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11화: 거부할 수 없는 덫
"당장 이 인턴 자식을 서 의원 수술방 세컨드 어시스트로 넣으라는 게 말이 됩니까!"
병원장실. 오태민 교수가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오 원장은 미간을 짚은 채 골치 아프다는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임선우 교수님이 직접 지시하신 걸세. 자네도 알지 않나? 그 노인네가 아직 이사회에 가진 지분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한성그룹 한혜숙 이사장까지 뒤에서 백강현이를 밀고 있어. 우리가 거절하면 서 의원 수술 자체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겠다고 협박하는 판국에 어쩌겠나?"
"하지만 병원장님! 서 의원 수술은 실패 확률이 95%가 넘는 극악의 수술입니다. 만약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 모든 책임을 제가 독박 쓰게 될 텐데…… 이 실력도 검증 안 된 인턴 새끼를 수술방에 들였다가 무슨 짓을 저지를 줄 알고 그 노인네 말을 듣습니까?"
오태민의 목소리에는 공포와 조급함이 섞여 있었다.
오 원장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오태민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에 비열한 빛이 스쳤다.
"오 교수. 머리를 쓰게. 서 의원이 잘못되면 자네 인생도 끝장나는 건 맞네. 하지만…… 만약 백강현이가 사고를 쳐서 수술이 실패한 거라면 어떻게 되지?"
"예?"
"그 백강현이라는 놈이 임선우의 추천으로 들어온 인턴 아닌가? 그놈이 수술실에서 돌발 행동을 하거나 실수를 저질러 수술이 실패했다고 언론에 터뜨리면 어떻게 되겠나. 화살은 자네가 아니라 임선우와 그 잘난 인턴에게 쏠릴 걸세."
오태민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 과연 그렇군요."
"백강현이한테 서약서나 각서 하나를 받아두게. 수술실 내에서 집도의의 지시를 전적으로 따르며, 돌발 행동으로 발생하는 모든 의료사고의 형사적, 민사적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내용으로 말이야. 임선우 노인네가 꽂아 넣은 놈이니, 그 서약서 한 장이면 완벽한 꼬리 자르기가 가능하지."
오태민은 비열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역시 병원장님이십니다. 제가 당장 처리하겠습니다."
같은 날 오후, 흉부외과 교수 연구실.
오태민은 강현을 불러 책상 위에 각서 한 장을 탁 던졌다.
"백강현 인턴. 임선우 교수님 덕분에 네가 서 의원 수술방에 들어오게 됐더구나. 하지만 여긴 장난치는 곳이 아니야. 인턴 따위가 들어오려면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있어야겠지."
강현은 책상 위의 종이를 집어 읽어보았다.
[각서: 본인은 수술실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돌발 행동에 대해 전적인 민형사상 책임을 질 것이며, 집도의의 과실과는 무관함을 증명함…….]
회귀 전, 그를 지옥으로 밀어 넣었던 바로 그 문서였다.
그때는 억압과 협박에 못 이겨 피눈물을 흘리며 서명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강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서명하겠습니다, 교수님."
강현은 주저 없이 만년필을 들어 펜촉을 굴렸다.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백강현 석 자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오태민은 강현이 너무나 쉽게 서명하자 짐짓 당황하면서도,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좋아. 수술방에서 얌전히 썩션만 잡고 있어라. 만약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하면 이 각서대로 널 감옥에 처넣을 테니까."
"명심하겠습니다, 교수님."
각서를 챙기는 오태민의 등 뒤로, 강현은 싸늘한 미소를 던졌다.
'오태민. 넌 그 종이 한 장이 네 목숨줄을 구해줄 방패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 각서는 오히려 오태민이 집도의로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스스로 날려버린, 완벽한 사형집행서가 될 것이었다.
강현은 이미 판을 완벽하게 뒤흔들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