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96화: 생명의 맥동, 바늘귀를 통과하다
“심실조기수축(PVC) 빈발합니다! 리도카인 50mg 인젝션!”
환자의 가슴을 열자마자 드러난 심장은 붉고 푸른빛이 도는 괴사 조직을 안은 채,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규칙적인 펌프질이 아니었다. 죽음의 직전에 내몰린 육체가 부르짖는 마지막 발악과도 같은 불규칙한 떨림이었다.
참관실에 서 있는 토마스 밴스 박사의 손에 땀이 흥건히 고였다.
“개심(開心)하지 않고 이 상태에서 가이드 와이어를 진입시키겠다고……? 조금이라도 힘이 들어가면 우심실 벽을 뚫고 대량 출혈이 일어날 텐데.”
밴스 박사의 우려대로, 펄떡이는 심장 근육에 카테터(미세 도관)를 찔러 넣는 것은 달리는 기차 위에서 바늘귀에 실을 꿰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심근경색으로 으깨진 심실 격벽은 바람만 불어도 찢어질 것처럼 약해져 있었다.
하지만 강현의 눈은 고요하다 못해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들어갑니다.’
강현이 마이크로 가이드 와이어를 환자의 심장 첨부(Apex)를 통해 밀어 넣었다.
동시에 그의 ‘초미세 절대 인지 감각’이 극대화되었다.
강현의 신경망이 와이어 끝단에 닿아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초미세 감각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요동치는 심근 세포들의 미세한 수축과 이완 주기, 좌심실에서 우심실로 뿜어져 나가는 거친 혈류의 소용돌이가 그의 머릿속에 3차원 입체 그래픽처럼 그려졌다.
두근. 두근. 펄떡.
‘지금이다.’
심장이 수축을 멈추고 0.1초 동안 이완하는 찰나의 순간. 강현이 부드럽게 와이어를 전진시켰다.
스윽.
와이어 끝이 혈류의 저항을 뚫고 격벽의 파열 구멍을 정확히 통과했다. 우심실 안착 성공.
“와이어 패스 확인됐습니다. 딜리버리 시스(도입관) 진입합니다.”
성진의 보조 아래, 강현은 격벽의 구멍을 메울 더블 디스크 형태의 ‘하이브리드 메쉬 패치’를 밀어 넣었다. 첫 번째 디스크가 우심실 벽에 밀착되고, 이어 두 번째 디스크가 좌심실 격벽을 샌드위치처럼 단단히 맞물려 고정했다.
삐- 삐- 삐-
환자의 동맥압 모니터의 수치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70에서 90, 그리고 100까지. 양 심실 사이의 비정상적인 혈류 분출(Shunt)이 차단되면서 전신으로 피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해냈어! 구멍이 막혔어!”
참관실에서 지켜보던 실사단 의사들이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하지만 강현의 미간은 여전히 좁혀져 있었다.
“아직 아닙니다. 격벽 주변의 괴사 부위가 너무 넓어서 디스크 가장자리로 미세한 누출(Leak)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봉합하면 시간이 지나며 격벽 전체가 다시 파열될 겁니다.”
“그럼 어떡합니까? 디스크를 다시 뺄 수도 없고……”
성진이 다급하게 물었다.
강현은 메스를 다시 쥐었다.
“우회로를 만들어 보강합니다. 격벽 바깥쪽 심근에 직접 바늘을 걸어, 펠트 스트립(Felt strip)과 생체 접착제(BioGlue)를 이용해 외부에서 벽을 한 번 더 압착해 꿰매겠습니다.”
뛰고 있는 심장의 외벽을 생체 풀과 특수 실로 보강하는 작업. 그것도 괴사해 두부처럼 으깨지기 쉬운 부위였다.
강현의 손끝이 바늘을 쥐고 춤추기 시작했다.
그는 조직의 강도를 느꼈다. 단 1g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장력 제어. 찢어지지 않을 한계점 바로 직전까지 실을 당겨 묶고, 그 위에 생체 접착제를 미세하게 도포했다.
슥. 슥. 슥.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의 리듬에 완벽히 동조된 듯한 기적적인 손놀림이었다.
5분 후.
동맥압 모니터의 수치는 120에 80, 정상 범위를 가리키며 완벽한 직선을 그렸다. 심초음파 화면에서도 더 이상 격벽 사이로 새어 나오는 붉은 혈류의 흐름은 보이지 않았다.
환자의 심장은 이제 더 이상 불규칙하게 떨리지 않았다. 아주 웅장하고 건강한 맥동을 되찾아 있었다.
“……완벽합니다. 수술 종료합니다.”
강현이 메스를 내려놓고 장갑을 벗었다.
참관실 안은 유령이라도 본 듯한 깊은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세계 흉부외과의 거두 토마스 밴스 박사는 안경을 벗어 손에 쥔 채, 넋이 나간 눈으로 강현의 수술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계의 도움 없이, 뛰는 심장 속의 찢어진 벽을 완전히 재건했어…… 이건 외과의의 기술을 넘어선 영역이군. 오늘 나는 심장외과학의 역사책이 새로 쓰이는 순간을 목격했네.”
밴스 박사의 쉰 목소리에는 깊은 경외심이 묻어나고 있었다. 백강현이라는 젊은 천재가 전 세계 의료계의 판도를 바꿀 괴물임을, 현장에 있던 모두가 뼈저리게 실감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