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48화: 비밀 병실의 기밀
명성대학병원 지하 3층.
일반 직원들의 출입이 철저히 제한된, 기계실과 폐기물 처리장 뒤편의 두꺼운 철문 앞.
강현이 은색 카드 키를 리더기에 접촉하자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이중 잠금 쇠빗장이 풀려나갔다. 삼엄한 사설 경비업체의 무장 가드 두 명이 강현과 태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신임 주치의 백강현 선생이십니다. 최 부원장님의 특별 지시로 오늘부터 격리 구역 환자들의 관리를 전담하십니다."
가드들은 순순히 문을 열어주었다.
강현과 태진은 숨막히는 침묵 속에서 복도로 걸어 들어갔다. 하얀색 타일로 도배된 벽면과 인공적인 LED 광원 아래, 사방에 붉은색 CCTV 카메라가 그들의 움직임을 조준하고 있었다.
복도 양옆으로 배치된 이중 강화유리 격리실들.
유리창 너머의 풍경을 마주한 김태진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키며 뒷걸음질을 쳤다.
"이…… 이게 다 뭐야……?"
각 격리실 안에는 20대에서 30대 초반의 건강한 체구의 젊은이들 10여 명이 누워 있었다. 그들은 인공호흡기를 낀 채 약물에 취해 깊은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차트를 보니 그들의 신원은 불법 체류 이주민 노동자들, 혹은 최근 실종 신고가 접수된 무연고 청년들이었다.
가장 끔찍한 것은 그들의 바이탈 모니터 옆에 붙은 서류들이었다.
[크로노스 VIP 유전자 일치 대조표(HLA typing matching sheet)]
- 대상 환자: 크로노스 12호(미국 석유 재벌), 일치도: 99.8%
- 예정 시술: 심장 및 췌장 적출 후 이식 편(Conduit) 추출
인간 도살장.
크로노스 클럽의 늙은 억만장자 VIP들이 생명을 억지로 늘리기 위해, 자신들과 유전자가 일치하는 건강한 젊은이들을 납치해 이곳에 감금하고 장기와 세포 적출 대기 상태로 모아둔 비밀 사육장이었다.
"미친 새끼들…… 의사 탈을 쓰고 어떻게 인간을 장기 추출용 가축처럼 가둬둘 수가 있어?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냐……!"
김태진은 분노와 공포로 인해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주먹을 쥐었다.
강현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갑고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태진아, 진정해라. 분노는 적을 단죄할 때 쏟아내면 된다. 지금은 기록해야 해."
강현은 수술복 옷깃에 숨겨두었던 초미세 카메라 펜을 꺼내 들었다.
그는 환자들의 얼굴, 중심정맥관에 주입되고 있는 불법 마취 약물의 성분표, 그리고 벽면에 붙은 유전자 일치 대조표와 크로노스 클럽의 기밀 서류들을 하나하나 초고해상도로 촬영해 암호화된 클라우드로 전송하기 시작했다.
이 문서 한 장 한 장이, 세계의 억만장자들과 최강우 부원장을 단숨에 사형대로 보낼 완벽한 스모킹 건이었다.
서류 촬영이 거의 끝나가던 찰나.
뚜벅. 뚜벅. 뚜벅.
지하 복도 저편에서 날카로운 가죽 구두 굽 소리가 정막을 깨고 들려왔다. 최강우 부원장의 지시를 받은 무장 경호팀장과 가드들이 이쪽 격리실을 향해 다가오는 발소리였다.
"어이, 백강현 전공의. 수술방 전담 주치의가 1번 베드 차트를 그렇게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을 이유가 있나?"
경호팀장의 서늘한 음성이 격리실 유리문을 타고 흘러 들어왔다.
들통나기 직전의 일촉즉발 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