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88화: 격정의 언론 기지회견
“백강현 교수님! 방금 보도된 메디바이스 인공 심장 결함 문건에 대해 사전에 알고 계셨습니까?”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백 교수님이 기밀 임상 데이터를 제보하셨다는데 사실입니까?”
“이종 이식의 성공과 메디바이스의 결함 은폐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발표가 끝나기 무섭게 수십 명의 국내외 기자들이 단상 아래로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이며 강현의 얼굴을 비추었다. 학술대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었다.
강현은 단상 마이크를 잡고 침착하고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질문은 한 분씩 받겠습니다. 먼저 외신 기사가 보도된 시점과 제 발표 시점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시발점이라는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 결함이 있는 기계식 장치가 의료 현장에 버젓이 유통되는 것을 묵과할 수 없었습니다.”
강현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깊고 고요했다.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밀며 질문을 쏟아내는 와중에, 한 기자가 날카롭게 질문했다.
“메디바이스 측에서는 발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고 인용된 것으로 압니다. 법적 처벌을 감수하고 폭로를 감행하신 겁니까?”
강현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법원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저는 단상 위에서 메디바이스의 ‘ㅁ’ 자도 꺼내지 않았고, 기밀을 발설하지도 않았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자료들은 이미 전 세계 독립 의학 저널리스트들과 해외 연구기관들이 자체적으로 확보해 검증을 마친 데이터들입니다. 한국 법원의 가처분 효력이 전 세계 언론의 보도 자유까지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기자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법원의 가처분 명령을 교묘하면서도 완벽하게 무력화한 강현의 치밀함에 감탄한 것이었다.
그 시각, 학회장 출구 쪽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조태형 지사장님! 한 말씀 해주십시오!”
“본사 임원들과 나눈 이메일 내용이 사실입니까?”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데 주주들에게 어떻게 해명하실 겁니까?”
기자들의 타깃은 이제 메디바이스 지사장 조태형과 명성대학병원장 오태민에게로 옮겨갔다. 조태형은 밀려드는 카메라를 손으로 막으며 땀을 뻘뻘 흘렸다.
“이건 조작입니다! 악의적인 허위 보도입니다! 법적으로 단호하게 대응할 겁니다!”
비명을 지르듯 외쳤지만, 그의 목소리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완전히 묻혀버렸다.
오태민 역시 수행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황급히 학회장을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기자들뿐만이 아니었다.
“오 원장님, 잠시 이야기 좀 나누시지요.”
명성재단 임선우 이사장의 비서실장과 보안 요원들이 오태민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임 이사장님께서 지금 당장 본관 회의실에서 긴급 임시 이사회를 소집하셨습니다. 원장님에 대한 메디바이스 도입 관련 뇌물 수수 의혹 및 권력 남용 건에 대한 소명 절차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오태민의 안색이 시퍼렇게 질려갔다.
“이사장님이……? 아니, 이사회를 소집한다고? 나한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재단 이사회의 고유 권한입니다. 원장님, 가시지요.”
보안 요원들이 오태민을 양옆에서 에스코트하듯 붙잡았다. 겉으로는 안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도망치지 못하게 구속하는 형국이었다.
오태민은 이 악물고 멀리 단상 위에 서 있는 백강현을 바라보았다. 강현 역시 그를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백강현…… 이 빌어먹을 놈이 끝내 내 목줄을 죄는구나.’
하지만 강현의 눈빛은 말하고 있었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전생에서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자들이 겪어야 할 파멸의 서막에 불과했다.
저녁 8시, 이사회가 끝난 직후 이사장실.
“수고했네, 백 선생.”
임선우 이사장이 따뜻한 차를 강현에게 건넸다.
“오태민 원장의 직무 정지 안건이 통과되었네. 메디바이스의 리베이트 의혹과 내부 횡령 자료를 재단 법무팀이 확보하여 내일 오전 정식으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야. 이제 명성대학병원 내에서 그의 입지는 완전히 소멸했다고 봐도 무방하네.”
강현은 찻잔을 받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이사장님의 결단 덕분입니다.”
“아니야. 백 선생이 판을 완벽하게 깔아주지 않았다면 나 역시 움직이기 힘들었을 걸세. 그나저나 오태민이 순순히 물러나진 않을 텐데, 마지막 발악을 조심해야 하네.”
강현은 조용히 찻잔을 바라보았다.
“발악을 하려 해도 힘이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오 원장이 붙잡고 있는 마지막 동아줄까지 끊어버릴 생각입니다.”
강현의 머릿속에는 오태민이 숨겨둔 마지막 카드, 즉 그가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는 의료 장비 유통사 ‘태성 메디칼’의 존재가 떠오르고 있었다. 오태민을 법적으로 완벽하게 구속하고 재기 불능으로 만들 마지막 열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