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56화: 마비되는 병원
보험 수가 동결과 약품 납품 전면 중단이라는 파국은 명성대학병원을 한순간에 유령 병원으로 바꾸어 놓았다.
복도는 수술이 취소되어 다른 대학병원으로 강제 이송되는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통곡 소리로 어수선했고, 외과와 내과의 수동 치료 장비들은 가동을 멈춰 한산하기 짝이 없었다.
의협 정일규 회장은 연일 의학 뉴스 브리핑을 통해 병원과 강현의 숨통을 조여 댔다.
"명성대학병원은 범죄 의사 백강현을 감싸다 파멸을 자초한 대표적인 의료계의 수치입니다. 의협 징계위원회에 의해 면허 자격이 정지된 백강현을 만에 하나 수술방에 들이거나 환자에게 메스를 대게 하는 행위는, 즉각 보건소 고발과 함께 사법 당국의 형사 구속 수사 대상이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합니다."
이 엄포에 명성병원 내부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조차 극단적인 공포에 질려 강현에게 적대감을 드러냈다.
"백강현 선배님! 선배님 혼자 영웅 주의에 취해 포럼이랑 아에온을 건드리는 바람에 우리 의대생들 수련이랑 병원 실습이 다 마비됐습니다! 제발 더는 민폐 끼치지 말고 이 병원을 떠나 주십시오!"
실습생 몇 명이 강현의 의국 자리에 계란과 파면 촉구 유인물을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김태진이 멱살을 잡고 싸우려 했으나, 강현은 가만히 굳어버린 유인물 조각들을 쓸어 쓰레기통에 넣으며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 졸렬하고 비겁한 눈빛들 속에서도, 명성병원의 심장부를 지키는 거물들은 강현의 편에 단단히 서 있었다.
"의사 면허 정지? 그건 포럼의 끄나풀들이 뇌물을 받고 조작한 얄팍한 행정 종이 쪼가리일 뿐일세."
응급실 당직실 안, 서지훈 과장이 커피를 홀짝이며 강현을 바라보았다.
"의료법상 환자의 생명이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해 다른 대안이 없을 때, 의사가 메스를 잡는 것은 형법 제22조에 명시된 '긴급피난(Emergency escape)'에 해당하네. 면허증이라는 종이가 환자의 목숨보다 위에 있을 수는 없어. 백강현, 기죽지 마라. 네가 심장을 꿰매는 동안, 법적 책임은 이사장님과 내가 짊어질 테니."
서지훈의 도도하고도 강직한 선언에 강현은 깊은 신뢰의 미소를 지었다.
강현은 명성병원을 완전히 굶겨 죽이려는 아에온의 고사 작전을 뚫어내기 위해, 남은 기본적인 비상 약품(로컬 마취제와 기초 생리식염수 등)을 조합해 전신 마취제 대용으로 쓸 수 있는 마이크로 약물 대체 조제 배합법을 김태진과 함께 극비리에 연구해 두었다.
그때였다.
-위이이이이이이이이잉!
응급실 입구로 찢어질 듯한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며, 구급대원 서너 명이 환자 베드를 미친 듯이 밀며 들어왔다.
"임산부 환자입니다! 임신 28주 차, 과거 대동맥 판막 이식 수술을 받았던 환자인데, 인공 판막이 찢어지며 급성 폐부종(Pulmonary Edema)과 심장 탬포네이드 쇼크가 발생했습니다! 바이탈 흔들려요!"
들것 위에는 배가 부른 30대 중반의 임산부가 산소마스크를 쓴 채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 피가 섞인 거품을 입가로 토해내고 있었다.
산모와 뱃속의 태아, 두 개의 생명이 동시에 절벽 끝으로 떨어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