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94화: 불신과 검증, 그리고 실사단
존스 홉킨스 메디컬 그룹의 실사단이 명성대학병원 로비에 들어섰을 때, 병원은 마치 국빈을 맞이하는 듯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실사단의 단장은 하버드 의대를 졸어하고 존스 홉킨스 심장혈관외과 주임교수를 맡고 있는 토마스 밴스 박사였다. 세계 이종 장기 이식 학회의 거두이자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거물이었다. 그의 뒤로는 글로벌 바이오 펀드 ‘헬스케어 벤처스’의 수석 투자 심사역들이 무거운 서류 가방을 들고 따르고 있었다.
“기적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고 왔습니다만, 제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믿기 힘들군요.”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밴스 박사는 악수도 나누기 전에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양의 작은 대학병원에서, 그것도 전문의 자격을 갓 취득한 백강현이라는 젊은 의사가 초급성 면역 거부 반응과 미세 혈전 문제를 완벽하게 제어했다는 것은 학문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임상 데이터에 오류가 있거나 왜곡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참석한 명성대학병원 임원들의 안색이 굳어졌다. 대놓고 데이터를 조작한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한 것이었다.
하지만 강현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여유로운 미소로 화답했다.
“학자로서의 합리적인 의심은 존중합니다, 밴스 박사님. 백문이 불여일견(Seeing is believing)이라고 하죠. 데이터 분석실로 이동해서 원본 이종 장기 마우스 데이터부터 돼지 장기 분석, 그리고 현재 입원 중인 환자의 실시간 신체 징후 데이터까지 전부 열람해 드리겠습니다.”
강현의 당당한 태도에 밴스 박사는 돋보기안경을 고쳐 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철저히 검증해 보지요.”
실사단은 먼저 지훈이의 병실로 향했다. 지훈이는 마침 간호사와 함께 웃으며 동화책을 읽고 있었다. 밴스 박사는 지훈이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동의를 구한 뒤, 직접 청진기를 가슴에 대었다.
두근. 두근. 두근.
청진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소리는 기계의 도움을 받는 불규칙한 소리가 아니었다. 인간의 가슴속에서 완벽하게 안착한 생명의 소리였다. 밴스 박사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건…… 완벽하게 동조된 박동이군. 판막 마찰음도 없고, 부정맥의 징후도 전혀 느껴지지 않아.”
“실시간 혈액 분석 데이터입니다.”
강현이 태블릿을 건넸다. 화면에는 보조 T세포와 NK세포(자연살해세포)의 활성도가 정상 범위를 유지하고 있는 그래프가 나타나 있었다. 면역 거부 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된 약물의 농도는 세계 기준의 절반 이하에 불과했다.
“말도 안 돼! 면역억제제 투여량이 이렇게 적은데 어떻게 이종 장기가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단 말인가? 초급성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알파갈(Alpha-Gal) 유전자를 제거했다 하더라도, 보체(Complement) 활성화를 완벽히 막을 수는 없었을 텐데!”
밴스 박사가 흥분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강현은 기다렸다는 듯 칠판으로 다가가 마커를 쥐었다. 그리고 전생에서 겪었던 수많은 임상 실패 끝에 완성된, 현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차세대 유전자 가위(CRISPR-Cas12a)의 오프타겟 제어 기법과 면역 조절 단백질 수용체의 염기서열 결합 공식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커가 칠판을 긁는 소리가 회의실에 리드미컬하게 울려 퍼졌다.
“……저희는 기존의 6개 유전자 조작을 넘어, 혈관 내피세포의 면역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추가 4개 수용체의 유전자 서열을 교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보체의 부착률을 0.01% 이하로 떨어뜨렸고, 결과적으로 초저용량의 면역억제제만으로도 완벽한 생착이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칠판을 가득 채운 정교하고 미래지향적인 염기서열 공식과 대사 메커니즘을 바라보던 밴스 박사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존스 홉킨스 본사에서도 아직 가설 단계에 머물러 있던 미지의 영역이었다.
“이…… 이건…… 오프타겟 효과를 완전히 상쇄하는 초미세 유전자 가위 제어술이잖아…… 어떻게 이런 공식을 혼자 힘으로 유도해 낼 수 있었지?”
밴스 박사는 더 이상 강현을 젊은 아시아 의사로 보지 않았다. 그의 눈앞에 서 있는 청년은 의학의 미래를 수십 년 앞당겨 집도하고 있는 불세출의 천재였다.
그 경악의 순간, 회의실 문이 벌컥 열리며 응급실(ER)의 간호사가 사색이 된 얼굴로 소리쳤다.
“백 센터장님! 응급실에 초비상 상황입니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인성 쇼크(Cardiogenic Shock) 환자가 실려 왔는데, 마침 그 환자가…… 오늘 아침에 한국에 입국한 ‘헬스케어 벤처스’의 글로벌 총괄 회장인 에드워드 킹 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