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33화: 조여오는 교수형 올가미
"보건복지부 행정소송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에서도 포럼의 김세열 회장과 연결된 전직 대법관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총동원되어 압력을 넣은 것 같습니다."
법무팀장의 보고에 윤혜원 주임과장은 깊은 피로감을 느끼며 이마를 짚었다.
명성대학병원 전체가 서서히 목이 조여오는 형국이었다. 복지부 특별감사팀은 병동의 간호사 스테이션까지 점거하여 수액 주입 속도의 미세한 오차, 임상 테스트 로그의 불일치까지 꼬투리를 잡으며 매일 과태료와 행정 제재를 날려 보냈다.
"내과랑 외과 전임의들도 지쳤다며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겠다고 난리들입니다. 내년 전공의 정원 삭감이 공식화되자 병원의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한 거겠죠."
윤혜원의 한숨 섞인 말에 임선우 이사장 직무대행은 묵묵히 지팡이를 꽉 쥐었다.
이 와중에 신경외과 고 교수를 필두로 한 보수파 원로들의 공세는 극에 달했다.
"백강현을 즉각 해임하라! 병원 소속 전체 의사 60%가 서명했다! 임선우 이사장, 당신도 저 애송이 인턴 하나 비호하려다 재단에서 끌려 내려가고 싶은 건 아니겠지?!"
고 교수는 복도에서 윤혜원 과장에게 서면 경고장을 던지며 노골적으로 윽박질렀다.
흉부외과 의국 구석.
"강현아, 전공의 배정이 완전히 정지되면 내년에 넌 레지던트 수련도 못 받아. 다들 널 쫓아내라고 난리잖아. 어떡하려고 그래?"
김태진이 안절부절못하며 강현에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동기를 향한 깊은 걱정이 서려 있었다.
강현은 조용히 초음파 젤을 닦아내며 미소를 지었다.
"태진아. 전공의 배정을 결정하는 수련환경평가위원들이 누구지?"
"어? 그야 전국의 주요 대학병원 흉부외과랑 외과 주임교수들이지."
"그래. 그 주임교수들이 전부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가 다음 주에 있다."
강현의 눈빛이 매섭게 가라앉았다.
"대한흉부외과학회 추계 학술대회. 의사들은 정치꾼들과 달라. 그들은 평생을 팩트와 논문, 그리고 수술방에서 썩어온 인간들이야. 정치질로 날 압박하려 해도, 그들의 눈앞에서 압도적인 '의학적 실력과 데이터'를 보여주면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생물이지."
강현은 서 의원 수술 당시 진행했던 5중 무인공심폐기 관상동맥 우회술(OPCAB)의 정밀 데이터와, 가와사키 합병증 소아 환자의 마이크로 문합 데이터를 정리해 학술대회 메인 세션 발표 초록(Abstract)을 접수했다.
그 세션은 전국의 거물 의사들이 모여 한국 심장 수술의 트렌드를 결정하는 가장 권위 있는 무대였다.
하지만 그 무대의 심사위원이자 발표 승인권을 쥔 학회 이사장은 바로 포럼의 의장 박인성 교수였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연구실.
"이사장님. 명성대학병원에서 인턴 백강현의 이름으로 초록이 접수되었습니다. 서 의원과 소아 환자의 OPCAB 케이스 리포트입니다."
비서가 건넨 문서를 훑어보던 박인성 교수의 입꼬리가 가늘게 뒤틀렸다.
"인턴 놈이 쓴 초록이라고? 가당치도 않군. 서 의원 수술은 오태민의 대리 수술 사고를 어설프게 수습한 것에 불과하고, 소아 환자 케이스 역시 통계적 유의성이 떨어지는 허접한 사례 조작에 불과해."
박인성은 펜을 들어 초록 첫 장에 거대한 붉은 글씨를 써 내려갔다.
[Reject (거절)]
"명성대학병원과 백강현 놈의 이름으로 들어오는 모든 초록은 거절하게. 학회 규정에 미달한다는 구실을 대서 말이야. 감히 인턴 새끼가 전국의 거장들이 모이는 학회 무대에 서려 들다니, 싹을 잘라버려야지."
박인성은 비열하게 웃으며 초록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그는 강현이 학회장에 발을 들여놓는 것조차 원천 차단하여 그를 철저히 고립시키고 매장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강현은 이미 박인성의 비열한 거절을 예상하고 있었고, 그 거절조차 포럼의 목줄을 죌 가장 잔인한 덫의 일부로 세팅해 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