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76화: 0.1초의 생사 결단
"흡인기(Suction) 하나 더! 시야가 완전히 가려집니다!"
서지훈 과장의 다급한 외침이 수술실을 흔들었다.
위치가 바뀐 대동맥과 폐동맥을 잘라 교차 문합하는 순간, 헬렌의 우심실에서 뻗어 나온 폐동맥 주간부(Main Pulmonary Trunk) 벽이 종잇장처럼 찢어지며 선홍빛 피가 뿜어져 나왔다. 평생 좌심실을 흐르던 고압의 혈류를 견디느라 폐동맥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약화되고 섬유화되어 있었던 탓이었다.
- 삐, 삐, 삐, 삐!
바이탈 모니터의 수치들이 붉게 변하며 하강 곡선을 그렸다.
"큰일 났군……! 폐동맥 주간부가 통째로 찢어졌어. 저렇게 흐물흐물해진 조직은 바늘을 찔러 넣는 족족 찢어짐이 더 커질 뿐이야. 봉합이 불가능해!"
참관석의 노교수들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대로 30초만 지나면 환자는 수술대 위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테이블 데스였다.
하지만 절망의 늪 한가운데서, 강현의 눈동자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흡인기 두 라인 풀로 땡겨. 클램프 건드리지 마십시오. 내가 잡습니다."
강현은 메스를 놓고 지침기를 쥐었다.
'절대 인지(Absolute Perception) 극대화.'
피가 뿜어져 나오는 절개면 너머로 찢어진 부위가 강현의 뇌리에 100배율로 확대되어 보였다. 찢어진 틈새는 4.2mm. 주변 조직은 짓무른 종이 같았지만, 단 한 곳, 그 뒤편 1.2mm 지점에 아직 탄력을 유지하고 있는 미세한 근육다발이 보였다.
'거기다.'
강현의 손끝이 믿을 수 없는 궤적을 그리며 휘둘러졌다.
바늘이 짓무른 외막을 통과해 뒤편의 단단한 근육 조직만을 정확하게 포착했다. 그와 동시에 미리 재단해 둔 환자의 심낭 조각을 찢어진 부위 위로 덮었다.
슈슉! 슈슉!
강현의 양손이 0.1초 단위로 교차했다. 매듭을 짓는 실의 장력이 약하면 피가 샐 것이고, 너무 강하면 혈관 벽이 다시 찢어질 터였다. 강현은 절대 인지로 봉합사에 가해지는 마이크로 단위의 압력을 손끝 감각으로 조율해 나갔다.
착. 착. 착.
"피 멈췄습니다!"
마취과 의사의 외침과 함께, 뿜어져 나오던 핏줄기가 순식간에 차단되었다. 강현이 덧댄 심낭 패치가 찢어진 폐동맥 벽을 완벽하게 밀폐하고 있었다.
"이게…… 이게 정말 사람의 손놀림인가?"
참관석에서는 기립 박수라도 치고 싶은 듯한 침묵과 경외감이 흘렀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선 0.1초의 생사 결단이었다.
"위기 넘겼습니다. 판막 재건(Tricuspid Valve Reconstruction) 들어갑니다."
강현은 한 치의 동요도 없이 늘어난 삼천판막을 잘라내어 크기를 줄이고, 인공 지지륜을 덧대어 역류를 완벽히 막는 에브스타인 판막 재건을 마저 끝마쳤다.
수술 개시 2시간 40분.
"대동맥 차단 해제(Cross-Clamp off)합니다."
탁.
클램프가 풀리며 혈액이 헬렌의 완전히 재구성된 새로운 심장 구조로 들어갔다.
쿵. 쿵. 쿵. 쿵.
새롭게 재배치된 심방과 대혈관을 거쳐, 마침내 정상적인 우심실과 좌심실이 각자의 압력에 맞춰 힘차게 박동하기 시작했다.
- 삐, 삐, 삐, 삐!
"시누스 리듬 정상 복귀! 혈압 115에 75! 판막 역류 전혀 없습니다!"
서지훈이 주먹을 쥐고 환호했다.
강현은 피로가 몰려오는 미간을 짚으며 조용히 마스크를 내렸다. 아에온 재단의 수장이자 마지막 적이었던 헬렌 스털링의 심장은 이제 백강현이 심어둔 규칙적인 리듬에 의해 완벽하게 지배당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