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19화: 새로운 질서
한만기 병원장의 해임과 오태민 교수의 구속 이후, 명성대학병원은 격변의 소용돌이를 거쳐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명성재단 임시 이사회는 임선우 석좌교수를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선출했고, 임 교수는 부임하자마자 병원 행정 라인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했다.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보직자들은 전부 해임되었고, 오직 실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강직한 교수들이 요직을 꿰찼다.
가장 큰 변화는 흉부외과(CS)였다.
부교수 오태민이 파멸하면서 비어 있던 주임과장 자리에 소아흉부외과의 권위자 윤혜원 과장이 임명되었다. 명실상부한 흉부외과 전체의 수장이 된 것이다.
"백강현 선생, 잠깐 들어오게."
과장실의 문을 열자, 윤혜원 주임과장이 따뜻한 미소로 강현을 맞이했다. 책상 위에는 강현의 인턴 평가서와 함께 흉부외과 전공의(레지던트) 지원서가 놓여 있었다.
"과장님, 부르셨습니까."
"앉게나. 차라도 한잔하지."
윤혜원은 손수 차를 따라주며 감회에 젖은 눈으로 강현을 바라보았다.
"자네 덕분에 우리 병원이 썩은 살을 도려내고 새살을 틔울 수 있게 되었네. 오태민과 한만기가 싸지른 대리 수술 비리를 걷어내지 못했다면, 명성대학병원의 명예는 영구히 실추되었을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서 의원을 살려낸 건 의학계의 기적일세."
"과장님과 임 교수님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강현이 겸손하게 답했다. 윤혜원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겸손해할 필요 없네. 자네가 수술방에서 보여준 그 솜씨는 나조차도 경외감을 느낄 수준이었어. 자네가 원한다면, 인턴 수련이 끝나는 즉시 우리 흉부외과의 전공의 입국을 100% 보장하겠네. 아니, 내 모든 전권을 걸고 자네를 내 정식 후계자로 삼아 키우고 싶군."
대한민국 최고 대학병원의 흉부외과 과장이 인턴에게 던진, 파격적이다 못해 전무후무한 제안이었다.
강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미소를 지었다.
"영광입니다, 과장님. 저 역시 흉부외과에 뼈를 묻을 생각으로 회귀…… 아니,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으니까요. 기꺼이 입국하겠습니다."
"고맙네. 정말 든든하군."
윤혜원은 강현의 손을 꽉 쥐었다.
과장실을 나온 강현은 복도에서 머뭇거리고 서 있는 동기 인턴 박도현을 발견했다.
박도현은 강현이 다가오자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강현아……."
"도현아. 이민우는 징계위에서 면허 취소 처분과 함께 검찰로 송치되었다더군. 너는 어떻게 됐지?"
강현의 덤덤한 질문에 박도현은 마른침을 삼켰다.
"윤혜원 과장님이 경고 처분으로 끝내주셨어. 네가 과장님께 나에 대한 처벌을 선처해 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정말 고마워. 난 정말 쓰레기 같은 짓을 했는데……."
박도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강현은 박도현의 어깨를 툭툭 쳤다.
"잘못을 뉘우치고 먼저 자백했으니 기회를 주는 거다. 이제 남부끄럽지 않은 의사가 돼라."
강현은 박도현을 남겨둔 채 복도를 걸어갔다. 그때, 복도 모퉁이에서 김태진이 캔커피 두 개를 들고 환하게 웃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어이 강현아! 과장님이 부르신 일은 잘 끝났냐?"
"어. 다 잘 해결됐어."
강현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태진은 캔커피 하나를 던지듯 건네며 눈을 찡긋했다.
"다행이네. 야, 흉부외과 지원서 썼지? 나도 썼다. 우리 전공의 들어가서 같이 뼈를 묻어보자고! 내 밑에서 잡무랑 당직 서려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테니까 각오해라."
"그건 내가 할 소리다, 임마."
강현의 농담에 김태진은 껄껄 웃었다. 절친한 친구이자 회귀 전에도 자신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었던 김태진의 한결같은 우정에, 강현의 마음에 따뜻한 온기가 돌았다.
김태진과 함께 캔커피를 들이키며 의국의 내부 정리까지 완벽하게 끝낸 강현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회귀 전 자신을 옭아맸던 억울한 누명과 비극적인 사슬들은 이제 깨끗이 청산되었다. 새로운 질서가 잡힌 명성대학병원에서, 백강현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인턴이 아닌 '신의 외과의'로서 새로운 역사를 쓸 준비를 마친 것이다.
그의 눈앞에는 이제 더 넓고 푸른 세상이 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