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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14화

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

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

14화: 깃발이 만든 균열

부심의 깃발은 내려오지 않았다.

토미 밀러는 골문 안쪽으로 굴러간 공과 터치라인의 깃발을 번갈아 보았다. 방금 전까지 몸속을 태우던 환희가 순식간에 분노로 바뀌었다.

"뒤에서 출발했잖아!"

그가 두 팔을 벌리며 외쳤다.

벤 해리스도 주심에게 다가갔다. 마커스 리드는 하프라인 근처에서 손을 들어 부심 쪽을 가리켰고, 원정 벤치의 선수들이 동시에 일어섰다.

웨스트햄 홈구장의 소리는 둘로 찢어졌다.

원정석의 분노.

홈 관중의 안도.

그리고 그 사이를 가르는 짧은 휘슬.

주심은 부심에게 걸어갔다. 두 사람은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웨스트햄 선수들은 일부러 천천히 자기 진영으로 돌아갔고, 토미는 여전히 박스 안에서 발을 굴렀다.

한시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토미가 아니라 웨스트햄 벤치에 있었다.

상대 감독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불러 세우고 있었다. 손가락은 박스 앞을 찍었다. 방금 리암 오코너가 공을 낚아챈 자리였다.

스윽.

[상대 전술 반응 감지]
- 박스 전방 회수 공백 인지
-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 하향 조정 가능성
- 2선 재공격 밀도 감소 예상

시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판정은 빼앗겼다.

하지만 의심은 심었다.

주심이 팔을 들었다.

오프사이드.

득점 취소.

토미가 다시 달려가려는 순간, 시우가 손을 들었다.

"토미!"

목소리는 관중석 소음 사이를 뚫고 들어갔다.

"돌아와. 다음 공이다."

토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벤이 먼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지금 더 가면 카드야."

"저건 골이었어."

"그럼 한 번 더 넣으면 돼."

토미는 이를 악물었다. 숨이 거칠게 새어 나왔지만, 그는 주심에게서 등을 돌렸다.

리암은 박스 앞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자신이 낚아챈 공.

벤의 첫 터치.

토미의 질주.

그 모든 것이 깃발 하나에 지워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시우의 표정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 사실이 리암의 발을 다시 잔디에 붙였다.


경기가 재개되자 웨스트햄은 곧바로 공을 돌렸다.

그러나 미세하게 달랐다.

왼쪽 풀백이 터치라인을 타고 올라가는 속도가 반 박자 늦었다. 10번이 박스 앞에서 공을 받았을 때, 뒤에서 따라오던 수비형 미드필더는 예전처럼 박스 안으로 밀고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박스 전방에 남았다.

리암이 있던 자리.

마커스가 가장 먼저 그 변화를 느꼈다.

"뒤에 하나 남았어!"

벤도 고개를 돌렸다.

"두 번째 슈팅 숫자가 줄었습니다!"

시우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웨스트햄은 여전히 강했다. 패스 속도는 빠르고, 첫 터치의 질도 이스트베리보다 높았다. 하지만 전반 초반 그들을 무섭게 만들던 것은 슈팅 자체가 아니었다.

막아도 다시 덮쳐오는 두 번째 파도.

그 파도 끝에서 한 명이 빠졌다.

웨스트햄의 10번이 다시 박스 앞에서 몸을 열었다. 마커스가 각도를 좁혔다. 슈팅은 피할 수 없었다.

쾅!

공은 수비수 어깨에 맞고 높게 떴다.

예전 같았으면 웨스트햄 미드필더 둘이 동시에 달려들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한 명뿐이었다. 뒤에 남은 수비형 미드필더는 뛰어들지 못했다. 토미의 질주가 아직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리암은 공으로 달려들지 않았다.

그는 상대 미드필더가 가슴으로 떨어뜨릴 방향을 먼저 막았다. 공이 잔디에 닿는 순간, 벤이 뒤에서 압박을 붙었다.

"왼쪽!"

리암은 빼앗으려 하지 않았다. 오른발 끝으로 공의 길만 바꿨다.

툭.

공은 터치라인 쪽으로 흘렀다.

토미가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와 상대 풀백에게 붙었다. 웨스트햄 풀백은 공을 살리려다 정강이에 맞혔고, 공은 라인 밖으로 나갔다.

이스트베리 스로인.

골도 아니고, 슈팅도 아니었다.

하지만 원정 벤치에서는 박수가 터졌다.

존 코치가 낮게 말했다.

"재공격을 죽였습니다."

시우는 리암을 보았다.

리암은 숨을 헐떡였지만 발을 뻗지 않았다. 태클도 하지 않았다. 공을 빼앗지 않고도 상대의 다음 슈팅을 끊었다.

그게 지금 이스트베리에게 필요한 전부였다.

[리암 오코너 - 그림자 회수 유지]
- 무리한 태클 충동 억제
- 상대 재공격 지연 성공
- 팀 수비 블록 재정렬 시간 확보

리암은 시스템 창을 볼 수 없었다.

대신 그는 마커스의 목소리를 들었다.

"좋아, 신입. 그거면 돼."

짧은 한마디였다.

리암은 고개만 끄덕였다. 이상하게 그 한마디가 골보다 더 오래 가슴에 남았다.


전반 42분.

웨스트햄은 짜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점유율은 자신들이 앞섰다. 슈팅 숫자도 자신들이 많았다. 관중의 크기, 피치의 익숙함, 선수 개개인의 몸값까지 모두 홈팀의 편이었다.

그런데 점수판은 여전히 0-0이었다.

게다가 방금 취소된 장면은 모두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웨스트햄의 10번이 리암 앞에서 공을 멈췄다.

"네가 그 문제아냐?"

리암의 눈썹이 꿈틀했다.

10번은 공을 발밑에 둔 채 입꼬리를 올렸다.

"태클 한번 해봐. 여긴 네가 굴러다니던 4부 리그가 아니거든."

공은 닿을 거리였다.

한 발만 뻗으면 됐다. 조금만 깊으면 공도, 발목도 함께 걸릴 위치였다.

태클밖에 모르는 놈.

낡은 목소리가 다시 올라왔다.

리암의 무릎이 굽혀졌다.

"리암!"

마커스의 목소리가 먼저 날아왔다.

"서 있어!"

리암은 발을 들지 않았다.

웨스트햄 10번은 실망한 듯 공을 옆으로 밀었다. 그 순간 리암은 몸을 틀어 패스 길만 막았다. 공은 측면으로 빠졌고, 이스트베리 수비 블록은 다시 정렬할 시간을 벌었다.

마커스가 리암 옆으로 다가왔다.

"저놈이 원하는 걸 주지 마."

리암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알고 있습니다."

"아니. 이제 알아야 한다."

마커스는 박스 앞을 턱짓했다.

"네가 나가면 저 자리가 비어."

리암은 그제야 자신이 서 있던 공간을 돌아보았다.

박스 앞 16m.

방금 전까지 그는 그 자리를 증명해야 할 무대로만 생각했다. 이제는 달랐다. 그 자리는 팀 전체가 숨을 쉬기 위해 필요한 문이었다.

그 문을 비우면, 웨스트햄은 다시 몰려올 것이다.


전반 추가 시간.

웨스트햄은 마지막으로 속도를 올렸다.

오른쪽에서 낮은 크로스가 들어왔다. 마커스가 몸을 던져 막았다. 공은 다시 박스 밖으로 흘렀다.

리암이 움직였다.

동시에 웨스트햄 10번도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공보다 몸이 먼저 부딪쳤다.

쿵!

리암이 잔디 위로 굴렀다.

홈 관중은 오히려 야유했다. 주심은 휘슬을 입에 물지 않았다. 경기는 계속됐다.

리암의 눈앞이 순간적으로 하얘졌다.

발을 걸었어.

그 생각과 동시에 몸이 벌떡 일어나려 했다. 웨스트햄 10번이 고개를 숙여 속삭였다.

"그래. 화내 봐."

리암의 주먹이 쥐어졌다.

그때 마커스가 사이에 들어왔다.

"뒤로 가."

"저놈이 먼저..."

"들었다. 그래도 뒤로 가."

마커스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네가 나가면 우리 전술이 나간다."

리암은 거칠게 숨을 토했다.

그리고 물러났다.

그 짧은 후퇴를 본 시우의 눈앞에 푸른 문장이 떠올랐다.

[리암 오코너 적응률: 54% -> 61%]
- 도발 상황 태클 억제 성공
- 역할 인식 상승
- 후반 표적 압박 위험 증가

시우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전반 46분.

조금만 더 죽이면 된다.

벤이 루즈볼을 잡았다. 시우가 터치라인에서 외쳤다.

"벤! 죽여!"

벤은 전진 패스를 포기했다. 공을 발바닥으로 눌렀다가 뒤로 돌렸다. 토미가 앞에서 손을 들었지만, 벤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필요한 건 3초가 아니었다.

30초였다.

이스트베리는 처음으로 웨스트햄 원정의 시간을 천천히 끌었다. 짧은 백패스, 측면 스로인, 다시 후방 전환. 홈 관중의 야유가 커질수록 웨스트햄 선수들의 발은 더 급해졌다.

삐이익!

전반 종료 휘슬이 울렸다.

0-0.

원정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웨스트햄 홈 관중은 야유했다. 그러나 그 야유에는 전반 초반의 여유가 없었다.

그들은 더 이상 4부 리그 팀을 구경하고 있지 않았다.

막아야 할 상대를 보고 있었다.

시우는 라커룸으로 향하는 선수들을 맞았다.

토미는 아직도 억울한 얼굴이었다. 벤은 숨을 고르고 있었고, 마커스의 유니폼에는 잔디 자국이 가득했다. 리암은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시우는 리암 앞에서 멈췄다.

"참아낸 것도 플레이입니다."

리암이 고개를 들었다.

"후반에도 저놈들이 절 노릴 겁니다."

"압니다."

시우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래서 후반 첫 10분은 네가 미끼입니다."

리암의 눈이 커졌다.

복도 끝에서 웨스트햄 선수들의 발소리가 거칠게 울렸다. 그들 역시 전반전의 답을 찾으러 라커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문가에서 존 코치가 낮게 물었다.

"보스, 정말 미끼로 씁니까? 리암은 아직 경고 한 장도 없지만, 저쪽은 작정하고 달려들 겁니다."

"그래서 미끼입니다."

시우는 라커룸 안쪽의 전술판을 보았다.

"상대가 물고 싶은 곳을 알면, 우리가 문을 닫을 시간도 정할 수 있습니다."

시우는 이스트베리 라커룸 문을 열었다.

"이제 우리가 어디를 비울지, 상대에게 먼저 보여줄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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