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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87화

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87화: 글로벌 엠바고, 폭발하는 진실

오전 9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는 메디바이스 코리아가 신청한 ‘학술대회 발표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결정서의 요지는 명확했다. 명성대학병원 백강현 교수는 국제 흉부외과학회 학술대회(ICTS)에서 메디바이스 사의 인공 심장 결함 및 미공개 내부 기밀과 관련된 일체의 내용을 발표하거나 언급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할 시 1회당 1억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이렇게 나오는군.”

명성대학병원 병원장실에서 오태민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법원 결정서를 내려놓았다. 그의 맞은편에는 메디바이스 코리아의 지사장인 조태형이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오 원장님, 이제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백강현이가 아무리 날고 기는 천재라 한들, 법원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을 테니까요. 만약 발표장에서 헛소리를 지껄인다면 그 즉시 형사 고발과 함께 평생 메스를 잡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숨통을 끊어놓을 겁니다.”

“하하, 조 지사장만 믿겠소. 그 건방진 놈의 콧대를 이번 기회에 완전히 꺾어 놓아야지.”

오태민의 두 눈에 비열한 탐욕과 독기가 서렸다. 전생에서 백강현을 무참히 짓밟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자신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같은 시각, 코엑스 ICTS 학술대회장 대기실.

“강현아, 가처분 결정문이 송달됐어.”

김태진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결정서 사본을 보여주었다.

“정말로 메디바이스에 대해 언급하면 즉시 고발당해. 이행강제금도 문제지만, 의사 면허와 학회 영구 제명까지 거론될 수 있어. 어쩌려고 그래? 발표 자료를 지금이라도 수정해야 하는 거 아냐?”

대기실 안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강현은 덤덤하게 양복 매무새를 다듬었다. 그의 얼굴에는 불안함 대신 차가운 냉소만이 감돌고 있었다.

“수정할 필요 없어. 애초에 내가 직접 입을 열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강현은 대답 대신 자신의 손목시계를 가리켰다.

오후 1시 50분. 발표 시작까지 정확히 10분 전이었다.

오후 2시 정각.
학술대회 메인 홀의 조명이 어두워지고, 강현이 단상 위로 올라섰다.
수천 명의 세계적인 흉부외과 권위자들과 의학 기자들이 강현을 주목했다. 오태민과 조태형 역시 홀 앞자리에 앉아 거만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고 있었다.

강현이 마이크 앞에 섰다.

“반갑습니다. 명성대학병원 백강현입니다. 오늘 제가 발표할 주제는 ‘이종 장기 이식의 새로운 패러다임: 돼지 심장 이식 환자의 30일 생존 및 면역 거부 반응 통제’입니다.”

조태형과 오태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로 야릇한 눈빛을 교환했다. 메디바이스에 대한 폭로가 아닌, 이종 이식 수술 결과 발표였기 때문이다. 법원 가처분의 위력에 강현이 꼬리를 내렸다고 확신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학회장 곳곳에서 나직한 웅성거림이 시작되었다.

띠링. 띠링. 띠리링.

기자석에 앉아 있던 외신 기자들의 노트북과 스마트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알림음이 울려 퍼졌다.

[속보] AP 통신 - “메디바이스, 인공 심장 치명적 결함 은폐 의혹... 임상 데이터 조작 정황 포착”
[속보] Reuters - “독점 입수: 메디바이스 내부 고발 문건 폭로. 사망 환자 12명 데이터 누락 확인”
[속보] BBC 의학 전문지 - “한국의 천재 외과의 백강현, 세계 최초 이종 심장 이식 성공과 메디바이스의 추악한 진실을 동시에 밝히다”

엠바고가 해제된 오후 2시 정각.
전 세계 유력 외신들이 일제히 메디바이스의 추악한 민낯을 폭로하는 기사를 송출한 것이었다. 기사에는 강현이 제공한 미공개 데이터와 원본 임상 보고서, 그리고 메디바이스 본사 임원진들의 이메일 캡처본까지 완벽하게 첨부되어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조태형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그는 다급하게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지만, 이미 메디바이스 본사로부터 걸려 오는 전화와 비서들의 문자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메디바이스의 주가는 개장 전 시간외 거래에서 이미 폭락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강현은 단상 위에서 프레젠터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는 지훈이의 수술 장면과 함께 완벽하게 박동하는 돼지 심장의 3차원 혈류 그래프가 나타났다.

“우리는 인간의 기술이 만든 기계적 장치가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답이 아님을 증명했습니다. 기계적 결함으로 수많은 환자를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이를 은폐하려는 추악한 자본의 손길이 존재하지만……”

강현의 시선이 정확히 오태민과 조태형을 향했다.

“진짜 의사라면, 기계의 결함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가능성을 넓혀야 합니다. 제가 집도한 이종 이식 환자는 현재 미세 혈전 수치 0%, 완벽한 신장 및 간 기능 대사를 보여주며 기적적으로 회복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단 한 자도 위반하지 않으면서, 메디바이스와 그들을 비호하던 오태민을 세계 의료계에서 완전히 매장해 버리는 완벽한 집도였다.

수천 명의 청중들이 기립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오태민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자신이 파놓은 덫에 걸려든 것은 백강현이 아니라, 바로 자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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