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77화: 새로운 시대의 새벽
사흘 뒤, 명성대병원 VIP 무균 회복실.
헬렌 스털링이 천천히 눈을 떴다. 산소마스크 너머로 불어오는 공기는 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깊고 청량한 무게감을 담고 있었다. 늘 파랗게 질려 있던 그녀의 입술과 손톱 끝은 건강한 선홍빛을 띠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올려 가슴 위에 얹었다.
쿵. 쿵. 쿵. 쿵.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리는 맥박은 기계의 마찰음 없이, 마치 거대한 엔진처럼 묵직하고 규칙적으로 박동하고 있었다.
"깨어나셨군요."
회복실 구석에서 차트를 정리하던 강현이 다가왔다.
"백…… 강현 선생……."
헬렌의 목소리는 아직 잠겨 있었지만, 이전의 숨 가쁜 천명음(Wheezing)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수술은 완벽하게 끝났습니다. 당신의 비정상적인 심장 구조는 이제 정상인과 다름없는 흐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서명한 양도 계약서 역시 공증을 마쳐 모든 법적 절차가 완료되었습니다."
강현의 덤덤한 말에 헬렌은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당신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군요. 내 목숨을 구하는 것과 아에온의 자산을 빼앗는 것을 동시에 해내다니. 하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네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완벽한 심장 박동을 느끼게 해 줬으니까요."
헬렌은 한성그룹 법무팀이 공증한 계약 서류를 보며 단호한 미소를 지었다.
"약속대로 아에온은 한국 의료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철수하겠습니다. 그리고 크로노스 클럽 내의 제 우호 세력들을 동원해, 다른 하이에나들이 당신의 연구소를 노리지 못하도록 외곽 방어막을 쳐 주죠. 그게 제 생명을 살려준 위대한 의사에 대한 마지막 품위입니다."
적이었던 헬렌의 항복 선언. 이로써 명성대병원과 한성그룹을 위협하던 모든 글로벌 어둠의 손길이 마침내 완전히 청소되었다.
다음 날, 명성대학병원 특설 무대 앞.
수만 명의 소액 주주 대중들과 환자 가족들이 광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명성 국민의료재단' 및 '신의 손 바이오 연구소'의 공식 출범식이 거행되었다.
"우리의 기부와 참여가 전 세계 환자들을 살리는 희망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임선우 이사장의 웅장한 선언과 함께 화려한 꽃가루가 하늘을 수놓았다.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몇몇 환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보냈다.
강현은 무대 한편에 서서 그 장관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과거의 삶에서는 음모와 모함에 밀려 오른손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비참한 천재 외과의. 하지만 회귀라는 운명의 기회를 얻어 일어선 지금, 그는 단순히 자신의 목숨을 구한 것을 넘어 한국 의학계, 그리고 전 세계의 의료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바꾸어 놓았다.
강현은 천천히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절대 인지'와 '초미세 통제'라는 기적의 손. 이제 이 손끝은 누군가를 해치고 방어하는 복수의 메스가 아닌, 세상을 치유하고 사람을 구하는 진정한 신의 의술을 펼치기 위해 단단하게 쥐어졌다.
강현은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길고 어두웠던 복수의 밤이 가고, 마침내 그의 눈앞에 눈부신 새로운 시대의 새벽이 붉게 타오르며 밝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