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43화: 새로운 적, 외과계의 신성
"환자 심막 탬포네이드(Cardiac Tamponade)로 인한 쇼크입니다! 대동맥 박리(Aortic Dissection)가 상행 대동맥을 타고 목의 경동맥까지 찢고 올라갔습니다. 뇌 혈류 소실 상태예요! 당장 심막 천자(Pericardiocentesis) 준비해 주시고, 뇌 보호 약물 주입해 주세요!"
강현의 신속한 진단에 응급실 간호사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때, 응급실의 아수라장 한가운데를 뚫고 차갑고 오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톱. 오더 전부 멈춰."
수술복 위에 깔끔한 의사 가운을 걸친 날카로운 눈매의 젊은 남자가 환자 베드 옆으로 다가왔다. 그의 목에는 명성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서지훈'이라는 명패가 붙어 있었다.
서지훈. 미국 하버드 의대와 보스턴 메디컬 센터를 거치며 '외과계의 신성'으로 불렸던 엘리트 천재. 명성재단이 임선우 이사장 취임 이후 응급 의료 센터의 혁신을 위해 파격적인 조건으로 초빙해 온 인물이었다.
"과장님? 환자 상태가 급박합니다!"
간호사가 당황하자 서지훈은 환자의 동공을 펜라이트로 비춰보며 차갑게 말했다.
"동공 반사(Pupil reflex) 소실되었고, 뇌파 모니터상 플랫에 가깝네. 이미 대동맥 박리가 경동맥을 침범해 뇌로 가는 혈류가 10분 이상 차단된 상태야. 의학적으로 뇌사(Brain Death) 징후네. 더 이상의 쓸데없는 소생술은 다른 위급 환자들을 위한 의료 자원 낭비야. 심정지 선언(Arrest declare) 준비하게."
서지훈은 강현이 쥐고 있던 차트를 가차 없이 뺏어 들었다.
"그리고 자네, 흉부외과 1년차 백강현이지? 인턴 시절에 운 좋게 수술 몇 번 수습했다고 소문이 파다하더군. 하지만 수술실 밖의 응급실은 내 구역일세. 1년차 전공의 나부랭이가 응급실 메인 바이탈 지침을 결정하고 월권하지 말게."
서지훈의 오만한 으름장에 김태진은 주먹을 쥐고 앞으로 나섰다.
"아니, 서 과장님! 아직 심장이 뛰고 있고, 뇌사 판정 기준을 거치지도 않은 환자인데 어떻게 치료를 포기하고 사망 선언을 하라는 겁니까!"
"의학적 팩트를 말하는 걸세. 뇌 혈류가 완전히 차단되어 뇌세포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심장만 억지로 뛰게 한들 식물인간을 만들 뿐이야. 응급의학과 과장으로서 내 직권으로 이 환자의 소생 시술을 거부하겠네."
서지훈은 냉소적인 눈빛으로 강현을 째려보았다. 하버드 출신이라는 거대한 자존심은, 한국 대학병원의 신성으로 떠오른 백강현이라는 1년차 전공의의 소문을 대단치 않은 거품으로 치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변의 간호사들과 레지던트들도 응급실 과장의 공식 오더 거부에 눈치를 보며 기구를 내려놓았다.
강현의 눈이 날카롭게 가라앉았다.
'서지훈…… 보스턴의 냉혈한이라 불리던 녀석이군.'
회귀 전 강현은 서지훈의 냉정함과 실력을 알고 있었지만, 환자의 목숨을 자존심 싸움의 도구로 쓰는 태도만큼은 결코 묵과할 수 없었다.
강현은 환자의 목 옆 경동맥 부위로 손을 뻗었다.
[말초신경 절대 인지 가동]
[대퇴-경동맥 미세 혈류 역학 분석 시작]
강현의 손가락 끝이 찢어진 경동맥 벽의 미세한 흐름을 감지했다.
'아직 뇌사 상태가 아니다. 경동맥 초입의 찢어진 내막 조각(Flap)이 판막처럼 혈관 입구를 딱 틀어막아 일시적으로 뇌 혈류를 차단하고 있을 뿐이다. 그 플랩의 압력을 해소하고 미세 혈관 쉬트(Shunt)를 밀어 넣으면 뇌 혈류는 즉시 회복된다.'
강현의 손가락 끝에서, 환자를 살릴 0.1%의 기적의 루트가 선명하게 인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