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90화: 몰락의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오태민의 도주 시도는 허무하게 끝이 났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앞. 선글라스와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위조 여권으로 출국 심사대로 향하던 오태민은 그를 기다리고 있던 수사관들에게 가로막혔다.
“오태민 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뇌물수수, 그리고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수사관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며 오태민의 양손에 차가운 수갑을 채웠다.
“이거 놓아! 내가 누군지 알아? 명성대학병원 원장 오태민이야! 당장 청와대 수석한테 전화할 테니까 이거 놔!”
오태민이 악을 쓰며 발버둥을 쳤지만,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일제히 몰려와 카메라 셔터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섬광처럼 터지는 플래시 불빛 속에서 오태민의 일그러진 얼굴이 여과 없이 기록되었다. 전 세계 의학계에 이름을 떨치던 명성대학병원장의 추악한 연행 장면은 실시간으로 전국에 방송되었다.
명성대학병원 로비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화면에도 그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검찰은 오태민 전 원장이 의료기기 납품 대행사인 ‘태성 메디칼’을 통해 약 300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메디바이스 사의 부적합 인공 심장 도입 과정에서 수십억 원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로비에 모여 화면을 보던 의사들과 간호사들, 환자들은 충격과 함께 웅성거렸다. 오태민이라는 거대한 절대 권력이 이토록 빠르고 완벽하게 무너져 내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강현은 로비 한구석에서 묵묵히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전생에서 자신을 대리 수술의 늪으로 몰아넣고 오른손을 짓밟아 자살로 내몰았던 원흉. 그 거대해 보였던 괴물이 마침내 쇠고랑을 찬 채 무릎을 꿇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응어리가 서서히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강현아.”
사수인 박성진 레지던트가 다가와 강현의 어깨를 툭 쳤다.
“진짜 세상 모를 일이다. 오 원장이 저런 짓을 저지르고 다녔다니. 그나저나 이제 병원은 어떻게 되는 거지? 원장 공석에다가 이미지도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강현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병원은 썩은 부위를 도려냈으니, 이제 새살이 돋아날 차례니까요.”
“새살?”
성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현은 대답 대신 이사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임선우 이사장은 이사장실에서 대대적인 조직 개편안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강현이 들어서자 임 이사장은 안경을 벗고 밝은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
“어이 왔는가, 백 선생. 아니, 이제 백 센터장이라고 불러야겠군.”
임 이사장이 서류 한 장을 강현에게 보여주었다. 서류 상단에는 [명성대학병원 심장혈관외과 센터 신설 및 백강현 센터장 임명안]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기존의 권위주의적이고 부패했던 외과 시스템을 전면 개혁할 생각이네. 백 선생이 제안했던 ‘이종 장기 및 첨단 심장외과 센터’를 신설하고, 그곳의 전권을 백 선생에게 일임하겠네. 의대 졸업 고사를 치른 지 얼마 안 된 젊은 의사에게 센터장을 맡기는 파격 인사지만, 백 선생의 실력과 결단력이라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걸세.”
최연소 센터장 부임.
그것은 병원 내에 팽배해 있던 오태민의 부패 세력을 완전히 청산하고, 강현의 지휘 아래 혁신적인 의료 시스템을 도입하는 개혁의 신호탄이었다.
강현은 서류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명성대학병원을 세계 최고의 집도 공간으로 만들겠습니다.”
오태민의 파멸은 끝이 아니었다. 그것은 백강현이 꿈꾸던 진정한 의료 혁명, 그리고 그가 집도할 기적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작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