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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12화

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

방구석 감독, 축구 신이 되다

12화: 원정의 잔디는 배신하지 않는다

한시우는 구매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린 채 몇 초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시스템 창에는 여전히 같은 문장이 떠 있었다.

스윽.

[스킬 카드 '캉테의 그림자 (B)' 구매 가능]
- 대상 적합자: 리암 오코너
- 호환성: 82%
- 가격: 28,000 SP

비싼 투자였다.

28,000 SP를 쓰면 남는 것은 8,000 SP뿐이었다. 이스트베리의 스쿼드는 여전히 얇았다.

하지만 시우는 모니터 한쪽에 떠 있는 FA컵 대진표를 다시 보았다.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vs 이스트베리 FC]

이번엔 이스트베리 파크의 진흙 구덩이가 없었다. 잘 정돈된 잔디 위에서 프리미어리그 팀이 속도를 올리면, 수비 블록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홈구장이 없으면, 사람을 무기로 써야 한다."

시우는 낮게 말했다.

그리고 손가락을 내렸다.

[28,000 SP가 소모되었습니다.]
[보유 포인트: 8,000 SP]
[스킬 카드 '캉테의 그림자 (B)'가 인벤토리에 지급되었습니다.]

허공에 푸른 실루엣이 떠올랐다.

낮은 자세. 상대가 공을 받기도 전에 다음 지점을 막아서는 그림자 같은 움직임.

시우는 곧바로 적용 대상을 선택했다.

[대상: 리암 오코너]
[스킬 카드 장착을 진행합니다.]

치료실 옆 소형 체력 측정실.

리암은 심박 패치를 붙인 채 트레드밀 위를 걷고 있었다. 입단 후 기본 체력 검사였다. 존 코치가 기록지를 들고 있었고, 리암은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이런 검사는 노스브리지에서도 했습니다."

"그래서 방출 명단에 올랐겠지."

시우의 말에 리암의 턱이 굳었다.

"여기서는 네가 얼마나 빨리 달려드는지가 아니라, 언제 멈출 수 있는지를 본다."

그 순간, 리암의 눈동자 안쪽에서 푸른 점멸이 스쳤다.

[스킬 카드 '캉테의 그림자 (B)' 동기화 시작]
- 압박 후속 동선 학습률 상승
- 차단 위치 선점 감각 보정
- 무리한 태클 충동 억제 보정
- 초기 적응률: 31% -> 훈련 중 상승 가능

리암은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방금 뭐였죠?"

"어지럽나?"

"아니요. 그냥…… 머릿속에서 공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존 코치가 의아하게 바라보았지만, 시우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그 감각을 잊지 마라."

시우가 말했다.

"오늘 오후부터 네가 붙잡아야 할 건 공이 아니라 그 소리다."


오후 훈련장은 평소보다 조용했다.

리암 오코너를 향한 선수단의 시선은 아직 호의적이지 않았다. 전반기 1위 팀의 라커룸에는 이미 결속이 있었다. 방출 예정 문제아가 핵심 역할을 맡는다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여질 일이 아니었다.

마커스 리드가 팔짱을 낀 채 리암에게 다가섰다.

"여긴 네가 전 소속팀에서 뛰던 훈련장이 아니다. 네 카드 한 장 때문에 경기를 망치면, 승격 레이스 전체가 흔들린다."

리암은 곧장 대꾸하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먼저 눈을 부라렸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알고 있습니다."

마커스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알면 좋다. 태클로 인정받으려 들지 마."

"그럴 생각 없습니다."

짧은 대답이었다.

시우가 훈련장 중앙에 섰다.

"오늘 세션은 웨스트햄 원정을 위한 중원 회수 훈련입니다. 벤이 공을 받기 전, 받는 순간, 빼앗긴 직후를 반복합니다."

존 코치가 휘슬을 불었다.

첫 장면은 벤 해리스에게 공이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훈련 상대조 미드필더 두 명이 동시에 벤을 압박했다. 벤은 첫 터치로 압박 하나를 벗겨냈지만, 두 번째 압박이 발목 근처에서 들어왔다.

공이 반 박자 길게 튀었다.

리암의 몸이 먼저 반응했다.

예전의 리암이었다면 상대 발목을 향해 미끄러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발은 멈췄다. 대신 몸통이 공의 진행 방향과 상대의 다음 스텝 사이에 들어갔다.

툭.

공이 리암의 발등 앞에 놓였다.

[리암 오코너 - 그림자 회수 보정]
- 차단 위치 선점 성공
- 반칙 위험도: 11%
- 후속 패스 선택지: 벤 해리스 / 우측 토미 밀러

"벤!"

리암은 공을 오래 끌지 않았다. 짧고 낮은 패스를 벤의 오른발 앞으로 돌려주었다.

벤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공이 정확한 리듬으로 되돌아오자 그는 우측으로 전환 패스를 뿌렸다. 토미 밀러가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갔다.

"좋아. 다시."

시우의 목소리는 짧았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리암은 매번 공이 어디로 흘러나올지 한 박자 먼저 움직였다. 격하게 달려드는 대신 상대가 선택할 길을 미리 지웠다. 벤이 공을 받을 때마다 생기던 위험한 충돌이 사라졌고, 역습 첫 패스가 빨라졌다.

다섯 번째 장면에서 상대 미드필더가 일부러 공을 길게 밀어놓았다. 리암이 한 발만 더 깊게 들어가면 발목을 건드릴 거리였다.

리암의 어깨가 움찔했다.

태클밖에 모르는 놈.

낡은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그러나 리암은 미끄러지지 않았다. 반 걸음 뒤로 물러나며 몸을 틀고, 굴절된 공만 바깥발로 끊어냈다.

삑!

존 코치의 휘슬이 울렸다.

"파울 없음. 완벽한 차단입니다."

토미가 웃었다.

"이거 좋은데요. 제가 뛰기 전에 벌써 공이 나옵니다."

벤도 고개를 끄덕였다.

"뒤가 조용해졌습니다, 보스. 이러면 제가 앞을 더 오래 볼 수 있습니다."

마커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리암이 파울을 피하는 모습을 본 뒤에야 짧게 말했다.

"신입."

리암이 돌아보았다.

"방금은 좋았다."

그 한마디에 리암의 굳은 입술이 아주 미세하게 풀렸다.

시우는 그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리암 오코너 적응률: 31% -> 54%]
[팀 전술 적합도: 78% -> 84%]

아직 완성은 아니었다.

그러나 충분히 시작할 만했다.


해가 기울자 시우는 선수단을 영상 분석실로 불러 모았다.

스크린에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이 떠 있었다. 잘 정돈된 잔디, 넓은 피치, 홈 팬들. 이스트베리 파크와는 전혀 다른 압력이 느껴졌다.

존 코치가 리모컨을 눌렀다.

"웨스트햄은 아스톤 빌라와 다릅니다. 중앙을 빠르게 통과하기보다는 2선이 박스 근처까지 밀고 올라온 뒤, 중거리 슈팅과 세컨드 볼 재공격을 반복합니다. 홈에서는 이 패턴이 특히 강합니다."

영상 속 웨스트햄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박스 앞에서 슈팅을 날렸다. 골키퍼가 막아낸 공이 정면으로 흘렀고, 뒤따라 들어온 2선 선수가 다시 슈팅했다.

마커스가 이를 악물었다.

"박스 안에서 한 번 막아도 끝이 아니군."

"맞습니다."

존이 화면을 멈췄다.

"문제는 우리 홈이 아니라는 겁니다. 빌라전처럼 피치가 상대 패스 템포를 죽여주지 않습니다. 공은 정직하게 굴러갑니다."

분석실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스톤 빌라전의 기적에는 홈구장의 진흙과 바운드가 있었다. 웨스트햄 원정에서는 그런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

그때 시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이번에는 잔디가 우리를 돕게 만들지 않는다."

선수들의 시선이 모였다.

"우리가 상대의 리듬을 배신하게 만든다."

시우는 허공에 시스템 인터페이스를 띄웠다. 동시에 스크린에는 웨스트햄의 공격 장면이 다시 재생되었다.

스윽.

[가상 전술 시뮬레이터 (C) 분석]
- 웨스트햄 공격 패턴: 2선 중거리 슈팅 후 세컨드 볼 재공격 빈도 높음
- 약점: 슈팅 직후 수비형 미드필더 전방 이탈, 박스 앞 14~18m 지점 회수 공백 발생
- 권장 대응: 1차 슈팅 유도 후 회수 엔진 투입, 벤 해리스 즉시 전환 패스 연결

시우는 박스 앞 공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기다."

리암의 눈동자가 그 위치에 고정됐다.

"웨스트햄은 슈팅 직후 가장 공격적이 된다. 모두가 골문 앞으로 뛰어든다. 그때 박스 앞이 빈다. 우리는 막힌 뒤 흘러나오는 공이 어디에 죽을지 먼저 차지한다."

벤이 조용히 말했다.

"그 공을 리암이 가져오고, 저는 바로 전환 패스를 뿌린다."

"정확합니다."

토미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다음은 제가 뛰면 되겠군요."

"다만 처음부터 쓰지는 않습니다."

시우의 말에 리암이 고개를 들었다.

"웨스트햄은 초반 20분 동안 강하게 몰아칠 겁니다. 우리는 버티며 슈팅 위치와 세컨드 볼 방향을 확인합니다. 리암은 벤치에서 그걸 봅니다. 들어가면, 단 한 번의 태클도 필요 없습니다."

리암의 주먹이 천천히 쥐어졌다.

"공이 죽는 자리로 가면 됩니까."

"그래."

시우가 대답했다.

"그곳이 네 자리다."


출발 전날 밤.

감독실의 불은 늦게까지 꺼지지 않았다. 웰스 구단주는 초조하게 서성였다.

"한, 이번엔 정말 다른 문제야. 빌라전은 우리 집이었네. 하지만 웨스트햄 원정은…… 나라 전체가 우리가 얼마나 버티는지 보려고 지켜볼 걸세."

"압니다."

시우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존 코치는 훈련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리암의 적응 속도는 기대 이상입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원정에서 처음 쓰기엔 위험합니다. 한 번만 늦어도 박스 앞 파울입니다."

"그래서 선발이 아닙니다."

시우는 웨스트햄전 예상 라인업을 가리켰다.

마커스가 수비 라인을 잡고, 벤이 중원을 조율한다. 토미는 역습을 위해 전방에 남는다. 리암의 이름은 교체 명단 한가운데에 적혀 있었다.

"전반 30분 이후. 상대의 슈팅 패턴이 세 번 이상 반복되면 리암을 넣습니다. 그때부터 경기는 웨스트햄의 슈팅 훈련이 아니라 이스트베리의 회수 훈련이 됩니다."

웰스는 여전히 불안한 얼굴이었다.

"자네는 정말 무서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군."

"상대가 우리보다 강할수록,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장면을 좁혀야 합니다."

시우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90분을 이기려 들면 집니다. 슈팅이 막히고, 공이 죽고, 리암이 회수하고, 벤이 찌르고, 토미가 뛰는 그 3초를 훔치면 됩니다."

다음 날 저녁, 이스트베리 선수단 버스가 웨스트햄의 홈구장 앞에 멈춰 섰다.

차창 밖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거대한 조명탑이 하얗게 빛났고, 홈 팬들의 야유가 버스 벽을 두드렸다.

리암은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태클밖에 모르는 놈.

그 말은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다른 문장이 그 위를 덮고 있었다.

공이 죽는 자리를 안다.

원정 라커룸은 차가웠다. 이스트베리 파크의 진흙 냄새도, 하늘색 팬들의 뜨거운 함성도 없었다.

시우는 선수들 앞에 섰다.

"원정의 잔디는 배신하지 않는다."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

"공은 정직하게 굴러갈 겁니다. 그래서 웨스트햄은 자신들의 리듬을 믿을 겁니다. 우리는 그 믿음을 깨뜨립니다. 공이 정직하게 굴러간다면, 어디에서 죽을지도 드러납니다."

시우의 시선이 리암에게 닿았다.

"그 3초를 훔쳐라."

리암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선수들이 터널로 향했다.

터널 너머에서는 함성이 밀려왔다. 리암은 벤 해리스 뒤에서 몸을 풀며 잔디 냄새를 들이마셨다.

테크니컬 영역으로 걸어나간 시우는 전광판의 시간을 확인했다.

눈앞에 교체 타이밍이 선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잘 닦인 원정의 잔디 위에서, 이스트베리의 새로운 그림자가 조용히 깨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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