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

25화: 하룻밤의 답
아침은 답보다 먼저 왔다.
서시우는 사무동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창밖 훈련장에는 밤새 남은 물기가 얇게 깔려 있었고, 관리 직원 둘이 흰 선을 다시 긋고 있었다.
어제 닫았던 문은 다시 열려 있었다.
하지만 시우에게는 여전히 닫힌 것처럼 보였다.
조 코치가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발신 번호는 임시 번호입니다. 등록자 확인은 어렵습니다."
"활성화 시각은?"
"어제 동쪽 출입구 접근 기록보다 7분 뒤입니다."
아서 웨스트가 낮게 숨을 뱉었다.
"같은 사람이라는 뜻인가?"
"아닙니다."
시우가 잘랐다.
"같은 방향이라는 뜻입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탁자 위에는 두 장의 문서가 놓여 있었다. 하나는 조나 그랜트 임대 협상 초안. 다른 하나는 벤 오리어리 휴대폰에 도착한 메시지 캡처.
네 마지막 패스는 우연이 아니었다. 이야기할 사람이 있다.
문장은 짧았다.
그래서 더 나빴다.
벤의 마지막 패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경기장에서 본 사람은 많았지만, 그것이 벤에게 어떤 변화였는지 아는 사람은 적었다.
아는 사람처럼 말하는 메시지는 더 위험했다.
아서가 협상 초안을 밀었다.
"조나 쪽 답은 오늘 온다. 영입부터 닫아야 해."
"그래서 조건을 넣겠습니다."
"출전 시간?"
"개인 접촉 금지."
아서의 눈썹이 올라갔다.
"임대 협상서에?"
"네. 선수, 대리인, 스카우트, 제3자 모두 공식 채널 외 접촉 금지. 비공개 훈련 자료 외부 공유 금지. 위반 시 협상 중단."
"상대가 우리를 까다롭다고 볼 텐데."
"까다로운 게 맞습니다."
시우는 벤 메시지 캡처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우리는 선수를 빌리는 게 아니라, 문 안으로 사람을 들이는 겁니다."
조 코치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벤에게는 언제 말합니까?"
시우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벤은 아직 자신의 패스를 이해하는 중이었다. 그 앞에 소문과 스카우트와 낯선 번호를 한꺼번에 놓으면, 공보다 시선을 먼저 보게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끝까지 숨기면 그것도 보호가 아니었다.
"오늘 말한다."
아서가 물었다.
"전부?"
"말할 수 있는 만큼."
그때 조 코치의 태블릿이 울렸다.
발신자는 조나 그랜트 측 대리인.
내용은 짧았다.
전화보다 직접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오전 중 방문 가능합니까.
하룻밤의 답은 문서가 아니라 사람으로 오고 있었다.
조나 그랜트는 전날보다 더 말이 없었다.
대리인도 웃지 않았다. 다만 어제와 달리 먼저 악수를 청했다.
"조나가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무엇을요."
"어제 본 장면이 협상용 연출이었는지."
아서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시우는 그보다 먼저 말했다.
"연출이면 더 보기 좋았겠죠."
조나는 회의실에 들어오자마자 창밖을 봤다. 마르코 리드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보호대를 감은 무릎은 여전히 움직임이 제한적이었다.
"그 선수는 오늘도 못 뜁니까?"
"못 뜁니다."
"그럼 제가 오면 저 사람 역할을 해야 합니까?"
"아니."
시우는 조나 앞에 새 문서를 놓았다.
"마르코의 역할을 흉내 내라고 부르는 게 아닙니다. 네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만들려고 부르는 겁니다."
대리인이 서류를 확인했다.
"출전 시간 조항이 없습니다."
"대신 새 조항이 있습니다."
시우가 손가락으로 한 줄을 짚었다.
공식 채널 외 선수 개인 접촉 금지
대리인의 얼굴이 굳었다.
"이건 우리에게 하는 말입니까?"
"우리에게도 하는 말입니다."
회의실 공기가 낮아졌다.
시우는 말을 이었다.
"조나가 오면 같은 방식으로 보호받습니다. 동시에 같은 방식으로 제한받습니다. 누군가 벤에게 접근하든, 조나에게 접근하든, 구단 밖에서 이름을 부르면 멈춥니다."
조나는 문장을 읽었다.
"왜 지금 이 조항이 필요합니까?"
좋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모든 답을 줄 수는 없었다.
"어제 명단에 없는 사람이 출입구에 접근했습니다. 조나 측 동행이라고 말했지만, 대리인님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대리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우리 쪽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문서로 남기자는 겁니다."
조나가 고개를 들었다.
"그 사람이 저 때문입니까?"
"아직 모릅니다."
"벤 때문일 수도 있습니까?"
시우의 침묵이 아주 짧게 길어졌다.
조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어제 벤을 일부러 제한했죠."
대리인이 조나를 봤다.
"조나."
"봤습니다. 패스를 못 해서가 아니라, 더 보지 못하게 막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시우는 부정하지 않았다.
"맞아."
"왜인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조나는 문서를 다시 봤다.
"대신 저도 하나 묻겠습니다."
"말해."
"제가 여기 오면, 제 실패도 누가 밖에서 먼저 보게 됩니까?"
시우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르코가 벤치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뛰지는 못해도, 여전히 피치 쪽으로 목소리를 던지는 선수였다.
"우리가 먼저 봅니다."
"그다음에는요."
"우리가 먼저 고칩니다."
조나의 손가락이 서류 모서리를 눌렀다.
"출전 보장보다 그게 낫다고 생각합니까?"
"적어도 거짓말은 아닙니다."
조나는 처음으로 작게 웃었다.
"어제도 그 말이 제일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오늘은?"
"오늘도 마음에 안 듭니다."
그는 대리인을 봤다.
"그래도 가고 싶습니다."
대리인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아서도 숨을 참았다.
조나는 말을 이었다.
"6개월. 원소속 승인과 메디컬이 끝나면 갑니다. 출전 보장은 넣지 마십시오."
"조나."
"대신 실패 장면을 숨기지 않는다는 문장은 넣어 주십시오."
그때 문가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 문장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마르코였다.
그는 벽에 손을 짚고 서 있었다. 훈련복 차림이었지만 선수보다 코치처럼 보였다.
조나가 돌아봤다.
마르코가 말했다.
"네가 첫 실패를 하면, 누군가는 네 이름을 불러야 합니다. 밖에서 부르는 이름 말고. 안에서 부르는 이름."
조나의 얼굴이 조금 달라졌다.
"그건 계약서에 넣을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팀이 있는 겁니다."
시우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서류 첫 장을 넘겼다.
영입은 거의 왔다.
하지만 문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벤 오리어리는 휴대폰을 두 손으로 들고 있었다.
라커룸 옆 작은 분석실. 문은 닫혀 있었고, 안에는 시우와 조 코치, 벤뿐이었다.
벤은 메시지를 한 번 읽고, 다시 읽었다.
표정이 먼저 굳었고, 그다음에 귀가 붉어졌다.
"왜 이걸 제가 지금 봅니까?"
시우는 그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먼저 확인해야 했어."
"제 휴대폰인데요."
"맞아."
"그럼 제가 먼저 알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네가 먼저 답장하지 않게 해야 했다."
벤이 웃었다.
웃음처럼 들리지 않았다.
"제가 그렇게 멍청해 보입니까?"
"아니."
시우는 천천히 말했다.
"네가 궁금해할 걸 알아서 그랬다."
벤의 입이 닫혔다.
그 말은 정곡이었다.
메시지는 벤이 가장 궁금한 곳을 찔렀다. 마지막 패스. 우연이 아니었다는 말. 누군가 자신보다 먼저 그 이유를 알고 있다는 듯한 문장.
벤은 화면을 내려다봤다.
"진짜 우연이 아니었습니까?"
시우는 시스템 창을 떠올리지 않았다.
떠올려도 말할 수 없었다.
"네가 본 거야."
"뭘요?"
"공이 아니라, 사람이 다음에 갈 자리."
벤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건 네가 배워야 할 감각이지, 누가 밖에서 이름 붙여 줄 감각이 아니야."
조 코치가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답장하지 않는 게 좋다."
벤이 고개를 들었다.
"좋은 게 아니라, 하라는 거겠죠."
시우는 휴대폰을 가리켰다.
"선택은 네가 해."
"정말요?"
"답장하면 구단이 막을 거다. 그건 알아야 해. 하지만 버튼을 누르지 않는 건 네 선택이어야 한다."
분석실이 조용해졌다.
벤은 한참 동안 화면을 봤다.
시우는 재촉하지 않았다.
벤의 엄지손가락이 답장 칸 위에서 멈췄다. 손톱 끝이 하얘질 만큼 힘이 들어갔다.
"감독님."
"응."
"저한테 가격표 붙는 거 싫습니다."
"알아."
"근데 제가 잘해지면, 결국 붙지 않습니까?"
시우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벤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 제가 뭘 먼저 봐야 합니까. 공입니까, 가격표입니까?"
"공."
"그럼 이건 안 봅니다."
벤은 답장창을 닫았다.
그리고 휴대폰을 책상 위에 놓았다.
"공식으로 처리해 주세요."
조 코치가 휴대폰을 회수하려다 멈췄다.
벤이 먼저 말했다.
"가져가세요. 대신 저한테 숨기지는 마세요."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숨기지 않겠다. 다 말할 수는 없어도."
"그건 감독님답네요."
벤은 불만이 남은 얼굴로 일어났다.
문을 열기 전, 그가 다시 돌아봤다.
"마지막 패스가 우연이 아니었다면요."
"응."
"다음 건 제가 설명할 수 있게 만들겠습니다."
문이 닫혔다.
시우는 그제야 짧게 숨을 뱉었다.
조 코치의 손에 들린 휴대폰이 울린 것은 그 순간이었다.
같은 번호.
두 번째 메시지.
문을 닫아도 안에서 부르는 이름은 들린다.
시우의 표정이 사라졌다.
마르코가 방금 했던 말.
이름을 불러 줘야 한다는 말.
그건 회의실 문 안에서 나왔다.
조 코치는 곧장 보안팀을 불렀다.
아서 웨스트는 창가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회장이라는 직함보다 구단주라는 책임이 먼저 얼굴에 드러났다.
"안에서 들었다는 말인가?"
"단정하지 않습니다."
시우는 두 번째 메시지를 다시 봤다.
문을 닫아도 안에서 부르는 이름은 들린다.
문장 하나로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우연으로 넘기기에는 너무 정확했다.
마르코는 복도 끝에 서 있었다. 그는 메시지 내용을 듣고도 놀라지 않았다. 놀라기보다 화가 난 얼굴이었다.
"내가 그 말을 했습니다."
"알아."
"그럼 누군가는 안에 있었다는 뜻입니까?"
"아직은 안에 있던 정보를 알았다는 뜻이야."
"말장난 같습니다."
"말장난으로 버텨야 할 때가 있어."
시우는 조나 그랜트 측에 보낼 최종 확인서를 열었다.
새 조항이 추가됐다.
비공개 훈련 및 협상 중 취득한 구두 정보, 전술 정보, 선수 상태 정보는 외부 접촉에 사용할 수 없다. 위반 정황 발생 시 협상은 즉시 보류된다.
아서가 낮게 물었다.
"이걸 보내면 상대가 물러날 수도 있어."
"물러날 상대면 들이면 안 됩니다."
마르코가 창밖을 봤다.
피치에서는 벤이 조나 박과 짧은 패스를 주고받고 있었다. 아직 두 번째 메시지는 모른다. 리암은 실내 회복으로 빠졌고, 마르코는 뛰지 못한다.
이 팀은 지금 약했다.
그래서 더 쉽게 뜯길 수 있었다.
시우는 전송 버튼을 눌렀다.
답은 12분 뒤에 왔다.
조나 그랜트 측 대리인.
조항 확인. 당사와 무관한 외부 접촉에 대해 서면 확인 가능. 원소속 구단 승인 절차 진행에 동의합니다.
완전한 영입은 아니었다.
메디컬도 남았고, 원소속 구단의 최종 승인도 남았다.
하지만 조나는 한 걸음 들어왔다.
동시에 누군가는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시우의 눈앞에 푸른 창이 떠올랐다.
[위험 알림]
- 조나 그랜트 임대 진행 가능성 상승
- 벤 오리어리 외부 접촉 위험 지속
- 훈련장 내부 정보 유출 가능성: 확인 필요
시우는 창을 오래 보지 않았다.
숫자는 방향을 알려 줄 뿐이었다.
문을 잠그는 것은 결국 사람이 해야 했다.
조 코치가 물었다.
"오늘 훈련은 중단합니까?"
시우는 피치를 봤다.
벤이 공을 받기 전 고개를 들었다. 조나 박이 뛰어 들어갈 길을 봤다. 이번에는 중앙을 보다가, 한 박자 늦게 바깥을 열었다.
공은 정확했다.
그리고 벤은 곧장 주변을 둘러보지 않았다.
공을 봤다.
"아니."
시우가 말했다.
"훈련은 계속한다."
"보안은요?"
"강화해."
"내부도?"
시우는 대답 대신 닫힌 분석실 문을 봤다.
어제는 바깥에서 누가 문 앞에 서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오늘은 달랐다.
문 안에서 누가 이름을 듣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