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81화: 심판의 9시 뉴스
이종 장기 이식 수술이 끝난 직후부터 24시간 동안, 백강현은 단 한 순간도 지훈이의 침상 곁을 떠나지 않았다.
“강현아, 좀 쉬어. 넌 어제 열 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집도했잖아. 당직은 내가 설 테니까.”
김태진이 충혈된 눈으로 음료수를 건넸지만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이종 이식은 첫 24시간이 가장 중요해. 초급성 거부 반응은 넘겼지만, 언제든 급성 혈관성 거부 반응이나 미세 혈전이 혈류를 막을 수 있어.”
강현은 지훈이의 손목에 손을 얹었다.
의식을 집중하자, 다시 한번 그의 뇌리에 지훈이의 내부 지도가 생생하게 띄워졌다. ‘초미세 절대 인지 감각(신의 손)’이 돼지 심장과 간의 세포 하나하나가 지훈이의 몸과 소통하는 미세한 진동을 포착했다.
두근. 두근. 두근.
이식된 돼지 심장은 아무런 거부감 없이 지훈이의 심낭 안에서 굳건히 고동치고 있었다. 간문맥을 통해 들어간 피가 부드럽게 흐르며 독소를 걸러내고 있었다. 담즙 배출량도 완벽하게 정상 수치를 유지했다.
“완벽해. 거부 반응의 징후는 전혀 없다.”
강현이 마침내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손을 뗐다. 지훈이의 볼에는 오랜 병치레로 사라졌던 붉은 혈색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었다.
“기적이다, 진짜…… 동물의 심장과 간을 달고 이렇게 안정적일 수 있다니.”
태진이 모니터의 수치들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바로 그 순간, 병실 구석에 켜져 있던 TV 화면이 오전 9시 정각을 알리며 뉴스 오프닝 시그널을 울렸다.
- 댕. 댕. 댕.
화면에 나타난 앵커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층 무겁고 가라앉아 있었다.
[첫 소식입니다. 어젯밤 명성대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소아 환자에 대한 이종 장기 이식 수술이 성공적으로 치러졌습니다. 환자는 현재 매우 안정적인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기적적인 수술의 이면에는, 이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려 했던 의료계 거물과 해외 거대 자본의 추악한 커넥션이 있었습니다. 단독 보도합니다.]
화면이 전환되며 어젯밤 명성대병원 앞에서 시위를 주도하던 오태민의 모습과, 그가 독일의 글로벌 제약사 ‘메디바이스(Medivise)’의 아시아 지부장과 비밀리에 만나는 사진들이 적나라하게 폭로되었다.
[취재 결과, 오태민 전 교수는 메디바이스 사로부터 최근 수개월간 ‘글로벌 바이오 윤리 연구 자금’이라는 명목으로 약 15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수취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메디바이스 사는 자신들이 독점 개발 중인 고가의 인공 장기 기계 특허권을 보호하기 위해, 명성병원의 이종 장기 이식 연구를 무산시키려 했고, 오 전 교수는 그들의 자금을 받아 여론 선동과 시위를 기획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연이어 오태민이 메디바이스 아시아 지부장과 나눈 통화 녹취록이 흘러나왔다.
- “백강현 그 애송이 놈이 이종 장기 이식을 성공시키면 우리 인공 장기 프로젝트는 물거품이 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건복지부 라인을 움직여서 수술을 막아주십시오. 자금은 넉넉히 지원하겠습니다.”
- “걱정 마십시오. 생명 윤리 단체들을 선동해서 언론 플레이를 하면 복지부도 꼼짝 못 할 겁니다. 수술만 막으면 약속한 인센티브는 소급 적용되는 거겠지요?”
음성변조도 되지 않은 오태민 본인의 목소리가 뉴스 데스크를 통해 전국으로 울려 퍼졌다.
“대박…… 진짜 터졌네.”
김태진이 입을 떡 벌렸다. 강현은 덤덤하게 그 화면을 지켜보았다.
이미 전생에서 오태민이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하고 해외 제약사와 커넥션을 맺었는지 뼈저리게 겪어보았기에, 이번 생에서는 그 증거를 미리 포착하여 단숨에 숨통을 끊어버릴 타이밍만 노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여론은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백강현을 ‘생체 실험 살인마’로 몰아가며 분노하던 대중들은, 졸지에 글로벌 제약사의 돈 몇 푼에 눈이 멀어 7세 소아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음모를 꾸민 오태민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렸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는 오태민의 처벌과 메디바이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글들로 마비되었고, 대검찰청은 뉴스 방영 즉시 오태민에 대한 긴급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그 시각, 명성대병원 정문 앞.
아침 일찍부터 승전보를 울리듯 기자들을 모아두고 강현의 파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오태민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확인한 뒤 사르르 주저앉았다.
“이, 이게 왜…… 어떻게 유출된 거지? 말도 안 돼! 내 개인 금고에 있던 장부와 녹취록이 어떻게……!”
사색이 된 오태민이 허겁지겁 도망치려 했으나, 이미 병원 정문 앞에는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가로막고 서 있었다.
“오태민 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배임수재, 그리고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차가운 수갑이 오태민의 손목에 채워졌다.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도망치듯 얼굴을 가리는 오태민을 향해 터져 나갔다. 전생에서 백강현을 무참히 짓밟았던 병원 권력의 망령이, 마침내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빠져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같은 시각, 지훈이의 병실.
조용하던 병실 안에서 작고 여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으음…….”
강현이 즉시 지훈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지훈이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천천히 떠졌다. 초점이 없던 맑은 눈동자가 눈앞의 강현을 바라보았다.
지훈이가 아주 느리게 손을 뻗어 강현의 가운 자락을 꼭 쥐었다.
“의사…… 삼촌…….”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힘차게 뛰는 심장의 박동만큼이나 또렷한 부름이었다.
강현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오태민의 몰락과 이종 장기 이식의 대성공. 복수의 통쾌함보다 의사로서 환자를 살려냈다는 안도감이 강현의 가슴을 따뜻하게 채웠다.
“그래, 지훈아. 이제 다 나았어. 아프지 않을 거야.”
동물의 경계를 넘은 신의 손끝이, 아이의 작은 손을 따뜻하게 맞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