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97화: 약속된 기적, 신뢰의 거장
수술이 끝나고 정확히 14시간 뒤, VIP 집중치료실(ICU).
에드워드 킹 회장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이내 천천히 눈을 떴다. 산소마스크 너머로 불규칙하게 흘러나오던 거친 호흡은 어느새 깊고 안정적인 리듬을 찾고 있었다.
“……내가, 살아 있는 건가?”
에드워드 회장이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의 침대 옆을 지키고 있던 존스 홉킨스의 토마스 밴스 박사가 안도와 경외가 뒤섞인 표정으로 그의 손을 맞잡았다.
“그렇습니다, 에드워드. 자네는 살아났네. 한국의 젊은 센터장이 자네의 뛰고 있는 심장에 직접 바늘을 꽂아 기적을 집도해 냈네. 심장을 멈추지 않고 격벽 파열을 치료하는 세계 최초의 수술이었지.”
“심장을…… 멈추지 않고?”
에드워드 회장의 눈동자가 크게 확대되었다. 자신이 수많은 메디컬 바이오 벤처에 투자하며 상상만 해왔던 미래의 수술 기법이, 이 극동의 대학병원에서 실현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때 회진을 위해 백강현이 치료실 안으로 들어섰다. 강현은 환자의 모니터를 체크한 뒤, 눈높이를 맞추고 나직하게 인사했다.
“정신이 드십니까, 회장님. 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패치는 이물감 없이 완벽하게 생착되었고, 심박출량도 정상 수치로 회복되었습니다.”
에드워드 회장은 물끄러미 강현을 바라보았다. 앳된 얼굴 속에 깃든 깊고 차분한 눈동자. 전 세계 그 어떤 대가의 앞에서도 동요하지 않을 단단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자네가…… 내 목숨을 구한 의사로군. 내 가슴속에서 뛰는 이 심장이 백 선생의 실력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네. 정말 고맙네.”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회장님의 심근이 버텨준 덕분입니다.”
강현의 겸손한 태도에 에드워드 회장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곁에 서 있던 투자 담당자를 바라보았다.
“제임스. 존스 홉킨스와 협의해서 명성대학병원에 제안했던 투자 계약서를 당장 파기하게.”
그 말에 병실 안의 명성대학병원 관계자들이 깜짝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계약 파기라니, 수술 성공의 대가가 투자 철회란 말인가?
하지만 에드워드 회장의 다음 말은 그들의 심장을 멈추게 만들었다.
“5,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서 대신, 1억 2,000만 달러(한화 약 1,500억 원) 규모의 공동 설립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게. 명성대학병원 심장혈관외과 센터의 지분을 백강현 센터장 개인에게 5% 양도하고, 아시아 최대의 이종 장기 임상 센터 설립 비용 전액을 지원하겠네. 조건은 단 하나, 백 센터장이 이 센터의 종신 총책임자로 남는 것이네.”
1,500억 원.
국내 대학병원 역사상 전례가 없는 단일 센터 최대 규모의 글로벌 펀드 투자 유치였다. 게다가 강현 개인에게 양도되는 지분 가치만 해도 수백억 원대에 달했다.
“이, 이사장님……!”
임선우 이사장의 비서가 감격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쳤다. 임선우 이사장 역시 붉어진 얼굴로 주먹을 쥐었다. 마상범을 비롯한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 명성대학병원에서 설 자리는 이제 완전히 소멸했다. 1,500억 원의 글로벌 투자를 유치한 젊은 센터장의 위상을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시각, 서울구치소의 어둡고 차가운 독방.
오태민은 신문을 움켜쥔 채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속보] 명성대학병원 백강현 센터장, 세계 최초 박동하 VSR 수술 성공…… 글로벌 펀드 1,500억 유치.
신문 전면을 장식한 것은 수술복을 입고 당당하게 웃고 있는 백강현의 사진이었다.
“아니야…… 이건 가짜야! 그 새파란 놈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해내! 나를 덫에 빠뜨린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내 명성대학병원까지 통째로 삼키겠다는 거냐!”
오태민이 허공을 향해 비명을 지르며 신문지를 갈기갈기 찢었다.
독방의 쇠창살 틈새로 비쳐 드는 희미한 달빛 속에서, 오태민은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이 파멸시킨 천재 외과의 백강현은 이제 자신이 감히 올려다볼 수도 없는 하늘 위의 태양이 되었음을. 그의 처절한 복수는 감옥이라는 장벽을 넘어, 오태민의 정신을 밑바닥부터 완벽하게 붕괴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