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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23화

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

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

23화 보장할 수 없는 것

답장은 한 줄이었다.

출전 보장과 명확한 역할 없이는 임대 논의 불가.

서시우는 그 문장을 지우지 못했다.

구단 사무실 회의실. 아침의 형광등은 아직 차가웠고, 벽 화면에는 조나 그랜트의 U23 경기 영상이 멈춰 있었다.

상대가 오른쪽으로 공을 돌리는 순간.

조나 그랜트는 두 걸음 먼저 안쪽 라인을 접었다. 태클도, 몸싸움도 없었다. 그저 패스가 나갈 길을 없앴다.

좋은 수비였다.

하지만 완성된 수비는 아니었다.

[전술 적합도]
- 이스트베리 4-1-4-1 낮은 블록: 82%
- 마르코 리드 부재 보완 효율: 76%
- 즉시 주전 안정도: 48%
- 성장 기대치: 높음

48%.

시우는 그 숫자를 오래 봤다.

아서 웨스트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출전 보장이라는 말이 꼭 전 경기 선발을 뜻하진 않을 거야. 표현을 조금 부드럽게 넣을 수는 있지 않나?"

"선수는 부드러운 표현을 약속으로 읽습니다."

"마르코가 빠져 있어. 우리도 급해."

"그래서 더 거짓말하면 안 됩니다."

시우는 영상을 한 장면 뒤로 돌렸다.

조나가 성인 공격수 체격의 스트라이커에게 등을 맞고 밀리는 장면이었다. 어깨가 먼저 들렸고, 중심이 한 박자 늦게 무너졌다. 공은 박스 모서리로 흘렀다.

"이 장면이 리그 경기 82분에 나오면요?"

아서가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도 약속했으니 계속 쓰겠다고 하면, 그건 선수를 위한 게 아닙니다. 팀을 위한 것도 아니고요."

조 코치가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그럼 답장을 어떻게 보냅니까?"

시우는 기존 제안서의 첫 문장을 지웠다.

충분한 출전 기회를 보장합니다.

쉬운 말이었다.

그리고 쉬운 말일수록 나중에 비싸게 돌아왔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건 출전 보장이 아니야."

시우는 새 문장을 적었다.

이스트베리는 조나 그랜트가 실패할 수 있는 장면까지 미리 제시하고, 그 실패를 다음 경기의 역할로 되돌리는 계획을 제공한다.

아서가 눈썹을 찡그렸다.

"상대가 좋아할 문장은 아니군."

"좋아하라고 보내는 게 아닙니다."

시우는 저장 버튼을 눌렀다.

"믿을 수 있는지 보라고 보내는 겁니다."


회복 훈련은 짧았다.

공보다 숨이 많았고, 질주보다 멈춤이 많았다.

마르코 리드는 피치 밖 의자에 앉아 있었다. 무릎에는 보호대가 감겨 있었고, 손에는 호루라기 대신 종이컵이 들려 있었다.

"감독. 여기서 보니까 더 답답합니다."

"제대로 보고 있다는 뜻이야."

"선수는 뛰어야 덜 답답합니다."

"지금 뛰면 두 달 답답해져."

마르코가 웃었다.

웃음은 짧았다.

피치 안에서는 벤 오리어리가 공을 받았다. 리암 스콧은 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압박 훈련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조 코치가 손목시계를 보며 리암의 움직임을 끊었다.

"오늘은 네가 이기는 날이 아니라 쉬는 날이다."

리암은 입술을 다물었다.

뛰고 싶은 얼굴이었다.

그래도 물러났다.

벤은 반대편을 봤다.

중앙 미드필더가 손을 들었다. 예전의 벤이라면 그쪽으로 편하게 밀었을 공이었다. 그러나 벤은 한 박자 멈췄다.

조나 박이 아직 뛰기 전.

그 다음 걸음 뒤쪽에 생길 얇은 선을 먼저 봤다.

공이 낮게 깔렸다.

빠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확했다.

조나 박이 놀라며 받았다.

"뭐야, 벤. 너 어제부터 왜 이래?"

벤이 어색하게 웃었다.

"나도 모르겠어."

그 말은 변명이 아니었다.

진짜였다.

시우는 박수를 치지 않았다.

"벤. 거기까지."

벤이 고개를 돌렸다.

"감독님, 한 번만 더 하면 감이 잡힐 것 같습니다."

"그래서 거기까지야."

"방금은 좋았는데요."

"좋았으니까 멈추는 거야."

벤의 표정이 굳었다.

칭찬을 들은 얼굴이 아니었다. 빼앗긴 얼굴이었다.

시우는 설명하지 않았다.

지금 벤에게 필요한 것은 한 번 더 성공하는 일이 아니었다. 성공의 이유를 모르는 상태에서 더 밀어붙이다가, 그 감각을 남의 시선 앞에 노출하지 않는 일이었다.

마르코가 피치 밖에서 낮게 말했다.

"문은 누가 닫습니까?"

시우가 돌아봤다.

마르코는 더 이상 농담하지 않았다.

"내가 없으면 애들은 다 공을 보러 갑니다. 리암은 버틸 수 있는데 오래는 안 됩니다. 벤은 바람을 보기 시작했지만, 문을 닫는 선수는 아닙니다."

"그래서 데려오려는 거야."

"그 선수는 문을 닫습니까?"

시우는 조나 그랜트의 영상을 떠올렸다.

공이 오기 전.

길이 사라지는 장면.

"문이 생기기 전에 벽을 세울 수는 있어."

"그럼 실패하면요?"

"다시 세워야지."

마르코는 종이컵을 내려놓았다.

"어린 수비수들은 첫 실패 뒤에 벽을 보지 않습니다. 자기 발부터 봅니다."

그 말은 가볍지 않았다.

시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마르코의 빈자리는 단순히 키와 헤더의 문제가 아니었다. 실수한 선수가 다음 장면을 다시 보게 만드는 목소리의 문제였다.


조 코치가 펜스 쪽에서 돌아왔다.

표정만으로도 충분했다.

"또 왔습니다."

회색 코트.

남자는 훈련장 건너편 거리에서 서 있었다.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었고, 시선은 피치 안을 향해 있었다.

촬영하는 자세는 아니었다.

하지만 보는 사람은 때로 촬영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가져간다.

"출입 기록은?"

"없습니다. 오늘 방문자 명단에도 없습니다."

"선수 동선 바꿔."

"이미 경비팀에 말했습니다."

시우는 벤을 보았다.

벤은 조나 박과 짧게 이야기하며 방금 패스의 궤적을 손으로 그리고 있었다. 아직 자신이 누구의 시선에 걸렸는지 모른다.

모르는 편이 나았다.

조 코치가 태블릿을 내밀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확정은 아닙니다."

화면에는 보안팀이 정리한 기록이 있었다.

훈련장 주변에서 반복적으로 잡힌 외부 번호.

그리고 같은 시간대, 조나 그랜트 측 대리인 사무소 대표 번호로 이어진 통화 기록.

"같은 사람이라고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알아."

"회색 코트가 그쪽이라는 뜻도 아닙니다."

"그것도 알아."

하지만 우연이라고 넘기기에는 방향이 너무 비슷했다.

벤을 본다.

리암을 본다.

그리고 이스트베리가 누구를 데려오려 하는지도 본다.

시우는 펜스 밖을 다시 봤다.

회색 코트 남자는 이미 등을 돌리고 있었다.

외부 관심은 이제 선수 가치만 흔드는 것이 아니었다. 협상판도 흔들 수 있었다.


화상 미팅은 오후 세 시에 열렸다.

조나 그랜트 측 대리인은 웃지 않았다. 젊은 센터백 본인은 처음엔 화면 밖에 있었다. 대리인의 뒤쪽 벽에는 유소년 대표팀 사진 몇 장이 걸려 있었다.

"이스트베리의 제안은 흥미롭습니다."

대리인이 말했다.

"하지만 저희 입장은 같습니다. 출전 보장 없는 임대는 어렵습니다."

시우는 곧장 답했다.

"출전 보장은 못 합니다."

옆자리의 아서가 아주 작게 숨을 들이켰다.

대리인의 얼굴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논의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신 역할은 보장할 수 있습니다."

시우는 화면 공유를 켰다.

마르코가 빠진 수비 라인.

리암의 과부하를 줄이기 위해 한 칸 낮춘 미드필드.

벤이 중앙을 비우지 않게 만들 첫 패스의 방향.

그리고 왼발 센터백이 공을 받기 전에 지워야 하는 세 개의 선.

"조나 그랜트는 우리 팀에서 공을 오래 잡는 수비수가 아닙니다. 공이 오기 전에 길을 지우는 수비수입니다. 이 역할은 마르코 리드가 돌아와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리인이 물었다.

"선발이 아니라면요?"

"그날 경기 계획 안에 역할이 있으면 씁니다. 없으면 쓰지 않습니다."

"그 말은 벤치라는 뜻으로도 들립니다."

"거짓 선발 약속보다는 낫습니다."

회의실 공기가 딱딱해졌다.

그때 화면 한쪽에서 젊은 얼굴이 들어왔다.

조나 그랜트였다.

그는 대리인을 보지 않고 시우를 봤다.

"제가 첫 경기에서 밀리면요?"

시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좋은 질문이었다.

출전 시간을 묻는 질문이 아니었다.

버려지는 순간을 묻는 질문이었다.

"누구에게 밀렸는지부터 봅니다."

"상대가 그냥 더 강하면요?"

"그럼 네가 약한 장면을 숨기지 않습니다."

조나의 입가가 굳었다.

시우는 말을 이었다.

"대신 다음 경기에서 같은 방식으로 또 밀리지 않게 역할을 바꿉니다. 네가 이길 수 있는 장면과 버텨야 하는 장면을 나눕니다."

"실패해도 다시 기회를 준다는 뜻입니까?"

"아니."

조나의 눈이 흔들렸다.

"실패만으로 기회를 주지는 않습니다. 실패를 고칠 준비가 되어 있으면 다시 줍니다."

대리인이 처음으로 조나를 돌아봤다.

시우는 마지막 자료를 띄웠다.

30분 비공개 전술 검증 매치 제안

"우리 훈련장에 오십시오. 선수에게 유리한 영상만 보내지 않겠습니다. 마르코 없는 라인에서 실제로 어디가 무너지는지 보여 드리겠습니다. 조나는 뛰지 않아도 됩니다. 보고 질문만 해도 됩니다."

대리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

"비공개라면 참석자는?"

"이스트베리 코칭스태프, 조나 그랜트 측 최대 2명. 그 외에는 없습니다."

"외부 관찰자는?"

시우의 시선이 아주 잠깐 멈췄다.

대리인은 그 멈춤을 놓치지 않았다.

"요즘 이스트베리 주변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시우는 낮게 말했다.

"그래서 더 비공개입니다."

조나 그랜트가 화면 안쪽에서 조용히 물었다.

"제가 가서 보면, 진짜 무너지는 장면도 보여 줍니까?"

"보여 줍니다."

"그럼 가겠습니다."

대리인이 바로 말을 막지는 않았다.

조건부 수락.

완성된 협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닫혔던 문이 아주 조금 열렸다.


미팅이 끝나자 조 코치가 회의실 문을 잠갔다.

"출입 명단은 제가 직접 관리하겠습니다."

"최소 인원으로."

"벤은요?"

"아직 모르게 해."

벤은 지금 자신의 패스를 이해하는 중이다.

그 옆에 가격표와 소문과 스카우트의 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아서가 창가에 섰다.

"자네 방식은 늘 돈이 늦게 따라오게 만드는군."

"그래도 따라오게는 해야죠."

"이번엔 따라와야 해. 승격도, 선수도, 구단도."

그때 조 코치의 태블릿에 새 메시지가 떴다.

보안팀에서 온 이미지였다.

근처 건물 로비 CCTV 캡처.

회색 코트 남자가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화질은 좋지 않았다. 얼굴도 선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뒤쪽 벽의 안내판은 흐릿하게 읽혔다.

조나 그랜트 측 대리인 사무소가 있는 건물.

어쩌면 같은 층.

조 코치가 낮게 말했다.

"소속은 아직 모릅니다."

"그래."

시우는 화면을 오래 보지 않았다.

확정되지 않은 정보는 칼이 아니다.

하지만 방향은 된다.

그는 비공개 검증 매치 출입 명단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지켜야 할 선수.

데려와야 할 선수.

둘 다 같은 문 앞에 서 있었다.

이번에는 문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확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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