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13화: 타오르는 수술실
수술 당일 아침. 명성대학병원 메인 수술실(OR 1) 주변은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수술실 입구 복도에는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경호원들이 배치되었고, 병원 로비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대기하며 수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유리로 분리된 수술 참관실(Gallery)에는 한만기 병원장을 비롯한 병원 보직자들, 그리고 서 의원 측 정계 관계자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그 복잡한 인파의 맨 뒤편, 휠체어에 앉은 임선우 석좌교수가 차분히 메인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오태민 교수가 집도하니 걱정 없습니다. 대한민국 흉부외과의 에이스 아닙니까?"
한만기 병원장이 정계 관계자에게 아부하듯 말하자, 임선우 교수는 그저 냉소적인 눈빛으로 화면을 째려볼 뿐이었다.
수술실 내부.
삐- 삑- 삐- 삑-.
마취과 의사의 신호와 함께 기계음이 규칙적으로 울렸다. 전신마취가 완료된 서 의원의 가슴팍 위로 소독포가 덮였다.
오태민 교수가 집도의 자리에 서서 양손을 뻗었다.
"메스(Scalpel)."
간호사가 건넨 메스를 쥔 오태민의 눈빛에 오만함과 긴장이 교차했다. 그의 양옆으로는 퍼스트 어시스트 이민우 치프, 그리고 세컨드 어시스트로 백강현 인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오태민은 눈짓으로 강현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백강현 인턴. 너한테 받아둔 각서가 뭔지 알지? 손가락 하나라도 허락 없이 놀리면 그 즉시 이 방에서 쫓겨나고 의사 인생 종치는 줄 알아라. 얌전히 리트랙터나 잡고 서 있어."
"예, 교수님."
강현은 덤덤하게 답하며 흉골 리트랙터를 양손으로 쥐었다.
오태민은 서둘러 서 의원의 가슴 중앙을 절개하기 시작했다. 정중 흉골 절개(Median Sternotomy)를 통해 가슴뼈를 열고, 전기 소작기로 미세 혈관들을 지지며 심막(Pericardium)을 노출시켰다.
스윽, 스윽.
흉골 전기톱이 뼈를 자르는 둔탁한 소리가 수술방을 채웠다. 오태민의 움직임은 거침없었지만, 강현의 눈에는 조급함으로 가득 찬 삼류의 몸짓으로 보였다.
'서두르고 있군. 빨리 혈관 노출만 끝내두고 비상 방에 대기 중인 대리수술 기사 조 씨를 들여보낼 생각인가 보지.'
강현은 속으로 차갑게 비웃었다.
이윽고 가슴뼈가 벌어지고, 얇은 막에 싸인 서 의원의 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근. 두근. 두근.
협심증과 심근경색으로 인해 심장의 좌심실 벽 일부는 이미 거무스름하게 변색되어 힘겹게 고동치고 있었다. 관상동맥 곳곳이 기름때 같은 혈전으로 막혀 썩어가는 상태였다.
"좌전하동맥(LAD) 박리 시작한다. 핀셋, 포셉."
오태민이 마이크로 메스를 쥐고 심장 앞쪽을 흐르는 좌전하동맥 주변의 지방 조직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강현의 '절대 인지' 감각이 극도로 예민하게 작동했다.
오태민의 메스 끝이 움직이는 궤적과, 그 아래 숨겨진 좌전하동맥 후벽의 3차원 구조가 투명하게 겹쳐 보였다.
'1mm…… 0.5mm…….'
오태민의 메스 날이 유리처럼 극도로 약해진 석회화 부위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거칠게 굳은 석회 조직은 메스가 살짝 닿기만 해도 그 뒷벽의 미세 동맥류를 터뜨려 혈관 전체를 산산조각 낼 지뢰였다. 오태민은 그 지뢰가 그곳에 묻혀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유착된 지방을 떼어내기 위해 힘을 주고 있었다.
"교수님, 그 부위는 유착이 심해 외벽이 약해져 있습니다. 조금 더 우회해서 박리하는 것이……."
강현이 덤덤하게 조언했다. 하지만 자존심만 강한 오태민이 인턴의 훈수를 들을 리 만무했다.
"시끄러워! 인턴 새끼가 어딜 아는 척이야? 조용히 리트랙터나 당겨!"
버럭 소리를 지른 오태민은 신경질적으로 메스를 한 층 더 깊게 밀어 넣었다.
사각-.
강현의 귓가에, 석회화된 혈관 조직이 날카롭게 갈라지는 미세한 마찰음이 생생하게 들려왔다.
비극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