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74화: 강요된 선택
"비켜주세요! 에피네프린 1mg 정맥 주사! 바이탈 흔들립니다!"
명성대병원 응급실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들것 위에는 산소마스크를 쓴 채 입술이 까맣게 변한 헬렌 스털링이 실려 있었다. 심박수는 분당 180회를 넘나드는 위험한 심실 빈맥(Ventricular Tachycardia) 상태였고, 혈압은 60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
응급실장 서지훈 과장이 신속하게 초음파 프로브를 그녀의 가슴에 댔다. 모니터를 확인한 서지훈의 얼굴이 일순간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게 뭐야…… 심방과 심실, 그리고 대혈관의 위치가 완전히 꼬여 있잖아! 전형적인 L-TGA(선천성 대혈관 전위)에 판막 기형까지 겹쳤어. 우심실이 좌심실 역할을 하다가 과부하로 벽이 다 늘어났군. 당장 개심 수술을 안 하면 30분 안에 심장이 터진다!"
헬렌의 수행 변호사와 경호원들이 서지훈의 멱살을 잡듯 다가왔다.
"어떻게든 살려내! 만약 이사장님이 여기서 잘못된다면, 아에온의 자금이 동원되어 이 병원은 물론이고 당신들 가족까지 법적으로 매장시켜 버릴 줄 알아!"
"닥쳐, 이 개자식들아!"
서지훈이 사납게 손을 쳐내며 포효했다.
"여기는 환자를 살리는 응급실이지, 협박질이나 받아주는 곳이 아니야! 이 환자의 기형적인 심장 혈관은 전 세계를 뒤져도 집도할 수 있는 써전이 단 한 명뿐이다. 그 의사가 메스를 잡지 않으면 당신들 이사장은 여기서 시체가 되어 나간다!"
그때, 응급실 자동문이 열리며 백강현이 조용히 걸어 들어왔다.
강현의 등장에 헬렌의 수행 변호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었다. 그의 오만하던 눈빛은 이제 절박함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백 선생……! 제발 이사장님을 살려주십시오! 제가 무례했습니다. 살려만 주신다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강현은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 둔 법적 서류 한 뭉치를 꺼내 변호사의 코앞에 던졌다.
"서명하십시오."
변호사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집어 들었다.
"이건……?"
"아에온 재단이 보유한 한국 내 모든 바이오 제약 특허권과 지분 전체를 명성 국민의료재단에 조건 없이 양도하고, 다시는 한국 의료계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법적 합의서입니다. 헬렌 박사님의 법정 대리인 서명란에 사인하십시오. 한성그룹 법무팀이 공증 대기 중입니다."
변호사는 망설였다. 이 서류에 서명하는 순간 아에온은 한국 시장에서 쌓아 올린 모든 기득권을 잃게 된다.
하지만 바이탈 모니터의 경고음이 더욱 날카롭게 울렸다. 헬렌의 눈동자가 위로 뒤집히기 시작했다.
- 삐------
"어레스트(심정지)다! 제세동 준비!"
서지훈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사, 사인하겠습니다! 즉시 집도해 주십시오!"
변호사는 미친 듯이 만년필을 굴려 서류에 사인을 마쳤고, 태진이 이를 낚아채 스캐너에 밀어 넣었다.
"공증 확인 완료! 계약 효력 발생했다!"
태진의 신호와 동시에 강현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환자 수술실로 이송하십시오. 성인 L-TGA 및 에브스타인 기형 재건 수술(Double Switch & Ebstein's Reconstruction) 들어갑니다."
강현의 지시에 수술팀이 일제히 움직였다.
인류 의학사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대혈관 위치 재배치와 기형 판막 재건이라는, 신의 손조차 실패를 각오해야 할 사상 초유의 난수술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