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71화: 독이 든 사과
서울 강남의 최고급 6성급 호텔 펜트하우스.
명성대병원 이사장 임선우 교수와 백강현은 삼엄한 사설 경호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통유리창 너머로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는 소파에 한 젊은 여성이 우아하게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헬렌 스털링이었다.
그녀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강현과 임선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서 오세요. 헬렌 스털링이라고 합니다. 아버지가 저지른 무례한 일들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싶군요."
임선우 교수가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스털링 경의 사망 이후 아에온의 적대 행위가 끝난 줄 알았는데, 장내 주식을 대량 매집하는 배후가 헬렌 박사였습니까?"
"후후, 오해하지 마세요. 그건 적대 행위가 아니라 합법적인 '투자' 조율입니다."
헬렌은 비서에게서 서류 봉투를 받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현재 우리 펀드가 확보한 명성의료재단 지분은 22%입니다. 다음 주 주총 전까지 35% 확보는 무난하겠지요. 경영권을 교체하는 것은 시간문제지만, 저는 명성대병원이나 신의 손 연구소를 망가뜨릴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10억 달러(한화 약 1조 3천억 원)를 추가 투자하겠습니다."
1조 3천억 원. 입이 떡 벌어지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조건이 뭡니까?"
강현의 낮게 읊조리는 목소리에 헬렌의 예리한 푸른 눈동자가 그를 향했다.
"간단합니다. 신의 손 연구소 지분 51%를 아에온 재단에 양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글로벌 유통 및 상용화 권리를 우리에게 넘겨주시면 됩니다. 백 선생과 명성병원은 막대한 자금력 지원 하에 오직 연구와 집도에만 전념하게 해 드리죠. 독이 든 사과가 아니라, 서로에게 가장 달콤한 제안입니다."
임선우 교수의 미간이 좁혀졌다. 지분 51%를 넘기는 순간 연구소는 아에온의 꼭두각시로 전락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하지만 강현은 헬렌의 제안서 대신, 그녀의 안색을 묵묵히 관찰하고 있었다.
'절대 인지(Absolute Perception).'
시야가 전환되며 헬렌의 전신이 투영되었다. 그녀의 목덜미 부근에서 흐르는 경동맥의 혈류 속도가 정상인보다 지나치게 불규칙했다. 가슴 속 심장의 고동 소리는 약하지만 기괴한 기계음 같은 잡음이 섞여 있었다.
강현의 뇌리에 헬렌의 심장 구조가 3D 홀로그램으로 완성되었다.
'선천성 대혈관 전위(L-TGA)와 에브스타인 기형(Ebstein's Anomaly) 합병증.'
우심실과 좌심실의 위치가 바뀌어 태어나, 나이가 들수록 심장 판막이 아래로 처지며 심부전을 일으키는 희귀 난치성 선천성 질환이었다. 그녀의 심장 박동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고, 심장 벽은 얇아질 대로 얇아져 임종 직전의 환자와 다름없는 상태였다.
강현의 입꼬리가 천천히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1조 3천억 원이라…… 아주 매력적인 제안이군요. 하지만 헬렌 박사님."
"예?"
"그 엄청난 돈을 우리 연구소에 쏟아붓고 경영권을 가지려는 진짜 이유가, 본인의 다 죽어가는 심장을 고치기 위해서라는 걸 깜빡하셨군요."
"……!"
헬렌의 인형 같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졌다. 찻잔을 든 그녀의 미세한 손가락이 떨렸다.
"박사님의 심장은 선천적 기형으로 인해 좌심실의 역할을 억지로 하던 우심실이 망가져 심부전 말기 상태입니다. 길어야 3개월이겠군요. 전 세계 어느 병원에서도 당신의 그 꼬여버린 대혈관을 재건할 수 없었기에, 제 손끝이 필요해서 직접 한국까지 날아오신 것 아닙니까?"
마치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귀신을 마주한 듯, 헬렌은 경악 섞인 눈빛으로 백강현을 바라보았다. 그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그녀의 절대적인 비밀이 강현의 눈빛 단 한 번에 완벽하게 꿰뚫려 버린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