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98화: 거대세포 심근염, 그리고 아이의 생명
에드워드 킹 회장의 1,500억 원 규모 글로벌 투자 계약이 체결된 이후, 명성대학병원 심장혈관외과 센터의 위상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새롭게 신설된 ‘아시아 이종 장기 임상 센터’의 연구실에는 세계 각국에서 파견된 흉부외과 전문의들과 생명공학 연구원들로 활기가 넘쳐났다. 백강현은 그 거대한 혁신의 중심에서 연구와 임상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센터의 외래 진료실로 다급한 환자가 찾아왔다.
“센터장님, 이 환자 차트 좀 확인해 주십시오. 상황이 너무나 다급합니다.”
박성진이 건넨 태블릿 화면을 확인한 강현의 미간이 무겁게 찌푸려졌다.
환자는 12세의 어린 소녀, 하은지였다. 하은지의 병명은 ‘거대세포 심근염(Giant Cell Myocarditis)’.
심장 근육에 원인 불명의 거대세포들이 침투하여 심장 조직을 급격히 파괴하는, 사망률이 90%에 달하는 극히 드물고 치명적인 자가면역 질환이었다. 이미 에크모(ECMO, 체외막산소화장치)를 달고 연명하고 있었지만, 심장의 기능은 이미 10% 이하로 떨어진 상태였다.
“국내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등록은 해두었지만, 은지 양은 희귀 혈액형인 데다가 이전에 겪은 잦은 수혈로 인해 체내 항체 역가(PRA)가 95%가 넘습니다. 인간의 심장을 기증받더라도 초급성 거부 반응이 일어날 확률이 너무 높아서 사실상 대기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성진의 목소리에는 깊은 안타까움이 서려 있었다. 은지에게 허락된 시간은 길어야 일주일. 뇌사자 심장 기증을 마냥 기다리다가는 수술대 위에 오르기도 전에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때 진료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은지의 부모가 들어왔다. 은지의 어머니는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흘렸다.
“백 센터장님, 제발 우리 은지 좀 살려주세요. 돼지 심장을 이식해서 아이를 살려내신 뉴스를 보았습니다. 우리 은지도…… 돼지 심장이라도 좋으니 제발 숨을 쉴 수 있게 해주세요. 이렇게 보낼 수는 없습니다.”
은지 아버지는 붉어진 눈으로 강현의 손을 꼭 잡았다.
강현은 은지 부모의 간절한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전생에서 수많은 소아 환자들이 기증자를 기다리다 차갑게 식어가는 모습을 보며 느꼈던 무력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생에서 그가 구축한 이종 이식 센터는 바로 이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일단 환자를 저희 센터 중환자실로 전원 조치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은지 부모가 연신 머리를 숙이며 방을 나간 뒤, 강현은 곧바로 김태진과 존스 홉킨스의 밴스 박사를 호출하여 긴급 컨퍼런스를 열었다.
“은지 양에게 두 번째 이종 이식을 집도하려 합니다.”
강현의 제안에 밴스 박사는 깜짝 놀라 안경을 고쳐 썼다.
“백 센터장, 그건 너무 위험하네! 지훈 군의 케이스와는 달라. 은지 양은 PRA(패널 반응성 항체) 수치가 95%에 달해. 이는 인체 내에 돼지 세포뿐만 아니라 외래 조직 전체를 파괴하려는 강력한 면역 군대가 대기하고 있다는 뜻일세. 수술방에서 이종 심장을 연결하자마자 심장이 검게 변하며 굳어버리는 초급성 거부 반응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면역 억제 프로토콜로는 불가능합니다.”
강현은 화이트보드에 새로운 필터링 도식과 약물 투여 주기를 그려 나갔다.
“수술 48시간 전부터 특수 고효율 이중 면역 흡착술(Double Immunoadsorption)을 진행해 혈액 속의 유해 항체를 90% 이상 강제로 씻어낼 겁니다. 그리고 이종 장기의 면역 프로필을 맞추기 위해, 유전자 가위로 항원 발현을 추가 억제한 차세대 편집 돈(Donor) 심장을 사용하겠습니다.”
밴스 박사는 강현이 제시한 다단계 면역 제어 공식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기존의 의학계에서는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극단적이면서도 정교한 면역 장벽 해체 작용이었다.
“……정말 이대로 진행할 수 있겠나? 만약 실패한다면 새롭게 출범한 우리 센터 전체의 신뢰도가 흔들릴 수도 있네.”
강현은 청진기를 손에 꽉 쥐었다.
“환자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의학의 신뢰는 도전하지 않는 안주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생명을 살려내는 성공에서 증명되는 법입니다.”
강현의 당당한 선언에 밴스 박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또 한 번의 기적을 향한, 백강현의 두 번째 이종 이식 집도 작업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