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68화: 폭풍의 잔해
쿠구구구구-!
헬기 객실을 흔드는 진동 소리 사이로, 김태진이 헤드셋 마이크를 잡고 큰 소리로 보고했다.
"강현아! 스위스 현지 경찰이랑 인터폴이 요양원 진입 시작했어! 우리 전송 데이터가 터지자마자 제네바 검찰청에서 즉각 기동대를 급파한 모양이야!"
강현은 한민우 박사의 휴대용 바이탈 모니터를 응시하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산소포화도 98%, 맥박 72회. 약물로 잠재운 한민우의 바이탈은 지극히 안정적이었다. 강현의 손끝에서 0.01%의 틈을 비집고 일어난 신의 장난이 기적을 일궈낸 것이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태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보았다. 멀어지는 알프스의 설산 아래, 스위스 바이오텍 센터는 파란색과 빨간색 경광등 빛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 시각, 바이오텍 센터 내부의 아서 스털링의 전용 중환자실.
"이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빅터 밴스는 얼굴이 흙빛이 된 채 중환자실 문 앞에서 절규하고 있었다.
강현 일행이 구출 헬기를 타고 사라진 직후, 복도에 널브러져 있던 경비원들을 깨우고 격리 구역으로 들이닥친 스위스 의료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적출 수술대 위에 누워 있어야 할 한민우 박사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사장님! A룸의 인공심폐기 라인을 확인해 보니, 기증자의 진짜 심장은 애초에 잘린 적이 없었습니다! 백강현이 혈관 사이에 마이크로 션트를 꽂아 두고, 3D 프린팅된 미완성 배양 심장을 바꿔치기해서 가져간 겁니다!"
수석 연구원의 다급한 보고에 밴스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럼…… 지금 스털링 경의 가슴속에 들어간 심장은……?"
"원래 폐기 처분하려던 결함 있는 바이오 심장입니다! 세포 전도계에 이상이 있어 언제 멈출지 모르는……!"
"백강현……! 네 이놈이 감히 아에온을 상대로 사기를 쳐?!"
밴스가 이성을 잃고 소리치는 순간, 중환자실의 육중한 유리문이 와장창 깨져 나갔다.
"스위스 연방경찰이다! 전원 손 들고 무릎 꿇어!"
방탄복을 입고 전술 헬멧을 쓴 인터폴 기동 대원 수십 명이 총구를 겨누며 난입했다. 밴스는 반사적으로 품속의 총에 손을 대려 했으나, 즉각 머리 위로 쏟아진 테이저건 침에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억! 으으으……!"
"빅터 밴스. 인간 신체 납치 및 불법 장기 매매, 살인 교사 혐의로 긴급 체포한다!"
바닥에 짓눌려 수갑이 채워지는 밴스의 귓가로, 중환자실 모니터 너머 누워 있는 아서 스털링의 심박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쿵. 쿵. 쿵. 쿵.
스털링은 눈을 감은 채, 자신의 가슴속에 든 심장이 한민우의 건강한 심장인 줄 알고 평온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심장은 강현이 정교하게 조율해 둔 '72시간의 시한폭탄'이었다.
전 세계를 무대로 영생을 거래하며 신처럼 군림하려던 아에온 재단의 정점이, 자신들이 파멸시킨 연구원의 진짜 심장이 아닌 폐기용 모조 심장을 품은 채 서서히 죽어가는 역설적인 최후가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