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53화: 서지훈과의 비밀 연대
의협 징계위원회가 소집되기 전날 밤, 명성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연구실.
서지훈 과장은 키보드를 거칠게 두드리며 환자 서 의원과 다발성 외상 환자의 응급 모니터링 로그, 그리고 뇌관류 회복 그래프 데이터를 하나의 완벽한 케이스 논문 양식으로 정리해 나갔다.
그의 눈빛에는 깊은 냉소와 불쾌함이 서려 있었다.
서지훈은 비록 백강현을 라이벌로 선포하고 수술방에서 이기고 싶어 했지만, 의사이자 학자로서의 프라이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높은 정통 엘리트였다. 의협 회장 정일규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학술적 가치가 무궁무진한 백강현의 천재적 임기응변을 '불법 무면허 시술'로 엮어 매장하려는 행위에 지독한 혐오감을 느낀 것이었다.
서지훈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 소견서 밑에 미국 응급의학회(AAEM) 소속 동료 의사들과 하버드 의대 동창 인맥들의 연대 서명을 박아 넣었다.
"백강현 전공의의 대퇴-경동맥 션트 시술은 뇌사 직전 환자의 뇌 혈류를 즉각 복구한 응급 외상학적으로 100% 정당하고도 독창적인 임기응변적 구명 술기였음. 이를 징계하는 행위는 대한민국 의학계의 자해 행위이자 학술적 모독임."
이 압도적인 공식 소견서를 의협 징계위원회 이메일과 등기 우편으로 전격 발송한 서지훈은, 마침내 연구실 문을 열고 나왔다.
의국으로 향하는 복도 모퉁이.
당직 라운딩을 돌던 강현과 서지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서지훈은 가운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강현을 삐딱하게 응시했다.
"백강현."
"예, 과장님. 퇴근 안 하셨습니까."
"오해하지 마라. 난 네놈을 수술방에서 내 실력으로 이겨서 짓밟아주고 싶을 뿐이다. 저 정일규 같은 썩어빠진 정치 의사 놈들의 개수작으로 네 의사 면허가 날아가는 꼴은 도저히 눈 뜨고 못 봐주겠더군. 하버드의 이름으로 내 소견서는 징계위에 확실히 꽂아 넣었으니 알아서 잘 버텨라."
서지훈의 비뚤어졌지만 강직하고 도도한 프라이드에, 강현은 잔잔하고도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맙습니다, 서 과장님. 역시 써전다운 멋진 연대였습니다."
"흥, 연대 같은 낯뜨거운 소리 하지 마라. 내일 징계위에서 헛소리 한마디라도 했다간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서지훈은 신경질적으로 가운을 휘날리며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강현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김태진."
"어, 어? 강현아!"
복도 뒤에 숨어 지켜보던 김태진이 후다닥 뛰어왔다.
"내일 징계위 회장 입장 카드랑 자료 준비 끝났지?"
"당연하지! 한성그룹 법무팀 변호사들이랑 정일규의 개인 비리 장부 복사본까지 가방에 다 챙겼어. 내일 의협 회관은 징계실이 아니라 정일규의 무덤이 될 거야!"
김태진이 이빨을 드러내며 사납게 웃었다.
두 천재의 기묘한 학술적 연대와 한성그룹의 강력한 법적 방어막을 등에 업은 백강현의 칼날이, 내일 오전 의협 회관을 완전히 폭파하기 위해 벼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