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115화: 기득권의 저항, 부서지는 철옹성
차승훈 선생의 기적 같은 소생 이후, 명성대학병원 내부의 개혁 드라이브는 거침없이 휘몰아쳤다. 백강현이 도입한 ‘원내 부패 및 의료 사고 익명 제보 시스템’은 그동안 어둠 속에 감춰져 있던 병원 내 부조리들을 가감 없이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개혁의 칼날이 깊숙이 들어올수록, 기존 오태민 체제 아래에서 기득권을 누려왔던 일부 원로 교수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이건 젊은 센터장 하나가 병원 전체를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독재 행위요! 우리의 자율성과 권위를 완전히 짓밟고 있단 말이요!”
명성재단 대회의실.
일반외과 강동준 교수와 정형외과 박명재 교수를 필두로 한 보수 성향의 원로 교수 10여 명이 임선우 이사장에게 집단 사직서와 항의 서한을 제출했다. 이들은 전생에서 오태민의 측근으로 활동하며 강현을 외면하고 오히려 ‘살인마 의사’라는 소문을 퍼뜨리는 데 앞장섰던 자들이었다. 또한, 자신들의 의료 사고를 전공의들에게 떠넘기고 의료기기 업체로부터 억대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기던 부패의 온상이었다.
이들은 임 이사장에게 백강현 센터장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감사를 취소하지 않으면, 전원 사직하고 명성대학병원의 진료를 마비시키겠다고 협박하고 있었다.
“임 이사장님, 우리 외과 스태프 30%가 일시에 빠져나가면 명성대학병원은 당장 내일부터 마비됩니다. 과연 백강현 하나를 지키기 위해 병원을 파선시키실 겁니까?”
강동준 교수가 거만한 표정으로 으름장을 놓았다. 병원의 진료 공백을 볼모로 삼아 개혁을 좌초시키려는 낡은 기득권의 마지막 승부수였다.
회의실의 무거운 침묵을 깨고, 뒷문이 열리며 백강현이 차분한 걸음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두툼한 회색 서류 봉투 여러 개가 들려 있었다.
“병원이 파선할 걱정은 하실 필요 없습니다, 강 교수님.”
강현이 냉소 어린 어조로 말하며 서류 봉투들을 테이블 위에 하나씩 내던졌다.
“여기에 계신 교수님들이 병원을 떠나시더라도, 그 목적지는 다른 병원이 아니라 서울구치소가 될 테니까요.”
“뭐, 뭐라고? 백강현, 네가 감히 어디서 협박질이냐!”
박명재 교수가 얼굴을 붉히며 일어섰다.
강현은 서류 봉투에서 자료들을 꺼내 테이블 스크린에 띄웠다.
“강동준 교수님. 작년 5월 집도하신 위암 수술 도중 관통상으로 대량 출혈을 일으켜 환자를 식물인간으로 만드신 사건, 본인 실수를 가리기 위해 차트를 조작하고 1년 차 레지던트에게 독박을 씌워 퇴국시키셨더군요. 여기 수술실 오리지널 영상과 조작된 EMR(전자의무기록) 로그 기록이 있습니다.”
화면에는 강동준이 수술 도중 당황하여 소리를 지르고, 이후 차트 수정을 지시하는 원본 영상이 생생하게 흘러나왔다. 강동준의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그리고 박명재 교수님. 의료기기 업체 ‘세양 메디칼’로부터 인공관절 납품 대가로 최근 3년간 차명 계좌로 총 4억 8천만 원의 리베이트를 받으셨더군요. 거래 내역서와 전달책의 자필 진술서입니다.”
회의실 안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사직서로 협박하며 큰소리치던 원로 교수들은 자신들의 치부와 범죄 사실이 소수점 단위까지 완벽하게 정리된 자료들을 보며 부르르 떨었다. 강현은 회귀한 순간부터 이들의 모든 불법 행위를 파악하고, 최적의 타이밍에 터뜨리기 위해 칼날을 갈고 있었다.
“병원의 진료 공백을 볼모로 협박하면 통할 거라 생각하셨습니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환자의 목숨을 협박 카드로 쓰는 자들은 의사 가운을 입을 자격이 없습니다. 전원 면직 및 형사 고발 조치하겠습니다.”
강현의 단호한 선언과 함께, 회의실 문이 열리며 병원 윤리위원회 소속 감사관들과 형사들이 들이닥쳤다.
“이 사직서들은 사직이 아니라 파면 처리용으로 접수하겠습니다.”
임선우 이사장이 사직서 뭉치를 쓰레기통에 내던지며 싸늘하게 말했다.
강동준과 박명재를 비롯한 부패한 원로들이 비명을 지르며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갔다. 명성대학병원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좀먹어왔던 거대하고 썩은 뿌리가 비로소 마지막 한 가닥까지 완벽하게 뽑혀 나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