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15화: 무대 위의 지배자
척-.
강현의 오른손 검지손가락이 피범벅이 된 좌전하동맥 후벽 파열부에 닿는 순간, 분수처럼 치솟던 핏줄기가 기적처럼 뚝 멈췄다.
"……!"
수술실 내의 모든 시선이 강현의 손끝에 집중되었다.
강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차가운 안광을 번뜩였다.
"마취과 선생님, 에피네프린 1mg 정맥 주사해 주십시오. 이민우 치프,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차지된 제세동기 패들(Paddle) 가져오세요. 20줄(Joule) 충전합니다."
"어? 어어……!"
이민우는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으나, 강현의 서슬 퍼런 명령에 지배당해 허겁지겁 제세동기 패들을 넘겼다.
강현은 오른손으로 심장 벽의 파열부를 지그시 누른 채, 왼손으로 패들을 쥐고 서 의원의 심장 앞뒤로 밀착시켰다.
"모두 물러나세요. 샥(Shock)!"
쿵-!
서 의원의 상체가 수술대 위로 가볍게 솟구쳤다가 가라앉았다.
바이탈 모니터의 불규칙한 선들이 찰나의 정적을 거쳤다.
삑-- 삑-- 삑-- 삑--.
"사, 사인 리듬(Sinus Rhythm, 정상 동방결절 리듬)으로 돌아왔습니다! 바이탈 복구됩니다!"
마취과 의사의 외침에 수술실 스태프들이 깊은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나 안도할 틈은 없었다. 강현의 검지손가락 아래에서는 여전히 찢어진 심장 혈관이 꿈틀거리며 피를 뿜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강현이 손가락을 떼는 순간, 환자는 즉사할 터였다.
강현은 바닥에 주저앉아 벌벌 떨고 있는 오태민을 내려다보았다.
"오 교수님."
"히익……!"
오태민은 강현의 부름에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의 바지춤은 공포로 젖어 있었다.
"교수님이 저에게 서명하게 한 각서가 제 주머니에 있습니다. 이 수술실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행동의 민형사상 책임은 제가 지기로 되어 있지요. 그렇다면 지금부터 이 수술은 제가 집도하겠습니다."
강현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수술실 안의 그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할 만큼 강력한 신성이 깃들어 있었다.
"불만 있으신 분은 지금 당장 이 수술방에서 나가십시오. 하지만 남아 계실 거라면, 제 지시에 절대복종하십시오. 환자를 살려야 하니까요."
이민우는 침을 꿀꺽 삼키며 강현의 눈치를 보았다.
"이, 인턴 백강현…… 아니, 백 선생. 내가 뭘 도우면 되겠나?"
치프 레지던트 이민우가 마침내 무릎을 꿇었다. 강현의 실력과 기백 앞에 굴복한 것이다.
"이민우 치프는 썩션과 리트랙터를 잡고 시야를 유지해 주십시오. 환자의 대퇴부에서 요골동맥과 복사정맥 이식편(Conduit)을 다시 다듬어야 합니다. 오 교수님이 혈관을 너무 난폭하게 긁어내서 기존 혈관은 쓸 수가 없습니다."
강현은 오른손 손가락으로 파열부를 지탱한 채, 왼손만으로 정교하게 마이크로 포셉을 쥐었다.
그리고 핀셋 끝으로 으스러진 석회화 혈관 파편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말초신경 절대 인지 활성화]
[좌전하동맥 후벽 미세 동맥류 위치 좌표 고정]
눈으로 보이지 않는 혈관 뒤편, 0.1mm 두께의 미세 동맥류의 외벽 경계가 강현의 뇌리에 뚜렷한 청사진처럼 펼쳐졌다. 강현은 왼손만으로 실날 같은 바늘을 돌려 파열된 동맥의 위아래를 묶어 임시 차단(Ligation)했다.
그리곤 비로소 오른손가락을 환부에서 떼어냈다.
단 한 방울의 피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참관실 유리벽 너머로 이 기적 같은 과정을 지켜보던 정계 인사들과 보직자들은 턱이 빠질 듯 경악했다.
"저게…… 저게 가능한 일인가? 왼손만으로 심장 혈관을 묶다니?"
"인턴이 수술방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어……!"
한만기 병원장은 이미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있었다. 오태민의 대리 수술 음모가 참관실에 만천하에 드러났고, 징계하려던 인턴이 도리어 정계 거물의 목숨을 구하고 있었다. 병원의 권력 구도가 추풍낙엽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임선우 교수는 휠체어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묻으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대단하군. 백강현. 자네는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괴물이야."
수술실 내부,
강현은 양손에 미세 바늘과 봉합사를 쥐었다.
"이제 진짜 문합(Anastomosis) 들어갑니다. 집중하세요."
그의 손끝에서, 인류 의학 역사상 가장 완벽한 5중 관상동맥 우회술의 문합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