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84화: 다가오는 새로운 위협, 메디바이스 본사의 반격
독일 뮌헨에 위치한 글로벌 거대 제약사 메디바이스(Medivise) 본사.
최고층의 호화로운 회의실 안은 얼음처럼 차가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아시아 지사로부터 날아온 보고서가 빔프로젝터 스크린에 띄워져 있었다.
“한국 지사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로비 장부가 압수되었고, 오태민 전 병원장은 범죄 사실을 자백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의 여론은 최악입니다.”
아시아 담당 부사장의 보고에, 회의실 상석에 앉아 있던 아에온 재단의 파견 임원이 테이블을 탁 쳤다.
“단순히 한국 지사만의 문제가 아니오. 그 백강현이라는 풋내기 의사가 성공시켰다는 ‘이종 장기 이식’ 수술 말입니다. 우리 재단이 수조 원을 투자해 상용화를 앞둔 기계식 인공 심장 특허 프로젝트의 가치가 그 수술 하나 때문에 폭락하고 있단 말입니다!”
기계식 인공 심장은 막대한 유지비와 배터리 교체, 혈전 위험 등 단점이 명확했지만 대체재가 없었기에 독점적 폭리를 취할 수 있는 노다지였다. 하지만 생체 거부 반응을 완전히 없앤 돼지의 장기를 손쉽게 이식할 수 있게 된다면, 메디바이스의 인공 장기 시장은 통째로 날아갈 판이었다.
“더 이상 오태민 같은 어설픈 징검다리를 쓰지 않겠습니다. 직접 움직여야겠군요.”
회의실 구석에서 칠흑 같은 수트를 입은 노신사가 안경을 고쳐 쓰며 일어났다. 하버드 의대 출신이자 세계적인 이종 장기 이식 연구의 최고 권위자, 리차드 힐(Richard Hill) 박사였다. 메디바이스 바이오 연구소의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제가 직접 한국으로 가겠습니다. 그들이 내세운 성공 사례가 얼마나 취약한 사상누각인지 온 세상에 폭로하고, 원천 기술을 회수해 오겠습니다.”
사흘 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리차드 힐 박사와 그의 수행원들은 곧바로 명성대학병원으로 향했다.
그들의 방문은 겉으로는 ‘이종 장기 이식 성공에 따른 세계적인 공동 학술 연구 교류 및 환자 공동 관찰’이라는 화려한 명분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방문 소식을 들은 김태진의 표정은 어두웠다.
“강현아, 독일 메디바이스 본사에서 직접 특사를 보냈대. 리차드 힐 박사…… 의학 교과서에도 이름이 나오는 인간이 왜 갑자기 우리 병원에 오겠다는 건지 뻔하잖아. 이종 이식 기술을 깎아내리거나 훔치려는 수작이야.”
“상관없어. 올 테면 오라지.”
강현은 지훈이의 회복 경과 차트를 검토하며 무덤덤하게 답했다.
오후 2시, 신의 손 바이오 연구소 콘퍼런스 룸.
명성병원 흉부외과 의료진들과 리차드 힐 박사 팀의 첫 대면이 이루어졌다. 힐 박사는 자리에 앉자마자 미소 띤 얼굴 뒤에 날카로운 발톱을 숨긴 채 거만한 태도로 강현을 바라보았다.
“성공적인 수술은 축하합니다, 백강현 선생. 하지만 의학은 단 한 번의 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종 이식에는 치명적인 두 가지 아킬레스건이 있죠. 첫째는 만성 거부 반응, 둘째는 돼지의 게놈에 숨겨진 돼지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PERV)의 인체 내 활성화 리스크입니다.”
힐 박사가 차트를 툭툭 치며 차갑게 말을 이었다.
“이 두 가지가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소아 환자에게 이식을 감행한 것은, 메디컬 윤리를 저버린 도박이자 일시적인 해프닝에 불과합니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귀 연구소의 유전자 편집 시퀀스 데이터와 면역 억제 프로토콜 데이터를 즉시 우리 메디바이스 연구소로 양도하고 검증받아야 합니다.”
사실상의 기술 탈취 요구였다.
컨퍼런스 룸 안의 한민우 박사와 윤혜원 과장의 얼굴이 분노로 붉어졌다.
그때, 침묵을 지키던 강현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웃을 일이 아닐 텐데요, 젊은 의사 선생.”
힐 박사의 미간이 좁아졌다. 강현이 그와 정면으로 시선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힐 박사님. 하버드에서 쓰신 논문들은 저도 잘 읽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전형적인 구시대의 이론이더군요. 만성 거부 반응과 PERV 비활성화에 대해 묻고 싶으신 거라면, 이미 저희 연구소는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돼지 게놈에서 25개의 PERV 유전자를 동시에 비활성화시키는 독자적 시퀀싱을 적용했습니다.”
“……뭐라고?”
힐 박사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25개의 유전자를 한 번에 완벽히 무력화시키는 기술은 현재 메디바이스 본사조차 이론적으로만 구상하던 단계였다.
“거기에 더해, 박사님이 개발을 주도하신 메디바이스의 3세대 인공 심장 ‘M-Heart V3’ 말입니다.”
강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전생에서 메디바이스의 인공 심장을 이식받았던 수많은 환자들이 겪었던 끔찍한 부작용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체내 이식 후 3개월이 지나면 회전 날개의 마찰열로 인해 미세 혈전이 형성되고, 우심실 격막을 압박해 결국 우심부전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설계 결함이 있죠. 그 부작용을 숨기기 위해 임상 시험 데이터를 조작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너, 너 어떻게 그걸……!”
힐 박사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비밀리에 감춰둔 자사 인공 심장의 결함을, 한국의 일개 레지던트 1년 차가 단숨에 짚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회의실 안의 공기가 찬물을 끼얹은 듯 차갑게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