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114화: 기적의 소생, 거목의 박동
“인조혈관 원위부 문합 마쳤습니다. 프롤린 6-0 결찰(Tie) 완료.”
강현의 목소리와 동시에 마취과 모니터 옆의 타이머가 멈추었다.
체온을 20도까지 낮추어 뇌 혈류를 정지시킨 ‘저체온 순환 정지’ 한계 시간 40분 중, 남은 시간은 단 8분 42초였다.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는 초정밀 샌드위치 봉합술 덕분에 제한 시간의 절반 이하로 대동맥 재건을 완료해 낸 것이었다.
“인공심폐기 가온(Warming) 시작합니다. 서서히 혈류량 늘려주세요.”
심폐기가 차가웠던 환자의 혈액을 따뜻하게 데워 다시 온몸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뇌로 가는 혈관에도 정상적인 혈류가 복구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재건한 대동맥 인조혈관 접합부가 압력을 견디며 피가 새지 않는지 검증하는 단계였다.
환자의 체온이 36.5도 정상 범위로 올라오고, 혈압이 서서히 상승했다.
80…… 100…… 120.
인조혈관과 석회화된 대동맥 벽을 샌드위치처럼 양쪽에서 맞물려 고정한 접합부는 120mmHg의 강력한 박동성 혈압을 견디며 단 한 방울의 피도 내뿜지 않았다. 으스러지기 쉬운 모래성 같았던 혈관 벽이 강현의 그물 같은 바느질과 생체 접착제 아래 완벽한 방수 장벽으로 거듭난 것이었다.
“혈액 누출 전혀 없습니다! 문합부 완벽하게 건조합니다!”
성진이 감격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쳤다.
“제세동기(Defibrillator) 차징해 주세요. 20줄.”
강현이 양 패들을 심장 벽에 대었다.
“슛.”
쿵!
가벼운 충격과 함께, 멈춰 있던 차승훈 선생의 심장이 힘차게 박동하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
모니터에 건강하고 규칙적인 전형적인 동방결절 파형이 선명하게 비쳐 들었다. 82세 노신사의 가슴속에서 꺼져가던 생명의 등불이, 백강현의 손끝을 타고 기적처럼 다시 밝아진 순간이었다.
“인공심폐기 오프(Off)합니다. 환자 자발 순환 원활합니다.”
수술실 내부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테이블 데스의 위험을 무릅쓰고 집도를 강행했던 젊은 센터장의 모험은, 현대 흉부외과의 한계를 넘어서는 완벽한 승리로 끝이 났다.
다음 날 오전, 중환자실(ICU).
국민적 존경을 받는 차승훈 선생의 의식 회복 여부에 온 나라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다. 순환 정지 시간이 길었기에 뇌 손상으로 인한 혼수상태나 마비가 올 확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스르륵.
차승훈 선생이 눈을 떴다. 그의 눈빛은 혼탁하지 않고 맑았다.
“어르신,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손가락 움직여 보세요.”
강현의 말에 차승훈 선생은 천천히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 했다. 뇌 기능에 단 1%의 이상도 없는 완벽한 소생이었다.
차승훈 선생은 산소마스크 너머로 강현을 바라보며 깊은 미소를 지었다.
“자네가…… 나를 살린 흉부외과 백 센터장인가. 들었네…… 다른 병원 의사들이 모두 나를 포기했을 때, 자네가 칼을 잡았다고.”
“의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버텨주셔서 감사합니다.”
차승훈 선생은 강현의 손을 힘없이 쥐었지만, 그 온기만은 무척이나 따뜻했다.
“고맙네. 내 남은 생 동안, 이 나라의 정의와 청년들을 위해 더 헌신하라는 뜻으로 알고 이 심장을 소중히 쓰겠네.”
국가적 거장의 소생 뉴스는 언론을 통해 전국으로 타전되었다.
백강현이라는 이름은 이제 병원 내 권력 투쟁에서 이긴 의사를 넘어, 대한민국의 생명을 지키는 숭고한 국보급 외과의로 각인되었다.
썩은 권력을 도려내고 생명의 기둥을 다시 세운 백강현의 메스는, 마침내 그가 꿈꾸던 가장 아름답고 완전한 피날레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있었다.