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39화: 마지막 무대
급성 심근경색으로 자택에서 쓰러진 김세열 회장은 사설 구급차를 타고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되었다.
"환자 심인성 쇼크(Cardiogenic Shock) 상태입니다! 당장 에크모(ECMO, 체외막산소공급장치) 연결해!"
응급실이 발칵 뒤집히며 포럼의 의장인 박인성 교수를 비롯한 일류 흉부외과 스태프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환자의 심장 초음파와 혈관 조영술 결과를 받아본 의사들의 안색은 약속이나 한 듯 싸늘하게 굳어졌다.
"삼중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버렸고, 좌심실 후벽의 괴사가 이미 시작되었네. 이 상태에서 메스를 대면 문합 도중 혈관이 부서져 수술대 위에서 즉사(Table Death)할 걸세. 수술 성공 확률은 1% 미만이야."
아산병원 부원장마저 고개를 저으며 포기 선언을 내렸다. 김세열 회장의 아내와 자식들은 응급실 복도에서 통곡하며 울부짖었다.
"회장님이 돌아가시면 우리 메디프론트는 공중분해 됩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전국의 어떤 의사든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불러오세요!"
그때, 침통하게 모니터를 바라보던 박인성 교수가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단 한 사람. 이 망가진 심장을 살릴 수 있는 괴물이 국내에 있긴 합니다."
"그게 누구입니까! 당장 데려오세요!"
"명성대학병원의…… 인턴 백강현입니다."
그 이름이 나오자 응급실 안에는 찬물이 끼얹어진 듯한 침묵이 감돌았다.
몇 시간 뒤, 명성대학병원 이사장 집무실.
김세열 회장의 아내와 장남은 자존심을 완전히 내팽개친 채, 임선우 이사장 대행과 백강현 인턴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울부짖었다.
"백강현 선생님!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포럼이고 뭐고 다 해체할 테니 제발 우리 회장님 좀 살려주십시오! 자식이 아비를 살려달라 이렇게 빌지 않습니까!"
강현은 휠체어에 탄 채 심폐소생술(CPR)과 에크모에 의지해 간신히 숨만 쉬고 있는 숙적, 김세열 회장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이미 죽음의 잿빛이 완연했다.
임선우 이사장은 강현의 어깨를 짚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백 선생. 저 악마 같은 놈을 살려야 하는가 회의감이 드는 건 사실이네만…… 저자가 살아서 법정에 서고 포럼의 모든 불법 비자금 내역을 자백해야만, 이 나라의 의료 카르텔을 완전히 뿌리째 뽑아낼 수 있네. 자네가 결정을 내리게."
강현은 천천히 침상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차가운 김세열의 손목을 짚고 '절대 인지' 감각을 가동했다.
스으으으으-.
강현의 손끝을 타고, 거의 고사하기 직전인 김세열의 심장 박동과 막혀버린 세 갈래 관상동맥의 3차원 유착 구조가 입체적으로 분석되어 머릿속에 투영되었다.
심장의 세포들이 마지막 산소를 갈구하며 미세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강현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올라갔다.
"좋습니다."
강현은 손을 떼고 차갑게 미소 지었다.
"수술 준비하십시오. 적어도 내 손에 들어온 환자는 지옥으로 가고 싶어도 제 허락 없이는 못 갑니다."
강현은 메스를 쥐고 최후의 전쟁터이자 가장 위대한 심판의 무대가 될 응급 수술실을 향해 걸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