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3화: 인턴의 영역을 넘다
"환자 CS(흉부외과) 긴급 OP(수술) 준비해! 방 얼른 잡아!"
응급실이 발칵 뒤집혔다. 강현이 인투베이션을 성공시킨 교통사고 환자의 정체는 단순한 행인이 아니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한성그룹의 핵심 요직이자 차기 부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강민우 상무였다.
게다가 그 환자의 긴급 개심 수술을 맡게 된 집도의는 흉부외과의 부교수 오태민이었다.
'오태민…….'
강현은 수술실(OR)로 가기 위해 스크럽(Scrub, 수술 전 손 씻기) 대 앞에 섰다.
차가운 물이 손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브러시로 손가락 사이사이를 문지르는 동안 강현의 눈빛은 한없이 가라앉아 있었다.
오태민. 회귀 전 자신을 이용해 먹고, 온갖 비리를 저지른 끝에 결국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원수이자 살인자.
대외적으로는 '젊고 유능한 흉부외과의 에이스'로 알려져 있지만, 강현은 그 실상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오태민의 논문 대부분은 밑의 레지던트들과 펠로우들의 피땀을 갈아 넣은 대리 논문이었고, 까다로운 수술은 언제나 강현 같은 실력 있는 부하들에게 떠넘겼던 겁쟁이였다.
"어이, 신입 인턴. 수술방에서 썩션(Suction, 흡인기)이랑 리트랙터(Retractor, 시야 확보용 견인기) 똑바로 잡아라. 오 교수님 성격 까칠하신 거 알지? 실수하면 그 자리에서 쫓겨나."
동행한 흉부외과 치프 레지던트 이민우가 강현에게 경고했다. 강현은 대답 없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술방의 문이 열렸다. 차가운 공기와 함께 소독약 냄새, 그리고 기계의 기계적인 비프음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수술대 위에는 가슴이 절개된 채 전신마취 상태로 누워 있는 환자가 있었다.
"포셉(Forceps)."
오태민이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손을 뻗었다. 그의 눈가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성그룹 상무라는 거물 환자의 수술인 만큼, 성공하면 병원 내 입지가 탄탄해지겠지만 실패하면 커리어가 끝장날 수 있는 외줄 타기였다.
"리트랙터 더 벌려! 시야 안 나오잖아! 인턴 새끼는 힘이 없어? 제대로 당겨!"
오태민이 강현을 향해 거칠게 쏘아붙였다. 강현은 아무 대꾸 없이 묵묵히 쇠 갈고리 모양의 리트랙터를 양손으로 쥐고 당겼다.
손끝을 통해 느껴지는 환자의 흉골과 갈비뼈의 탄성.
강현은 굳이 무리한 힘을 쓰지 않았다. 오직 뼈와 주변 근육 조직이 버틸 수 있는 최적의 각도와 힘의 균형점을 '절대 인지'로 파악하여 힘을 분배했다. 덕분에 어시스트를 서는 다른 레지던트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완벽한 수술야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 완벽한 어시스트 덕분에 수술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오태민의 메스가 심장막(Pericardium)을 절개하고 심장의 우심방(Right Atrium) 부근의 유착을 떼어내기 시작했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조급증이 도진 오태민이 메스를 너무 깊게 밀어 넣은 것이다.
사각-!
"어……?"
오태민의 당황한 목소리와 함께, 심장 벽에서 시뻘건 핏줄기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쫘아악-!
"악! 출혈이다! 썩션! 썩션 더 대!"
오태민이 비명을 지르며 메스를 집어던졌다. 우심방 벽의 얇은 부위가 찢어진 것이다. 순식간에 수술대가 붉은 피로 흥건하게 젖어 들었다.
슈우우우욱-!
강현이 썩션을 대어 피를 빨아들였지만, 뿜어져 나오는 혈액의 속도가 썩션의 흡입 속도를 압도했다. 환자의 심장이 박동할 때마다 시뻘건 선혈이 사방으로 튀었다.
삑- 삑- 삑- 삑-!
[BP 70/40…… 60/30……!]
마취과 의사의 비명이 수술실을 흔들었다.
"혈압 떨어집니다! 심장 눌림증 와요! 어레스트 옵니다!"
"아, 씨발! 왜 안 보여! 썩션 똑바로 안 해? 피 좀 빨아내 봐!"
오태민의 손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피범벅이 된 시야 속에서 찢어진 혈관 부위를 도저히 찾지 못하고 있었다. 당황한 오태민이 엉뚱한 곳에 허겁지겁 클램프(지혈 겸자)를 밀어 넣으려 했다.
'바보 같은 놈. 거길 집으면 우관상동맥을 차단해서 심근경색으로 즉사다.'
강현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
강현의 '절대 인지' 감각이 요동쳤다. 피바다가 된 심장 내부, 솟구치는 선혈의 틈새로 찢어진 우심방 벽의 4밀리미터(mm)짜리 틈새가 투명하게 뇌리에 각인되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환자의 심장이 뛰는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척-.
강현은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뻗어, 솟구치는 피의 한가운데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찢어진 우심방의 파열 부위를 지그시 눌렀다.
거짓말처럼 뿜어져 나오던 핏줄기가 뚝 멈췄다.
수술실 안에 찰나의 정적이 감돌았다.
"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오태민이 붉게 물든 라텍스 장갑을 낀 강현의 손가락을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어시스트를 서던 치프 레지던트 이민우도 턱이 빠질 듯 경악했다. 인턴 따위가 감히 수술 중인 환자의 심장을 맨손으로 누르다니, 있을 수 없는 의료사고이자 하극상이었다.
"미친 인턴 새끼가 겁도 없이 환자 심장을 만져? 당장 손 안 떼!"
이민우가 강현의 팔을 붙잡으려 했지만, 강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하고 낮게 내리깐 목소리로 오태민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지금 손 떼면 환자는 3초 안에 사망합니다. 집도의 선생님."
"뭐, 뭐라고?"
"우심방 전벽 4mm 파열입니다. 제 손가락 바로 아래에 찢어진 부위가 있습니다. 교수님, 이 상태에서 바로 봉합(Suture)하실 겁니까?"
강현의 눈빛은 인턴의 그것이 아니었다. 수천 번의 사선을 넘나든 백전노장의 집도의, 아니 그 오태민조차 짓눌러 버릴 만큼 압도적인 권위를 지닌 거장의 안광이었다.
오태민은 그 기백에 눌려 순간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아니면…… 제가 꿰맬까요?"
강현이 물었다. 그 목소리에는 서늘한 확신이 서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