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61화: 코너에 몰린 쥐
대한의사협회 회장실의 바닥은 깨진 유리잔 조각들과 널브러진 서류들로 난장판이었다.
"이 쓸모없는 새끼들! 경찰이고 복지부고 다 매수해 놨더니, 겨우 유튜브 라이브 방송 하나 못 막아서 이 사단을 만들어?!"
정일규 회장은 붉게 핏발이 선 눈으로 비서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명성대병원 산모 수술 라이브 방송이 몰고 온 후폭풍은 재앙 수준이었다. '살인마 의협', '글로벌 제약 카르텔의 개'라는 자극적인 검색어들이 실시간 트렌드를 장악했고, 의협 로비 앞에는 분노한 시민들이 모여 계란과 밀가루를 던지며 정일규의 즉각적인 사퇴와 구속을 요구하고 있었다.
더욱 끔찍한 것은 청와대와 사법 당국의 움직임이었다. 여론의 눈치를 보던 정부가 즉각 보건복지부 과장들을 해임하고, 의협의 제약사 리베이트 및 명성대병원 약품 공급 방해 혐의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는 속보가 방금 전 방송을 탔다.
"회, 회장님! 검찰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지금 의협 로비로 진입하고 있답니다!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허겁지겁 달려온 대외협력 이사의 말에 정일규의 다리가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아에온…… 아에온 재단에 연락해! 그 빌어먹을 크로노스 클럽 놈들이 나한테 명성대병원을 고사시키면 아시아 지부장 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했단 말이야! 걔들이 날 지켜줘야지!"
"이미 그쪽과는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스위스 본부 측에서 모든 발신 회선을 차단한 것 같습니다……."
"이, 이 빌어먹을 자식들이 꼬리를 잘라?!"
정일규는 의자 뒤에 숨겨둔 비밀 금고에서 여권과 달러 뭉치를 꺼내 가방에 쑤셔 넣었다. 일단 중국으로 나가는 밀항선이라도 타야 했다.
하지만 그가 회장실 뒷문을 열고 비상계단으로 내려서려던 찰나, 계단 아래에서 몇 명의 사내들이 걸어 올라왔다.
깔끔한 정장 차림에 검찰 배지를 가슴에 단 사내들. 그리고 그들 앞에는 흰 가운을 단정하게 입은 백강현이 서 있었다.
"어디 가십니까, 정 회장님."
강현의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계단실에 울렸다.
"백강현……! 네 이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대한민국 의료를 대표한다는 자가 환자들의 목숨줄을 인질로 잡고 사익을 채우려 해? 네 죗값은 비행기 표나 배표로 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강현의 뒤에서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가 영장을 들이밀었다.
"정일규 씨.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업무방해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차갑고 무거운 쇠붙이가 정일규의 손목에 철컥 채워졌다. 정일규는 바닥에 주저앉아 비명을 질렀다.
"이건 음모야! 백강현, 네가 감히 누굴 건드렸는지 알아? 아에온 재단은 단순한 제약 카르텔이 아니야! 전 세계 정재계를 뒤흔드는 신들의 모임이라고! 너 따위 일개 의사가 그 거인들을 상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
강현은 울부짖는 정일규를 싸늘하게 내려다보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 신들의 목숨줄을 쥐고 흔드는 게 바로 나 같은 의사라는 걸, 조만간 보게 될 겁니다."
강현은 뒤돌아 서서 걸어 나갔다.
국내를 무대로 날뛰던 사냥개 중 하나였던 정일규의 몰락. 그것으로 국내의 적들은 대부분 청소되었지만, 진짜 본체인 글로벌 카르텔 '아에온 재단'과의 결전이 다가오고 있음을 강현은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