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52화: 의협의 배신자
대한의사협회(의협) 본관 대회의실.
"수련 규정을 어기고 응급실에서 독단적으로 대퇴-경동맥 션트를 시도한 점, 병원 지하 3층 격리실에 화재 및 대규모 합선 사고를 일으켜 병원 시설을 파괴하고 의료 질서를 어지럽힌 백강현 전공의에 대한 자격 정지 및 영구 면허 박탈 처분 건을 의결에 부칩니다."
의협 회장 정일규가 의사봉을 가볍게 쥐며 엄숙하게 읊조렸다. 그의 눈 밑에는 교활함이 가득 흘러넘쳤다.
정일규. 그는 무너진 대한의료포럼의 잔존 세력들의 든든한 학계 대변인이자, 크로노스 클럽의 자금 수혜를 받아온 의학계의 가장 깊은 부역자 중 한 사람이었다.
포럼이 무너지자, 그는 자신의 입지와 크로노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의협 징계위원회를 강제로 소집해 백강현을 대한민국 의학계에서 영구적으로 축출하려는 보복성 징계안을 상정한 것이다.
의협 징계위원들 대부분은 정일규의 눈치를 보며 기회주의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인턴을 갓 졸업한 1년차 전공의가 교수의 처방을 가로막고, 가평 요양원과 명성병원 지하에서 불법 시술을 난사한 것은 의료 윤리 위반이 확실합니다."
"면허 취소가 온당합니다."
동조하는 목소리들이 회의실을 채웠다.
같은 시간, 명성병원 의국.
"강현아! 의협 회장 정일규 그 개자식이 너 면허 날리려고 징계위 소집했대! 내일 오전 10시 의협 회관에서 최종 의결한다는데, 이거 손 놓고 당해야 되는 거냐?!"
김태진이 헐레벌떡 의국 문을 열고 들어오며 격분했다.
강현은 차트 모니터를 응시하며 덤덤하게 커피를 마셨다.
"정일규 회장…… 역시 그 늙은 뱀이 꼬리를 치고 나오는군."
"너 왜 이렇게 덤덤해? 의사 면허가 취소되면 넌 수술방은커녕 병원 근처에도 못 가! 다 된 복수극인데, 면허가 날아가면 무슨 소용이야!"
"태진아. 의협 징계위는 행정 권력일 뿐이야. 의학의 본질이 아니지."
강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정일규가 내 면허를 흔들려 한다면, 난 그가 쥐고 있는 의협 회장이라는 감투와 부패한 징계위 자체를 만천하에 폭로해 해체할 걸세. 적이 무리수를 둔다는 것은 그만큼 다급해졌다는 증거지."
다음 날 아침, 동부이촌동 의협 회관 앞.
수많은 보수파 의사들과 전공의들이 피켓을 든 채 강현의 징계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있었다.
정일규 회장은 기자들의 마이크 앞에 서서 짐짓 엄숙하고 슬픈 표정으로 브리핑을 가졌다.
"백강현 전공의의 실력은 안타까운 수준이지만, 의사는 실력보다 윤리가 우선입니다.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불법 수술을 감행하며 병원 시설을 파괴한 백 전공의는 더 이상 의사 가운을 입을 자격이 없습니다. 오늘 의협의 이름으로 그의 면허를 단죄하겠습니다."
정일규는 승리를 확신한 듯 비열하게 미소 지으며 회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백강현의 목줄을 쥐고 흔들려는 의학계 기득권의 마지막 단두대가, 매서운 소리를 내며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