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59화: 10분간의 질주
"저 개자식들이 미쳤나!"
서지훈이 스크럽 가운을 입은 채 수술실 인터폰으로 다가가 수화기를 낚아챘다. 밖에서는 문을 부술 듯한 기세로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야! 문 밖에 있는 놈들 똑똑히 들어! 나는 명성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주임교수이자 응급의료센터장 서지훈이다! 지금 수술실 안에서는 산모와 태아, 두 생명을 살리기 위한 초긴급 개심 수술이 진행 중이다! 응급의료법 제12조에 의거, 응급의료 종사자의 의료 행위를 방해하거나 방해 협박을 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지금 이 문에 손가락 하나라도 더 대면 즉시 살인미수 방조 및 응급의료방해죄로 현행범 기소 조치하겠다! 억울하면 들어와서 쇠고랑 채워 봐!"
서지훈의 벼락같은 호통이 수술실 외부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복도 전체로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사법경찰관들과 의협 직원들이 주춤하는 기색이 인터폰 너머의 침묵으로 느껴졌다. 아무리 행정 정지와 자격 정지를 운운해도, 실제로 수술을 방해해 환자가 사망할 경우 돌아올 법적 파멸을 감당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지훈 과장님, 고맙습니다. 하지만 밖보다 안이 더 급합니다."
강현의 냉정하고 침착한 목소리가 서지훈의 주의를 되돌렸다.
"태진아, 심폐기 압력 상태 왜 이래?"
인공심폐기를 조작하던 김태진의 이마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강현아, 큰일 났다. 아에온이 납품을 끊은 탓에 심폐기 회로 안정제랑 헤파린 희석액 여분이 바닥났어. 게다가 전압이 계속 흔들려서 기계 모터 내부 온도가 상승하고 있어. 길어야 10분…… 아니, 안전하게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딱 5분이다. 그 안에 심장 가동을 멈추고 판막을 교체한 뒤 다시 뛰게 해야 해."
"5분이라고……?"
윤혜원 과장의 얼굴이 핏기를 잃었다.
보통 대동맥 차단(Aortic Cross-Clamp)을 하고 판막을 절제한 뒤 새 판막을 꿰매 넣는 데는 아무리 빠른 세계적인 대가라 해도 최소 30분에서 1시간이 소요된다. 5분 만에 판막 재치환술을 끝내는 것은 의학이 아니라 신화의 영역이었다.
"할 수 있습니다."
강현의 눈빛이 퍼렇게 빛났다.
"대동맥 차단(ACC) 드갑니다. 타이머 온."
턱!
강현의 손끝이 움직이자 대동맥이 클램프로 단단히 묶였다. 심장으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었고, 심장 정지액이 주입되며 요동치던 심장이 서서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5분. 카운트다운 시작."
김태진이 타이머를 눌렀다.
[ 05:00 ]
화면의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강현의 손놀림이 차원이 다른 속도로 빨라졌다. 가위를 들고 대동맥 벽을 절개하자 찢어진 인공 판막이 드러났다.
"메스, 그리고 핀셋."
강현은 찢어진 판막을 사정없이 잘라냈다. 서지훈이 어시스트를 서며 그 잔해들을 신속하게 받아냈다.
사각, 사각, 서걱!
단 1분 만에 기존 판막의 절제가 완료되었다.
[ 04:00 ]
"인공 판막(Tissue Valve) 23mm 온."
강현이 새 조직 판막을 건네받았다. 이제 남은 것은 대동맥 근부에 새 판막을 고정하는 봉합 작업이었다. 보통 12개에서 15개의 실을 촘촘히 꿰매어 묶어야 하는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
'초미세 통제(Micro-Control).'
강현의 시야 속에서 대동맥 단면의 콜라겐 섬유 조직 하나하나가 굵은 밧줄처럼 확대되어 보였다. 바늘이 뚫고 지나가야 할 최적의 궤적이 푸른색 가이드라인으로 그려졌다.
슝! 슝! 슝! 슝!
수술실 안에 있던 윤혜원 과장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강현의 손이 잔상처럼 흔들리며 움직였다. 보통의 써전이 한 바늘을 꿰매고 실을 정리하는 시간에 강현은 이미 네 군데의 바늘땀을 완벽한 간격으로 통과시키고 있었다.
"이게…… 인간의 속도인가?"
윤혜원의 입에서 나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 02:15 ]
"바늘 통과 완료. 슬라이딩 드갑니다."
판막이 실을 타고 대동맥 안으로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갔다. 이제 매듭(Tie)을 지어 고정할 차례였다.
강현의 양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교차했다.
착! 착! 착! 착!
매듭 하나당 단 0.5초. 심장에 강한 압력이 가해져도 단 1마이크로미터도 벌어지지 않을 완벽한 강도의 더블 매듭이 순식간에 15군데에 완성되었다.
"대동맥 전벽 봉합 시작합니다. 프롤렌 4-0."
강현은 대동맥의 절개 부위를 닫기 시작했다. 바늘이 춤을 추듯 대동맥 벽을 누비고 지나갔다.
[ 00:45 ]
"봉합 끝. 대동맥 차단 해제(Cross-Clamp off)!"
탁!
클램프가 풀리자 환자의 피가 다시 심장 근육으로 흘러 들어갔다.
[ 00:20 ]
모두가 숨을 죽이고 바이탈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멈추었던 심장에 붉은 피가 돌며 미세한 떨림이 일기 시작했다.
- 삐------
"제세동기 대기! 내부 패들 10줄(Joule) 충전!"
"충전 완료!"
강현이 심장에 직접 패들을 대었다.
"슛!"
쿵!
환자의 몸이 살짝 들썩였다. 하지만 모니터의 선은 여전히 일직선이었다.
"한 번 더! 10줄 충전!"
[ 00:05 ]
"슛!"
쿵!
그 순간, 굳게 멈춰 있던 심장이 힘차게 수축하며 맥동치기 시작했다.
- 삐, 삐, 삐, 삐!
"시누스 리듬(정상 맥박) 복귀했습니다! 혈압 110에 70! 정상입니다!"
김태진이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를 질렀다.
동시에 수술방의 문이 스르륵 열리며 산부인과 주임교수가 이끄는 수술팀이 들어왔다.
"산모 심장 잡혔습니까? 지금 즉시 제왕절개 들어갑니다!"
강현은 이마의 땀을 훔치며 한 걸음 물러섰다.
"부탁드립니다, 교수님."
단 5분 만에 이루어진 인간 한계를 초월한 집도. 그것은 아에온과 의협의 더러운 음모를 비웃는, 백강현이라는 천재가 이뤄낸 '맨손의 기적'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