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99화: 한계 돌파, 붉은 경고음
수술 예정일을 하루 앞둔 밤, 소아 중환자실(PICU).
하은지 양의 혈액을 정화하기 위한 이중 면역 흡착 기계가 요란한 기계음을 내며 쉴 새 없이 회전하고 있었다. 환자의 몸에서 빠져나온 붉은 피가 특수 필터를 거쳐 체내 항체를 걸러낸 뒤 다시 주입되는 과정이었다.
“센터장님, 은지 혈액 내 PRA(항체 역가) 수치가 95%에서 48%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필터링 속도가 심장에 큰 무리를 주고 있습니다.”
김태진이 모니터의 수치들을 분석하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강현은 은지의 얼굴을 보았다. 극심한 자가면역 반응으로 인해 얼굴은 부어 있었고, 거친 호흡을 몰아쉬는 입술은 파랗게 변해 있었다.
그때였다.
지이이잉----!
갑자기 은지의 심전도 모니터에서 날카로운 경고음이 터져 나왔다. 굴곡지던 파형이 순식간에 불규칙한 가시 모양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심실세동(V-fib)입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떨리고 있습니다!”
“에피네프린 0.5mg 투여! 세동제거기(Defibrillator) 차징해! 50줄!”
강현이 다급하게 지시하며 은지의 가슴 위로 세동제거기 패들을 밀착시켰다.
“모두 물러서세요. 슛!”
쿵!
은지의 몸이 침대 위로 크게 튀어 올랐다. 하지만 모니터의 파형은 돌아오지 않았다.
“안 됩니다! 유효 혈압이 안 잡힙니다! 에크모 유량 늘리세요!”
박성진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자가면역 심근염으로 인해 완전히 망가진 심장 벽이 전기 충격조차 견디지 못하고 전류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은지의 심장은 이제 완전히 수명을 다한 것이었다. 에크모에 의존해 뇌로 가는 혈류를 억지로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 상태가 서너 시간만 지속되어도 신장과 간이 망가져 수술 자체가 불가능해질 터였다.
강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수술방 엽니다.”
“하지만 강현아, 항체 수치가 아직 48%야! 이 상태로 이식하면 심장이 뛰기도 전에 혈관이 막혀서 괴사해!”
태진이 소리쳤지만, 강현은 이미 수술용 가운을 입기 위해 준비실로 향하고 있었다.
“수술 중에 실시간 혈장 교환(On-line Plasma Exchange)과 초고속 면역 흡착을 동시에 진행합니다. 인공심폐기 라인에 필터를 다이렉트로 연결하세요. 심폐기가 도는 동안 은지의 혈액을 강제로 전부 세척하는 겁니다.”
“심폐기 라인에 필터를 직접 건다고? 압력 차이 때문에 라인이 터질 수도 있어!”
“제가 텐션을 직접 조절하며 캐뉼라를 잡겠습니다. 성진 형, 마취과에 즉시 통보하고 은지 양 수술실로 이동시키세요.”
강현의 목소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오전 1시 30분, 명성대학병원 메인 수술실.
은지의 가슴이 열리자, 마주한 그녀의 심장은 거대세포 심근염으로 인해 정상 크기의 두 배 가까이 비대해져 있었고, 표면은 누런 지방질과 허연 괴사 조직으로 뒤덮여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강현은 조심스럽게 메스를 대고 망가진 심장의 대동맥과 폐동맥을 절개했다.
서걱. 서걱.
괴사한 은지의 본래 심장이 완전히 적출되자, 가슴 중앙에 거대한 공동(空洞)이 생겨났다. 인공심폐기가 뿜어내는 기계적인 박동만이 은지의 생명을 억지로 붙잡고 있었다.
그 시각, 무균 이송 박스에 담겨 온 차세대 유전자 편집 돼지 심장이 수술대 위에 올려졌다. 지훈이 때보다 유전자 가위 공식을 한 층 더 정교하게 다듬은, 강현의 의학 지식이 집약된 결정체였다.
강현은 이종 심장을 은지의 가슴 속에 넣었다.
“대동맥 문합 시작하겠습니다. 프롤린 5-0 주세요.”
바늘 끝이 은지의 대동맥과 이종 심장의 대동맥 경계를 찌르는 순간, 참관실에 있던 밴스 박사를 비롯한 해외 연구원들은 침을 삼켰다.
아직 은지의 체내에 남아 있는 48%의 맹독성 항체들이 새로운 심장을 공격하기 위해 혈류를 타고 몰려들기 직전이었다. 백강현의 손끝에서 현대 소아 흉부외과의 한계를 시험하는 가장 위태로운 바느질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