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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13화

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

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

13화: 3초를 훔치는 법

웨스트햄의 홈구장은 소리부터 달랐다.

터널 천장까지 밀려드는 함성은 이스트베리 파크의 하늘색 응원과 결이 달랐다. 거기에는 기대보다 검증의 냄새가 짙었다. 프리미어리그 팀의 홈 관중은 4부 리그 1위 팀을 환영하러 모인 것이 아니었다.

기적이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 보러 왔다.

한시우는 터널 끝의 잔디를 보았다. 조명 아래 반듯하게 깎인 초록빛이 유리처럼 빛났다. 공은 저 위에서 이상하게 튀지 않을 것이다. 진흙에 발목을 붙잡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첫 20분은 버틴다."

시우가 낮게 말했다.

마커스 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을 열어주지 않겠습니다."

"열릴 겁니다."

짧은 대답에 수비수들의 시선이 흔들렸다.

시우는 그 흔들림을 그대로 받아냈다.

"중요한 건 열리느냐가 아닙니다. 어디까지 열어줄지를 우리가 정해야 합니다. 박스 안으로 들어오는 패스는 끊고, 박스 앞 슈팅은 각도를 좁혀서 맞춥니다. 흘러나오는 공은 기억해 두십시오."

벤 해리스가 조용히 물었다.

"리암이 들어오기 전까지요?"

"그렇습니다."

리암 오코너는 벤치 멤버들 사이에 서 있었다. 그는 선발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이 오늘 경기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걸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공이 죽는 자리.

그 문장이 머릿속에서 계속 굴러갔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마자 웨스트햄은 기다렸다는 듯 속도를 올렸다.

첫 전환은 오른쪽이었다. 웨스트햄 풀백이 터치라인을 타고 올라갔고, 2선 미드필더가 하프스페이스로 파고들었다. 이스트베리의 수비 블록은 늦지 않게 내려앉았지만, 공의 속도는 홈에서 치른 빌라전과 전혀 달랐다.

잔디가 공을 살려주고 있었다.

톡, 톡, 탁.

짧은 패스 세 번 만에 공이 박스 앞에 도착했다.

"나와!"

마커스가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며 외쳤다. 웨스트햄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한 박자 빠르게 오른발을 휘둘렀다.

쾅!

공은 마커스의 허벅지에 맞고 튀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뒤따라 들어온 웨스트햄 선수가 흘러나온 공을 다시 잡아 슈팅했다.

골키퍼의 장갑이 간신히 공을 쳐냈다.

원정석 한쪽에서 짧은 비명이 터졌고, 홈 관중은 아쉬움에 머리를 감쌌다.

시우는 박수를 치지 않았다.

그의 눈은 공이 처음 튄 위치를 보고 있었다.

박스 앞 16m.

첫 번째.

스윽.

[웨스트햄 공격 패턴 감지]

시우는 시스템 창을 닫지 않았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말하지도 않았다.

아직은 버틸 시간이었다.

전반 11분.

웨스트햄은 이번엔 왼쪽에서 들어왔다. 크로스처럼 보이는 낮은 패스가 박스 밖으로 빠졌고, 2선 선수가 기다렸다는 듯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마커스가 몸을 던져 막았다.

공은 또 박스 앞 중앙으로 떨어졌다.

벤이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웨스트햄 선수가 먼저 발을 댔다. 두 번째 슈팅은 골문 위로 떴다. 위험은 넘어갔지만, 벤은 잔디를 짚고 숨을 토했다.

"반 박자 늦었습니다."

마커스가 이를 악물었다.

"괜찮다. 계속 각도만 좁혀."

전반 19분에는 더 노골적이었다.

웨스트햄의 10번이 박스 앞에서 일부러 한 번 접었다. 이스트베리 수비수 둘이 슈팅 각도를 막기 위해 몸을 던지는 순간, 그는 옆으로 짧게 밀었다. 뒤에서 들어온 미드필더가 공을 낮게 깔아 찼다.

골키퍼가 몸을 날렸다.

공은 골문 옆으로 빠져나갔지만, 웨스트햄의 두 공격수가 이미 리바운드를 노리며 쇄도하고 있었다.

없던 공을 향해 달려드는 움직임.

리암은 벤치에서 그 장면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공이 떨어지는 지점이 이상할 만큼 선명했다. 관중 소리보다, 동료들의 외침보다, 공이 잔디 위에서 멈춰서는 소리가 먼저 들리는 것 같았다.

태클밖에 모르는 놈.

낡은 말이 떠올랐다.

리암은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아니.

오늘은 태클하러 온 게 아니다.


전반 27분, 세 번째 패턴이 나왔다.

웨스트햄은 이스트베리의 오른쪽을 집요하게 흔들었다. 토미 밀러가 수비 가담을 위해 내려왔지만, 상대 풀백과 윙어의 2대1은 너무 빨랐다. 낮은 컷백이 박스 앞쪽으로 들어갔고, 웨스트햄의 10번이 몸을 열었다.

"막아!"

쾅!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잡기엔 너무 강했고, 쳐내기엔 너무 가까웠다. 공은 장갑에 맞고 튀어나왔다.

그 순간 시우의 눈앞에서 푸른 선이 겹쳤다.

[반복 패턴 충족]

시우가 벤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리암."

리암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

"몸 풀어."

존 코치가 교체판을 준비하면서 낮게 말했다.

"처음 5분은 무리하지 마. 박스 앞에서 파울만 하지 않으면 돼."

리암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시우는 그를 불러 세웠다.

"리암."

"예."

"네가 증명해야 할 건 네가 강하다는 게 아니다."

리암의 턱이 굳었다.

"공이 죽는 자리를 네가 먼저 안다는 것. 그것만 보여줘."

그 말은 이상하게도 명령보다 허가에 가까웠다. 거칠게 뛰지 않아도 된다는 허가. 누군가의 발목을 날려야만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허가.

"알겠습니다."

전반 33분.

교체판에 이스트베리의 번호가 올라갔다.

리암 오코너가 웨스트햄 홈구장의 잔디 위로 들어섰다.

홈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4부 리그 신입을 향한 야유라기보다는, 이스트베리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짜증이었다.

벤이 다가와 짧게 말했다.

"내 뒤. 반 발만 빨리."

리암이 숨을 들이마셨다.

"공이 죽는 자리."

벤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그래. 거기서 보자."


리암의 첫 장면은 위험했다.

웨스트햄 미드필더가 박스 앞에서 공을 접는 순간, 리암의 몸은 본능적으로 앞으로 쏠렸다. 상대의 발목이 보였다. 공도 보였다. 미끄러져 들어가면 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태클밖에 모르는 놈.

리암의 오른발이 잔디를 긁었다.

그때 시우의 목소리가 터치라인에서 날아왔다.

"멈춰!"

리암은 발을 박았다.

웨스트햄 선수가 슈팅을 날렸다. 공은 수비수 등에 맞고 왼쪽으로 흘렀다. 리암은 늦었다. 웨스트햄이 다시 잡았다.

홈 관중이 소리를 질렀다.

존 코치가 이를 악물었다.

"아슬아슬했습니다."

시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방금은 성공입니다."

리암은 파울하지 않았다.

첫 번째 성공은 공을 빼앗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 말아야 할 태클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반 38분.

웨스트햄은 다시 같은 리듬을 믿었다.

왼쪽에서 중앙, 중앙에서 오른쪽, 다시 박스 앞. 이스트베리의 수비 블록은 밀렸지만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마커스가 슈팅 각도를 좁혔고, 웨스트햄의 10번은 한 박자 빠르게 때릴 수밖에 없었다.

쾅!

공이 골키퍼 손끝에 맞고 튀었다.

모두가 골문 쪽으로 달려들었다.

단 한 명만 반대로 움직였다.

리암 오코너.

그는 공을 보지 않았다. 공이 죽을 자리를 보고 있었다.

박스 앞 16m.

한 박자 먼저 도착한 리암은 태클하지 않았다. 몸을 낮추고, 상대 미드필더가 달려드는 길목에 어깨를 세운 뒤, 오른발 안쪽으로 공만 가볍게 당겼다.

툭.

웨스트햄 선수의 스터드가 허공을 긁었다.

[리암 오코너 - 그림자 회수 발동]

"벤!"

공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리암의 패스가 벤의 오른발 앞으로 낮게 붙었다.

벤은 이미 몸을 열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토미가 있었다. 웨스트햄 오른쪽 풀백이 슈팅 후 세컨드 볼을 노리고 안쪽으로 들어온 탓에, 터치라인 바깥쪽에 좁지만 분명한 길이 열려 있었다.

"토미!"

벤의 전환 패스가 잔디를 갈랐다.

공은 정직하게 굴러갔다.

이번에는 그 정직함이 웨스트햄을 배신했다.

토미가 출발했다.

[토미 밀러 - 베일의 질주 (C)]

홈 관중의 함성이 한순간 늦어졌다.

토미는 웨스트햄 센터백보다 반 박자 빨랐다. 공을 따라잡은 그는 첫 터치로 박스 안쪽을 향해 꺾었다. 골키퍼가 튀어나왔고, 뒤늦게 따라온 수비수가 어깨를 밀었다.

토미의 몸이 흔들렸다.

그래도 오른발은 나갔다.

퍽!

공이 골키퍼 다리 사이를 지나 골문 쪽으로 굴렀다.

원정석에서 함성이 폭발하려는 순간.

삐이익!

휘슬이 먼저 경기장을 갈랐다.

부심의 깃발이 올라가 있었다.

오프사이드.

토미가 두 팔을 벌렸다.

"말도 안 돼! 뒤에서 출발했잖아!"

벤이 주심에게 달려갔고, 마커스도 하프라인 쪽에서 소리쳤다. 원정 벤치가 동시에 일어섰다. 홈 관중은 야유와 안도의 함성을 뒤섞어 쏟아냈다.

존 코치가 시우를 돌아보았다.

"보스, 저건 봐야 합니다. 타이밍상 뒤였습니다."

시우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눈앞에는 방금 지나간 장면이 느리게 되감기고 있었다.

리암의 회수.

벤의 첫 터치.

토미의 2.7초.

판정은 아직 바꿀 수 없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통했다.

웨스트햄의 벤치도 그것을 보았다. 상대 감독이 처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수비형 미드필더를 향해 손짓했다. 박스 앞 공백을 메우라는 지시였다.

그 순간, 시우의 입가에 아주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웨스트햄은 더 이상 마음껏 슈팅할 수 없다.

한 번 의심하기 시작한 리듬은, 더 이상 같은 속도로 굴러가지 않는다.

리암은 멀리서 시우를 바라보았다. 숨은 거칠었지만,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시우가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였다.

3초.

리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골은 아직 인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웨스트햄의 잔디 위에서, 이스트베리는 처음으로 상대의 시간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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