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22화: 은밀한 회유
"미국 존스 홉킨스 병원의 펠로우 연수 보장 서류, 메디프론트에서 직접 관리하는 10억 원 상당의 연구비 펀드 계좌, 그리고 한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한남동 오피스텔의 분양권 서류일세."
김성환 상무는 테이블 위에 가죽 바인더와 차 키, 그리고 금빛 회원 카드를 차례대로 올려놓았다.
일반적인 인턴 의사라면 평생을 뼈 빠지게 일해도 만져보기 힘든,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과 권력의 단면이었다.
"이 모든 혜택을 자네에게 조건 없이 무상으로 지급하겠네. 단 하나의 조건만 수락해 준다면 말이야."
강현은 테이블 위에 놓인 초호화 제안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조건이 무엇입니까?"
"우리 대한의료포럼의 핵심 인재들이 모인 사교 단체이자 의학 연구회, '아스클레피오스(Asclepius)'의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게. 자네 정도의 재능이라면 우리 회원으로서 국빈 대접을 받으며 일할 자격이 충분해."
김성환의 뱀 같은 눈이 가볍게 휘어졌다.
"포럼은 명성대학병원의 최근 변화에 주목하고 있네. 임선우 이사장 대행의 집권은 우리 포럼의 이익과 배치되는 구석이 많아. 하지만 자네가 우리 편에 서 준다면, 임선우의 이빨은 자연스럽게 뽑히게 될 걸세. 어떤가? 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
회귀 전의 백강현이었다면 어땠을까.
정의감에 불타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가, 포럼의 보이지 않는 수작에 학회에서 왕따를 당하고 결국에는 음모에 휘말려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강현은 세상을 사는 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적의 실체를 파악하고 그들을 완벽하게 멸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심장부로 걸어 들어가는 것만큼 확실하고 빠른 방법은 없었다.
강현은 짐짓 흔들리는 눈빛을 연기하며 침을 삼켰다. 그의 손가락 끝이 테이블 위의 카드 키를 천천히 집어 들었다.
"인턴 신분으로 이 제안을 거절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겠지요."
"허허, 역시 말이 통하는구만!"
김성환의 입가에 코웃음이 스쳤다.
'결국 천재 인턴 놈도 돈과 명예 앞에서는 하찮은 속물에 불과했군. 오태민과 한만기가 이 녀석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망한 것뿐이었어.'
그는 강현이 너무나 손쉽게 회유당하자 속으로 강현을 얕잡아 보았다.
"현명한 선택일세, 백 선생. 자네의 그 위대한 손을 우리 포럼을 위해 써주게. 그럼 자네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부와 명예가 평생을 보장할 테니."
김성환은 주머니에서 가죽 수첩을 꺼내 한 비밀 주소와 암호가 적힌 종이를 찢어 건넸다.
"다음 주 목요일 저녁 8시. 가평의 비공개 회원 전용 빌라로 오게. 자네의 입회식을 거행할 걸세. 아스클레피오스의 다른 핵심 의사들과 인사도 나누고, 자네의 충성심을 증명할 가벼운 '과제'도 하나 주어질 예정일세."
"과제…… 입니까?"
"가보면 알 걸세. 아주 간단하지만, 우리 회원으로서의 자격을 시험하는 과제지."
김성환은 잔을 들어 강현의 잔에 가볍게 부딪혔다.
쨍-.
맑은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지만, 강현의 마음속은 그보다 훨씬 더 서늘하고 날카로운 칼날이 벼려지고 있었다.
그들이 뱀의 아가리를 벌려 강현을 삼키려 한다면, 강현은 그 뱀의 뱃속으로 기어 들어가 심장을 직접 터뜨려 버릴 참이었다.
"다음 주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상무님."
강현은 비열한 뱀들의 무덤이 될 그 비밀 요양원으로 향할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