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54화: 아에온의 메신저
의협 징계위원회가 소집되기 1시간 전, 명성대학병원 VIP 전용 라운지.
강현은 은은한 커피 향이 풍기는 라운지 중앙 소파에 한 백발의 외국인 노신사와 대면하고 있었다. 그는 세계적인 신경학 및 흉부외과의 거장이자, 미국 아에온 파운데이션의 아시아 총괄 지부장인 '헤르만 박사(Dr. Hermann)'였다.
그는 응급실 과장 서지훈이 미국 보스턴 메디컬 센터에서 펠로우를 지내던 시절의 지도교수이자, 크로노스 클럽의 최고 의학 고문이었다.
"반갑네, 백강현 군. 자네가 명성병원 지하에서 우리 크로노스의 격리 구역을 파괴하고 환자들을 빼돌린 솜씨는 참으로 놀라웠네."
헤르만 박사는 자상하고 격조 높은 미소를 지으며 강현에게 차를 권했다.
"하지만 우리 아에온 파운데이션은 자네의 그 죄를 굳이 묻고 싶지 않네. 자네가 보여준 그 1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초정밀 문합과 션트 기술은, 전 인류의 영생을 위한 핵심 퍼즐조각일세. 자네의 그 손기술은 아에온의 최고 VIP이자 미국 상원의장인 에드워드 의원의 심장 판막 재건 수술을 위해 신이 내린 기적이야."
헤르만 박사는 가죽 가방에서 세련된 은색 엠블럼이 박힌 기밀 바인더를 꺼내 강현의 앞에 밀어 놓았다.
"제네바 국립 의학 연구소의 종신 수석 연구원 위임장, 그리고 미국 연방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발행한 '특수 외교적 면책 특권 및 글로벌 무제한 의사 면허증' 서류일세."
그것은 김성환이나 최강우가 늘어놓았던 제안과는 차원이 다른, 지구상에서 어떤 법적, 국가적 규제도 받지 않고 의술을 펼칠 수 있는 초법적인 영주의 문서였다.
"대한의사협회의 그 보잘것없는 정일규 회장이 벌이는 징계나 면허 박탈 따위는, 우리가 청와대(혹은 사법 당국)나 외교 채널에 전화 한 통만 넣으면 5분 안에 흔적도 없이 취소해 주겠네. 자네가 우리와 함께 스위스로 가 수술을 집도해 준다면 말일세."
달콤하게 흐르는 헤르만 박사의 유혹적인 독배.
하지만 강현은 그의 자상한 얼굴 뒤편에 숨은, 늙은 뱀들의 추악한 불로장생의 야욕과 그 야욕을 수호하기 위해 젊은이들의 장기를 갈취하는 끔찍한 탐욕의 실체를 똑똑히 직시하고 있었다.
강현은 손가락 끝으로 그 무제한 의사 면허 서류를 가볍게 툭 밀쳐 던졌다.
"거절하겠습니다."
"음……?"
헤르만 박사의 눈썹이 가볍게 꿈틀거렸다.
"인간을 가축처럼 가둬두고 불로불사를 공유하는 괴물들에게 내 칼끝을 빌려줄 생각은 없습니다. 의협의 그 얄팍한 징계는 내 손으로 직접 깨부술 테니, 가던 길 가십시오."
강현의 차갑고 단호한 거절에, 헤르만 박사의 자상하던 얼굴이 순식간에 얼음처럼 차갑고 잔인하게 굳어졌다.
그는 서류를 챙겨 일어서며 강현을 싸늘하게 굽어보았다.
"참으로 어리석군, 백 선생. 자네가 크로노스의 제안을 걷어찬 대가는 아주 참혹할 걸세. 자네의 의사 자격증은 오늘부로 영원히 찢겨 나갈 것이며, 자네가 속한 명성대학병원 역시 내일부터 생명 연장 장치 조차 돌릴 수 없는 지옥을 보게 될 거야."
헤르만 박사는 차가운 풋스텝 소리를 내며 라운지를 걸어 나갔다.
백강현을 향한 전 세계 억만장자 카르텔의 가장 잔인하고 대대적인 보복 올가미가, 마침내 명성병원 전체를 덮치려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