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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9화

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9화: 한밤의 아일랜드 시트

"강현아, 내가 잘못했어! 제발…… 제발 과장님께 그것만은 보고하지 말아줘. 내가 미쳤었어. 이민우 선생이 하도 압박을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박도현은 중환자실 뒤편 비상계단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강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런 그를 내려다보았다.

"도현아. 넌 의사야. 네 사소한 질투나 비굴함 때문에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삼지 마. 이번 한 번은 넘어가 주겠지만, 다음은 없다."

"고, 고마워! 정말 고마워 강현아……."

박도현을 완전히 굴복시켜 포섭해 둔 강현은 조용히 중환자실(ICU) 당직실로 돌아와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창밖에는 장대비가 몰아치며 유리창을 세차게 때리고 있었다. 시계는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때, 중환자실 전체를 뒤흔드는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렸다.

-삐이이이이! 삐이이이이!

"10번 베드 김 어르신 어레스트 임박입니다! 바이탈 흔들려요!"

강현은 반사적으로 눈을 뜨고 중환자실로 달려 나갔다.

10번 베드의 환자는 78세 고령의 다발성 장기 부전(Multiple Organ Failure) 환자였다. 만성 신부전과 폐부전이 겹쳐 온몸이 퉁퉁 부어오른 '전신 부종(Anasarca)' 상태였다. 신장이 멈춰 체내 독소가 쌓이면서 심장마비가 오기 직전의 위급 상황이었다.

"당장 혈액 투석 돌려야 해! 대퇴부(Femoral)에 라인 잡아! 카테터(Catheter) 가져와!"

마침 당직을 서고 있던 치프 레지던트 이민우가 허겁지겁 환자에게 달려들었다. 낮에 박도현으로부터 음모가 간파당했다는 보고를 받고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던 참이었다. 그는 이 위기를 자신의 완벽한 처치 실력으로 만회하려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포셉, 초음파 대봐!"

이민우가 환자의 사타구니 부근에 초음파 프로브를 갖다 대었다.

하지만 모니터에는 부종 조직에서 흘러나온 수분과 두꺼운 지방층 때문에 흐릿한 회색 덩어리만 보일 뿐, 대퇴정맥(Femoral vein)의 형체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아, 씨발! 왜 안 보여! 혈관이 다 찌그러졌잖아!"

이민우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환자의 혈압은 이미 60/40mmHg 이하로 떨어져 가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찌른다!"

조급해진 이민우가 맹검(Blind) 상태로 두꺼운 카테터 바늘을 환자의 사타구니 깊숙이 찔러 넣었다.

서걱-.

"어……?"

바늘끝에서 불길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환자의 사타구니 부위가 주먹만 한 크기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정맥이 아니라 바로 옆에 흐르는 대퇴동맥(Femoral artery)을 잘못 찔러 엄청난 내출혈이 시작된 것이다. 거대한 혈종(Hematoma)이 형성되자 이민우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혈, 혈종이다! 지혈대 가져와! 피가 안 멈춰!"

"선생님, 혈압 50입니다! 이러다 환자 죽어요!"

간호사들의 다급한 비명 속에 이민우의 양손은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대퇴부 혈관마저 찢어놓았으니 다른 라인을 잡아야 하는데, 전신 부종이 너무 심해 다른 곳은 엄두도 나지 않았다.

"비키십시오."

그 지옥 같은 아수라장 속으로 백강현이 조용히 걸어 들어왔다.

"뭐? 백강현, 네가 또……."

"비키라고 했습니다. 환자 죽이고 의사 면허 날리고 싶지 않으시면."

강현의 목소리에는 이민우의 자존심 따위는 단숨에 뭉개버리는 압도적인 위엄이 있었다. 이민우는 홀린 듯 멸균 장갑을 낀 손을 내리며 뒤로 물러섰다.

강현은 초음파 기계를 멀리 치워버렸다.

그리고 퉁퉁 부어올라 핏빛으로 변한 환자의 사타구니 부위에 맨손가락을 슬그머니 얹었다.

[말초신경 절대 인지 가동]
[대퇴부 연부조직 투사 시작]

강현의 손끝이 부종액으로 가득 찬 피부 조직을 누르자, 피하 지방층 아래 깊숙한 곳에서 가늘게 맥동하는 대퇴정맥의 흐름이 느껴졌다.

이민우가 잘못 찔러 동맥 피가 고여 거대한 장벽을 만들고 있었지만, 강현의 신경망은 그 혈종 뒤편에 숨은, 찌그러져 가는 1mm짜리 정맥의 미세한 맥동을 정확하게 포착해 냈다.

'여기다.'

강현은 새 카테터 바늘을 쥐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45도 각도로 부풀어 오른 살덩이 깊숙한 곳을 향해 바늘을 밀어 넣었다.

툭-.

바늘끝을 통해 혈관 내벽을 뚫는 기분 좋은 저항감이 전해졌다.

스윽-.

바늘 뒷부분의 투명한 튜브를 통해 검붉은 정맥혈이 고르고 시원하게 흘러나왔다. 단 한 번의 시도로, 그것도 초음파도 보지 않고 완벽하게 정맥 라인을 찾아낸 것이다.

"가이드 와이어."

강현의 나지막한 지시에 간호사가 멍하니 와이어를 건넸다. 강현은 부드럽게 와이어를 밀어 넣고, 도관을 삽입한 뒤 봉합사로 고정했다.

"투석 기계 연결하세요."

도관을 통해 혈액이 빠져나가 투석기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삑- 삑- 삑-.

요동치던 심전도 그래프가 안정을 찾고, 환자의 혈압이 90으로 복구되었다.

환자의 거친 호흡이 가라앉자, 중환자실 안에는 빗소리만이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이민우는 벽에 기대어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고,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강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갓 졸업한 인턴 백강현.
그는 자신이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심연과도 같은 실력의 격차를 가진 거대한 존재였다.
자신이 설계했던 졸렬한 덫이 얼마나 우스운 짓이었는지, 이민우는 뼈저린 굴욕감과 함께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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