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

22화 비공개 문의
버스 안은 조용했다.
승리한 팀의 버스라기에는 이상할 정도였다. 누군가는 웃다가 그대로 잠들었고, 누군가는 휴대폰 화면을 켠 채 고개만 떨궜다. 창문 밖으로 새벽 도로의 가로등이 끊어졌다 이어졌다.
서시우는 맨 앞자리에서 노트북을 열어 두고 있었다.
점수는 이미 끝났다.
1-2.
FA컵 3라운드 업셋.
하지만 화면에 떠 있는 것은 스코어가 아니었다.
[선수 상태 경고]
- 마르코 리드: 최소 2주 경기 명단 제외 권장
- 리암 스콧: 48시간 고강도 훈련 금지 권장
- 벤 오리어리: 근육 피로 누적 / 회복 세션 필요
시우는 화면을 닫지 못했다.
뒤쪽에서 마르코 리드가 낮게 웃었다.
"감독. 내일이면 걸을 수 있습니다."
"걸을 수 있는 거랑 뛰어도 되는 건 달라."
"주장 빠지면 애들이 심심해합니다."
"심심하게 둬."
농담처럼 말했지만 버스 안의 몇 명이 고개를 돌렸다. 마르코의 무릎에는 얼음팩이 얹혀 있었다. 그는 웃고 있었지만 손가락 끝은 무릎 위 천을 계속 쥐었다 폈다.
"내가 빠지면 뒤에서 누가 소리칩니까?"
"소리칠 사람은 많아."
"문을 닫을 사람은요?"
시우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마르코도 그 침묵을 들었다. 그래서 더 묻지 않았다.
리암 스콧은 그보다 더 조용했다.
그는 창밖을 보지 않았다. 버스 통로의 어두운 선을 보고 있었다. 마치 방금 전 마지막 코너킥이 아직 그 선 위로 굴러가고 있는 것처럼.
"리암."
시우가 부르자 리암이 늦게 고개를 들었다.
"마지막 코너. 공은 봤냐?"
"처음엔 봤습니다."
"그다음은."
"공보다 길이 먼저 보였습니다."
벤 오리어리가 그 말을 듣고 눈을 깜빡였다.
그도 비슷한 것을 느꼈다. 중앙으로 걷어 내야 한다고 배운 몸이, 그 순간 조나 박 쪽의 선을 먼저 찾았다. 공을 차는 게 아니라 바람이 꺾이는 방향을 보는 것 같았다.
시우는 두 사람을 오래 보지 않았다.
오래 보면 들킬 것 같았다.
시스템이 준 카드의 이름도, 적응률도, 보상도 선수들은 몰라야 했다. 그들이 알아야 하는 것은 다음 훈련과 다음 선택뿐이었다.
조 코치가 옆자리에서 태블릿을 내밀었다.
"보스. 그 메일, 다시 확인했습니다."
화면에는 짧은 제목이 있었다.
벤 오리어리 선수 관련 비공개 문의
시우는 눈꺼풀을 천천히 내렸다 올렸다.
승리는 끝났다.
계산은 이제 시작이었다.
구단 사무실의 형광등은 경기장의 조명보다 훨씬 차가웠다.
아서 웨스트는 머그잔을 양손으로 감싼 채 회의실에 들어왔다. 새벽에 돌아온 사람의 얼굴이었지만 눈빛만큼은 잠들지 않았다. FA컵 상금, 중계 가능성, 다음 라운드 추첨. 구단주가 생각해야 할 숫자가 그 눈 안에 줄지어 있었다.
"비공개 문의라면 좋은 신호 아닌가?"
아서가 말했다.
"좋은 신호일 수도 있고, 나쁜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시우가 답했다.
조 코치는 메일을 벽 화면에 띄웠다. 발신자는 대행사였다. 문장은 공손했고, 이름은 적었으며, 핵심은 비어 있었다. 어느 구단이 보는지, 어느 정도 금액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위해 접근하는지 아무것도 없었다.
"벤은 아직 모릅니다."
"알릴 필요가 있나?"
"지금은 없습니다."
아서가 의자에 기대었다.
"우리는 돈이 필요해. FA컵 상금이 들어와도 장기 해결책은 아니지. 벤이 주목을 받는다면, 적어도 들어볼 가치는 있어."
"들어보는 것과 흔들리는 건 다릅니다."
시우는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벤은 아직 자신이 뭘 잘했는지도 완전히 모릅니다. 누군가 가격표부터 붙이면, 다음 경기에서 공이 아니라 가격표를 볼 겁니다."
회의실이 잠깐 조용해졌다.
아서는 불쾌해하지 않았다. 대신 더 천천히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할 건가?"
"출처 확인부터 하겠습니다. 최종 구단명, 관찰 기록, 접근 권한. 셋 중 하나라도 숨기면 답하지 않습니다."
조 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회색 코트 남자도 같은 쪽일 수 있습니다."
시우의 시선이 움직였다.
"근거는?"
"기자는 아닙니다. 경기 끝나고 믹스트존 근처에 없었습니다. 리암과 벤을 보고 있었고요. 특히 벤이 마지막 코너에서 중앙을 포기한 장면 이후로 움직였습니다."
시우의 눈앞에 또 다른 창이 떠올랐다.
[외부 관찰 기록 증가]
- 대상 추정: 리암 스콧 / 벤 오리어리
- 관찰자 소속: 확인 불가
- 위험: 비공개 접촉 가능성
확인 불가.
시스템도 모르는 것이 있었다.
그게 오히려 더 현실적이었다.
아서가 낮게 말했다.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겠군."
"네."
시우는 겨울 시장 목록을 열었다.
첫 번째 이름.
조나 그랜트.
20세. 왼발 센터백. U23 유럽권.
마르코의 무릎이 떠올랐다.
리암의 멈춘 눈이 떠올랐다.
벤의 아직 설명되지 않은 패스가 떠올랐다.
"벤을 지키려면, 벤 하나로 버티는 수비를 끝내야 합니다."
조나 그랜트의 영상은 화려하지 않았다.
시우가 멈춘 장면도 골 장면이 아니었다. U23 경기 후반 62분, 상대가 오른쪽으로 공을 돌리는 순간 조나 그랜트가 두 걸음 먼저 안쪽 라인을 접었다.
태클도 없었다.
몸싸움도 없었다.
그저 패스가 나갈 길이 사라졌다.
"마르코랑 다르네요."
조 코치가 말했다.
"마르코는 문을 닫고, 조나는 문이 생기기 전에 벽을 세워."
시우는 영상을 되감았다.
첫 패스.
낮은 블록에서 한 번에 미드필더 발에 붙이는 왼발.
라인 뒤 공간 예측.
그러나 좋은 장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공중 경합에서는 어깨가 먼저 들렸고, 성인 공격수처럼 등을 대고 버티는 상대를 만나자 중심이 한 박자 늦게 밀렸다.
[전술 적합도]
- 이스트버리 4-1-4-1 낮은 블록: 82%
- 마르코 리드 부재 보완 효율: 76%
- 즉시 주전 안정도: 48%
- 성장 기대치: 높음
48%.
그 숫자는 시우를 멈추게 했다.
임대를 데려와 놓고 곧장 망가뜨리면 아무 의미가 없다. 하지만 기다리기만 하면 마르코가 없는 두 주 동안 수비 라인은 버티지 못한다.
"출전 보장 넣습니까?"
조 코치가 물었다.
"못 넣어."
"그럼 오기 어렵습니다. U23에서 보내는 쪽도 선수가 벤치에만 앉을까 봐 예민할 겁니다."
"그래도 거짓말은 더 어렵지."
시우는 제안서 첫 문장을 지웠다.
좋은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말.
성장할 수 있다는 말.
그런 말은 누구나 쓸 수 있었다.
그는 대신 전술 보드 이미지를 붙였다. 마르코가 빠졌을 때 오른쪽 센터백이 해야 할 커버 범위, 리암이 과부하를 피하기 위해 미드필드 라인을 한 칸 낮추는 구조, 벤이 중앙을 비우지 않게 하기 위해 왼발 센터백이 첫 패스로 압박을 끊는 장면.
조나 그랜트가 들어오면 해야 할 역할은 분명했다.
공을 오래 잡는 수비수가 아니다.
공이 오기 전에 길을 지우는 수비수.
"이 선수에게 필요한 건 출전 약속이 아니라, 출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상대가 그렇게 받아 줄까요?"
"안 받아 주면, 받아 주게 만들어야지."
시우는 제안서 맨 아래에 한 줄을 추가했다.
우리는 조나 그랜트에게 쉬운 출장 시간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그가 왜 지금 성인 무대에 필요한지, 경기마다 증명할 계획을 보낸다.
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 그는 잠깐 멈췄다.
26,000 SP.
숫자는 충분하지 않았다.
돈도, 카드도, 시간도.
그래도 보낼 수 있는 것은 있었다.
축구.
시우는 전송 버튼을 눌렀다.
회복 훈련은 짧았다.
공도 적었다.
선수들은 조깅과 스트레칭 사이를 천천히 오갔다. 마르코는 피치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고, 리암은 공을 만질 때마다 조 코치의 눈치를 봤다.
벤은 짧은 훈련에서마저 한 번 더 고개를 들었다.
조나 박이 왼쪽 터치라인을 따라 가볍게 움직였다. 예전의 벤이라면 중앙 미드필더에게 편하게 밀었을 공이었다. 하지만 그는 멈췄다. 중앙을 보지 않고, 조나의 다음 걸음 뒤쪽에 생길 좁은 선을 먼저 봤다.
공이 낮게 나갔다.
빠르지 않았다.
그래도 정확했다.
조나가 놀라며 공을 받았다.
"뭐야, 벤. 너 어제부터 왜 이래?"
벤이 어색하게 웃었다.
"나도 모르겠습니다."
시우는 박수를 치지 않았다.
"벤. 오늘 거기까지."
"감독님, 방금은..."
"좋았으니까 그만."
벤의 입이 닫혔다.
칭찬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말이 칭찬보다 더 무겁게 들어갔다.
리암도 옆에서 멈췄다. 그는 더 하고 싶은 얼굴이었지만 시우가 손가락으로 훈련장 밖을 가리키자 아무 말 없이 물러났다.
조 코치가 다가왔다.
"보스."
그의 시선은 펜스 너머에 있었다.
회색 코트.
남자는 이번에도 멀리 서 있었다. 휴대폰을 들고 있었지만 촬영하는 자세는 아니었다. 누군가와 통화하는 사람처럼 보였고, 동시에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도 보였다.
시우는 그쪽으로 걸어가지 않았다.
걸어가면 그가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려 주게 된다.
"경비에게 말해. 출입 기록 확인하고, 선수 동선 바꿔."
"벤에게도 말합니까?"
"아니."
시우는 벤을 보았다.
그는 아직 자신의 공을 이해하는 중이었다.
그 공에 가격표와 스카우트의 시선을 붙일 수는 없었다.
그때 조 코치의 휴대폰이 울렸다.
메일 알림이었다.
조나 그랜트 측.
답장은 짧았다.
출전 보장과 명확한 역할 없이는 임대 논의 불가.
시우는 문장을 한 번 더 읽었다.
보장.
그가 가장 줄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증명은 할 수 있었다.
펜스 밖의 회색 코트 남자가 천천히 등을 돌렸다. 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방금 자신이 찬 패스의 궤적을 눈으로 다시 그리고 있었다.
시우는 휴대폰 화면을 껐다.
지켜야 할 선수.
데려와야 할 선수.
둘 다 같은 문 앞에 서 있었다.
문을 여는 순간, 어느 쪽 바람이 먼저 들어올지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시우는 이미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