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16화: 폭풍의 피날레
"스타빌라이저(Stabilizer, 심장 고정 장치) 세팅해 주세요."
강현의 명령에 이민우가 신속하게 흡착식 고정 기구를 심장 표면에 밀착시켰다. 기구가 심장 표면을 단단히 붙잡자, 요동치던 좌전하동맥 주변 부위가 미세하게 진동하며 일정한 궤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여전히 심장은 분당 80회로 고동치고 있었다. 인공심폐기(CPB)를 돌려 심장을 완전히 멈춘 뒤 수술을 진행하면 환자의 쇠약해진 뇌와 장기에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었다.
강현은 무인공심폐기 관상동맥 우회술(OPCAB)을 선택했다. 뛰는 심장에 메스를 대는, 흉부외과 써전들의 가장 정점에 달한 고난도 술기였다.
강현의 눈빛이 극도로 가라앉았다.
[말초신경 절대 인지 가동]
[심장 수축-이완 주기 100% 동화]
그의 손끝은 이미 심장의 맥박과 완벽한 싱크로를 이루고 있었다. 심장이 수축하여 혈관이 당겨질 때 바늘 끝을 밀어 넣고, 이완되어 느슨해질 때 실을 뽑아내 매듭을 지었다.
서걱, 서걱.
머리카락보다 얇은 프롤렌 봉합사들이 강현의 양손 사이로 춤을 추듯 교차했다.
첫 번째 문합. 좌전하동맥(LAD)과 내흉동맥(ITA)의 연결이 단 2분 만에 끝났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회선동맥(LCX)과 우관상동맥(RCA)의 가지들까지, 강현은 막힘없이 우회 혈관들을 하나씩 이어 붙였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문합. 오태민이 메스로 파쇄해 버린 우심방 근처의 부서진 동맥벽 부위였다. 혈관 벽이 종잇장처럼 조각나 있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이식편을 이어 붙일 수 없는 상태였다.
"과장님도 포기할 만한 상태인데…… 이걸 어떻게……?"
이민우가 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강현은 당황하지 않고, 환자의 복사정맥에서 떼어낸 얇은 혈관 패치(Patch)를 준비했다.
"패치 아나스토모시스(Patch Anastomosis)로 부서진 혈관 벽을 재건하면서 동시에 우회 혈관을 문합하겠습니다."
강현의 손끝이 부서진 혈관 조각들의 미세한 조직 탄성을 인지했다.
그는 바늘 끝으로 살아남은 미세한 내막의 끝자락을 찾아 0.1mm 단위로 걸어 잠갔다. 실을 너무 세게 당기면 조직이 찢어지고, 너무 살살 당기면 피가 샐 터였다. 강현은 양손에 전해지는 인장 강도를 소수점 이하의 그람(g) 단위로 완벽하게 조율했다.
바늘이 춤을 출 때마다 조각나 있던 혈관들이 하나로 뭉쳐지며 완벽한 도관으로 거듭났다.
마침내 마지막 매듭이 묶였다.
"문합 완료. 플로우 오픈(Flow Open)."
강현이 지시했다. 이민우가 대동맥과 이식 혈관을 막고 있던 집게를 풀어냈다.
슈우우우욱-.
새로이 연결된 다섯 개의 우회 혈관을 타고 붉고 뜨거운 동맥혈이 서 의원의 심장 전체로 힘차게 흘러 들어갔다.
심장의 색이 거무스름한 회색에서 건강하고 붉은 선홍빛으로 순식간에 탈바꿈했다.
삑- 삑- 삑-.
"플로우 미터(Flow meter) 연결하겠습니다."
이민우가 측정기를 문합 혈관에 대었다. 모니터에 혈류 수치가 나타났다.
[LAD flow: 65ml/min, PI: 1.2]
[RCA flow: 58ml/min, PI: 1.4]
……
"완벽합니다! 5개 혈관 모두 혈류량과 저항 지수(PI)가 완벽한 정상입니다!"
마취과 의사가 환성을 질렀다.
삑------- 삑---- 삑-- 삑.
서 의원의 바이탈 사인이 기적처럼 복구되어 120에 80mmHg, 산소포화도 100%로 완전히 안정되었다. 심실세동으로 멈춰가던 노쇠한 심장이, 20대 청년의 심장처럼 힘차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수술 끝났습니다. 세척하고 가슴 닫으십시오."
강현은 포셉을 이민우에게 건네며 뒤로 물러섰다.
수술실 벽시계는 수술 시작 후 단 1시간 20분이 지났음을 가리키고 있었다. 5중 OPCAB 수술을, 그것도 대출혈 사고를 수습하면서 이 시간 안에 끝내는 것은 신의 영역이었다.
강현은 수술 가운을 벗어던지고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리고 수술방 한구석에 넋을 잃고 쪼그려 앉아 부르르 떨고 있는 오태민에게 다가갔다. 강현은 주머니에서 오태민이 작성했던 각서를 꺼내 그의 눈앞에 살며시 흔들어 보였다.
"수술은 성공했습니다, 오 교수님. 각서 덕분에 제가 온전히 집도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강현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올라갔다.
"참관실 마이크가 켜져 있어서 대리 수술을 시키려던 교수님의 지시가 밖에 다 들렸더군요. 차트와 수술실 블랙박스는 제가 안전하게 백업해 두었으니…… 교수님은 이제 검찰 조사나 준비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오태민의 눈동자가 극도의 공포로 뒤흔들렸다.
백강현은 오태민을 뒤로한 채, 단 한 방울의 피도 묻지 않은 깨끗한 옷차림으로 당당하게 수술실 문을 열고 걸어 나갔다.
그의 뒤로, 거대한 폭풍의 피날레가 병원 전체를 집어삼키려 몰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