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38화: 무너지는 감사
학회에서의 대승리와 전국의 주임교수 10여 명이 연대 서명한 탄원서 뉴스는 대한민국 여론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이에 맞추어 한성그룹 한혜숙 이사장과 서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보건복지부가 명성대학병원에 가한 표적 감사와 전공의 정원 삭감 배후에는 특정 이권 사교 집단인 '대한의료포럼'과 메디프론트 제약사의 조직적인 로비가 있었습니다. 여기 복지부 정책관이 포럼 간부들과 주고받은 비밀 이메일과 자금 거래 내역을 폭로합니다."
서 의원이 폭로한 복지부 내부 기밀 문건들은 너무나 구체적이고 파괴적이었다.
국회가 즉각 발칵 뒤집혔다. 여야 합의로 복지부에 대한 국정조사가 소집되었고, 배성식 과장의 윗선인 실장과 차관까지 줄줄이 검찰 특수부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명성병원 본관을 점거하고 기세를 올리던 복지부 특별감사팀은 압수해 둔 서류 상자들을 팽개치고 하룻밤 사이에 쫓겨나듯 철수해 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삭감되었던 전공의 정원은 100% 정상 복구되었으며, 오히려 수련 공로를 인정받아 명성병원 흉부외과는 전공의 1명 추가 증원이라는 파격적인 혜택까지 받게 되었다.
명성병원의 목을 조여오던 행정의 교수형 올가미가 산산조각이 나 버린 순간이었다.
이 사실을 접한 명성병원 내부의 보수파 의사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강현의 파면 서명을 주도했던 신경외과 고 교수는 부랴부랴 서명 서류들을 파쇄기에 밀어 넣고 쥐 죽은 듯 입을 닫았다.
"고 교수. 자네가 주도한 서명운동 건은 이사회에 정식 보고되었네. 내 자네의 그 훌륭한 리더십을 높이 사, 내년 봄에 개원할 충청도 분원 원장으로 전보 발령하겠네."
임선우 이사장 직무대행의 단호한 좌천 지시에 고 교수는 다리가 풀려 무릎을 꿇었으나, 이미 대세는 기운 뒤였다. 병원 내의 기회주의자 세력들은 그렇게 단숨에 쓸려 나갔다.
하지만 사건의 본질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서초동 메디프론트 회장실.
김세열 회장은 자신의 비밀 로비 문건이 국회에서 폭로되고, 검찰이 자택과 본사를 향해 대대적인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러 출발했다는 속보를 화면으로 지켜보았다.
"이…… 이럴 수는 없어! 내가 30년 동안 일구어놓은 제국인데! 고작 인턴 한 놈 때문에……!"
김세열의 눈에 핏발이 서고 숨이 턱 막혔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분노로 인해, 그의 뇌하수체에서 뿜어져 나온 다량의 카테콜아민이 심장의 관상동맥을 수축시켰다. 이미 심각한 동맥경화를 앓고 있던 그의 심장 근육에 피가 공급되지 않는 급성 심근경색(Acute Myocardial Infarction)이 들이닥친 것이다.
"컥…… 윽……!"
김세열은 가슴을 움켜쥐고 소파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손끝이 차갑게 식어가고 의식이 어둠 속으로 꺼져가며, 그는 바닥에 떨어진 전화기를 향해 처절하게 손을 뻗었다.
그가 쌓아 올렸던 악의 제국은 붕괴하고 있었고, 제국의 왕은 자신의 망가진 심장과 함께 파멸의 심연으로 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