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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10화

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10화: 거인의 제안

"백강현 선생, 임선우 석좌교수님께서 본관 12층 개인 연구실로 부르시네. 지금 당장 올라가 보게."

교육수련부장의 호출에 강현은 올 것이 왔음을 직감했다.

임선우 석좌교수.
대한민국 흉부외과의 기틀을 닦은 살아있는 전설이자, 명성대학병원 전임 병원장. 학계뿐만 아니라 정계와 재계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물 중의 거물이었다. 회귀 전에도 그는 병원 내의 더러운 권력 싸움에 환멸을 느끼고 일찌감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던 인물이었다.

강현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본관 12층 석좌교수실의 문을 두드렸다.

똑, 똑-.

"들어오게."

낮고 중후한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은은한 침향 냄새와 함께 벽면을 가득 채운 오래된 의학 서적들이 보였다. 창가 쪽 책상에 앉아 있던 백발의 노신사가 안경을 벗으며 강현을 맞이했다. 그의 매서운 눈빛은 팔순에 가까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예리하게 살아 있었다.

"앉게나. 백강현 군."

임선우 교수는 손수 우려낸 따뜻한 차 한 잔을 강현의 앞에 밀어 놓았다. 강현은 찻잔을 들고 가볍게 목을 축였다.

"차 맛이 좋네만. 자네는 내 소문을 듣고도 긴장하는 기색이 전혀 없군."

"교수님께서 저를 해치시려 부른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강현의 덤덤한 대답에 임 교수의 입꼬리가 가볍게 올라갔다.

"허허, 당돌하군. 갓 인턴을 시작한 애송이의 눈빛이 아니야. 자네가 최근에 집도한 두 수술 영상과 마취 기록지를 내 직접 검토했네."

임 교수가 책상 위의 모니터를 톡톡 쳤다. 화면에는 강현이 강민우 상무의 심장 벽을 꿰매던 순간과, 소아 환자의 1.5mm 관상동맥을 문합하던 순간의 클로즈업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비팅 하트 슈처의 완벽한 텐션 조절, 루페도 쓰지 않은 상태에서 10-0 마이크로 봉합사로 흐물흐물해진 소아 혈관을 0.2mm 간격으로 이어붙인 신기(神技). 이건 평생을 수술실에서 썩은 나조차도 전성기 때 감히 흉내 내지 못할 경지일세."

임 교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건 단순히 이미지 트레이닝이나 몇 번의 연습으로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자네, 정체가 뭔가? 대체 누구 밑에서 이런 기술을 배운 건가?"

의혹이 가득한 질문이었지만, 강현은 미리 준비해 둔 답변을 흐트러짐 없이 꺼내 놓았다.

"특별한 스승은 없습니다. 다만 어릴 때부터 손의 감각이 남달리 예민했습니다. 눈으로 본 수술 영상을 머릿속으로 수만 번 시뮬레이션하고, 밤마다 실리콘 모형으로 봉합 연습을 반복했을 뿐입니다."

"천재라는 뜻이군. 아니, 천재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안 되는 재능이야."

임 교수는 강현의 뻔뻔하리만큼 대담한 태도를 굳이 더 캐묻지 않았다. 그는 껄껄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좋네. 재능의 출처는 묻지 않겠네. 대신 자네에게 아주 흥미롭고, 동시에 아주 위험한 제안을 하나 함세."

임 교수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극도의 진중함이 내려앉았다.

"현재 원장파 놈들이 극비리에 진행하려는 수술이 하나 있네. 환자는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이자 정계의 거물인 서 의원일세."

강현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서 의원……!'

회귀 전,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오른손 뼈를 으스러뜨리며 비참한 죽음으로 몰고 갔던 바로 그 수술이었다. 원장 오태민이 비리를 덮기 위해 대리 수술을 감행하다 환자를 죽이고, 자신에게 독박을 씌웠던 그 저주받은 사건의 시발점.

"그 환자의 상태는 최악일세. 삼중 관상동맥 질환에 심각한 심근경색으로 박출률(EF)이 20%도 안 돼. 생존율은 5% 미만이지. 오태민 원장 놈은 이 수술을 억지로 성공시켜 정계에 확실한 줄을 대려 하고 있네. 물론,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꼬리를 자를 희생양도 물색 중이겠지."

임 교수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자네가 이 수술에 비공식 어시스트로 들어가게. 오태민이 저지를 실수를 막고, 자네의 그 기적 같은 손놀림으로 서 의원을 살려내란 말일세."

"……제가 얻는 것은 무엇입니까?"

강현이 물었다. 임 교수는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환자가 살아나는 순간, 오태민의 야욕은 무너질 걸세. 대리 수술과 의료 비리를 감추기 위해 벌인 그들의 음모가 내 손에 쥐어질 테니까. 자네가 환자를 살려만 준다면, 내 자네를 공식 후계자로 선언하고 오태민 원장파를 쓸어버릴 수 있는 명성과 권력을 쥐어주겠네. 명성대학병원의 차기 주역은 자네가 될 걸세."

거인의 제안.
회귀 전에는 원장파의 강압에 못 이겨 제물로 바쳐졌던 수술이었지만, 이제는 대한민국 의학계의 거장인 임선우 석좌교수가 먼저 손을 내밀고 있었다.

강현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피해 가려 하지 않았다. 어차피 마주해야 할 원수들이라면, 그들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무대에서 처참하게 짓밟아 주는 것이 진정한 복수였다.

게다가 지금의 백강현에게는 회귀 전에는 없었던 '신의 손'이 있었다.

"좋습니다, 교수님. 그 제안…… 받아들이겠습니다."

강현의 대답과 함께, 12층 석좌교수실의 통창 너머로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두 거장의 위험천만한 동맹이 맺어졌다.

백강현의 복수극, 그 거대한 서막이 비로소 완전히 열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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