 먼저 보라고요?"

"공이 가야 할 자리."

벤의 입술이 굳었다.

훈련이 재개됐다.

조나 박이 오른쪽으로 벌어졌다. 벤은 중앙을 먼저 봤다. 예전 같으면 그 시선이 패스를 끌고 갔을 것이다.

이번에는 고개가 한 번 더 움직였다.

마르코의 손바닥이 아래로 눌렸다.

센터백이 반 박자 기다렸다.

그 기다림 때문에 바깥 길이 생겼다.

벤의 패스가 잔디를 갈랐다.

소리 없이 열린 길이었다.

조나 박이 공을 받았다.

벤은 곧장 주변을 둘러보지 않았다. 누가 자기를 봤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공의 다음 자리를 봤다.

시우의 시야 한쪽에 푸른 창이 떠올랐다.

[훈련 관찰]
- 벤 오리어리: 외부 자극 후 시선 회복 안정
- 무언어 수비 전환 적응: 초기 단계
- 과부하 위험: 관리 필요

시우는 창을 닫았다.

숫자가 좋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었다.

조 코치가 피치 옆으로 다가왔다.

"조나 그랜트 측입니다."


통화는 회의실이 아니라 분석실에서 받았다.

문은 열어 둔 채였다.

닫힌 문이 안전하다는 믿음을 잠시 접어 둔 것이다.

화면 속 조나 그랜트는 훈련복 차림이었다. 옆에는 대리인이 앉아 있었고, 뒤쪽 벽에는 원소속 구단 로고가 작게 보였다.

대리인이 먼저 말했다.

"원소속 구단은 메디컬 전 사전 자료 배포를 원하지 않습니다. 보안 이슈가 있다는 말이 들어갔습니다."

아서가 바로 시우를 봤다.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숨길 생각 없습니다. 우리 쪽에서 먼저 보냈습니다."

조나가 물었다.

"제가 가면 저도 메시지를 받습니까?"

정확한 질문이었다.

시우는 가볍게 만들지 않았다.

"받을 수도 있어."

대리인의 표정이 굳었다.

조나는 오히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가 오면, 구단은 저한테도 숨깁니까?"

"말할 수 있는 건 말한다. 다만 네가 공을 보기 전에 소문부터 보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건 벤에게도 한 말입니까?"

시우는 잠시 멈췄다.

벤의 이름이 나왔지만, 조나는 벤이 받은 메시지의 전부를 알지 못한다. 여기서 선을 그어야 했다.

"벤에게도 같은 원칙을 적용했다."

조나는 화면 너머에서 짧게 웃었다.

"감독님은 대답을 반만 하십니다."

"반만 알아야 할 때도 있어."

"그럼 저도 반만 묻겠습니다."

조나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내일 메디컬을 받으러 가면, 저는 이스트베리 선수가 됩니까?"

"아니."

시우는 바로 말했다.

"메디컬을 통과하고, 원소속 구단 승인과 임대 등록이 끝나야 한다."

"좋습니다."

조나의 대답이 빨랐다.

대리인이 그를 봤다.

"조나."

"확실해서 좋습니다. 아직 아니라고 말하는 팀이면, 됐다고 말할 때도 믿을 수 있겠죠."

아서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시우는 화면 속 조나를 봤다.

"내일 오전. 메디컬 먼저 진행한다. 훈련장 출입은 메디컬 이후에도 명단제로 제한한다."

"벤은 나옵니까?"

"나오지 않는다."

조나는 더 묻지 않았다.

그 침묵이 마음에 들었다.

묻지 않는 것도 때로는 팀에 들어오는 방식이었다.

통화가 끝나자 조 코치가 낮게 말했다.

"공용 태블릿 기록, 더 나왔습니다."


의무실 앞 복도는 좁았다.

부상자들이 기다리는 긴 의자, 얼음통, 벽에 붙은 치료 시간표. 그리고 충전 케이블에 꽂힌 낡은 태블릿 하나.

조 코치가 화면을 켰다.

"오후 12시 41분. 보안 확인서 초안 열람. 12시 43분 닫힘. 그 직후 외부 접속 기록은 없습니다."

아서가 물었다.

"누가 열었는지는?"

"공용 계정이라 개인 식별은 안 됩니다. 다만 그 시간 의무실 출입자는 여섯 명입니다. 의무팀 둘, 리암, 유스 골키퍼, 장비 담당, 그리고 외부 세탁 업체 직원."

"외부?"

"출입 등록은 되어 있습니다. 오래 거래한 업체입니다."

시우는 태블릿을 들었다.

화면에는 치료 스케줄 앱이 열려 있었다. 누구나 볼 수 있어야 하는 화면이었다.

그래서 누구나 만질 수 있었다.

그때 조 코치의 휴대폰이 울렸다.

같은 번호가 아니었다.

하지만 형식은 같았다.

짧은 문장.

이름 없는 훈련은 오래가지 않는다. 손은 결국 입보다 늦다.

마르코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말은 회의실에 없었다.

조나 측 통화에도 없었다.

피치 위 훈련을 본 사람만 쓸 수 있는 말이었다.

아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밖에서 봤다는 뜻인가?"

시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펜스 밖에서 봤을 수도 있다.

의무실 복도에서 화면을 봤을 수도 있다.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 문장은 보안 확인서 초안에 있던 표현과 닮아 있었다.

구두 정보와 손신호 전술 정보의 외부 사용 금지.

초안에만 있던 문장.

아직 최종본에는 들어가지 않은 문장.

시우는 공용 태블릿을 조 코치에게 넘겼다.

"이건 오늘부터 잠근다."

"출입자 확인은요?"

"전부 확인해. 하지만 범인 찾듯이 몰아붙이지 마."

아서가 시우를 봤다.

"그게 가능하겠나?"

"해야 합니다."

시우는 의무실 문을 봤다.

리암 스콧이 안쪽에서 스트레칭을 멈춘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는 시스템도, 카드도, 메시지도 모른다. 다만 구단의 공기가 바뀌었다는 것만 느끼고 있었다.

선수들이 먼저 의심을 배우면, 공은 두 번째가 된다.

그건 안 된다.

시우는 낮게 말했다.

"내일 조나 메디컬 전까지 누가 이 화면을 봤는지 확인해."

"그리고 훈련은요?"

밖에서 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름이 아니었다.

"손!"

짧은 외침 뒤 공이 움직였다.

시우는 그 소리를 들었다.

문 안의 소리.

문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 소리.

"계속한다."

시우가 말했다.

"대신 오늘부터, 우리가 남기는 모든 말도 훈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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